- 아, 오늘도 야근이네.
벌써 해는 져버린지 오래다.
겨울이라 그런가,
해가 더 빨리 사라졌다.
- 야근수당도 제대로 안 챙겨주면서 야근은 더럽게 많아요 하여튼...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 악 물고 결국 이사직까지 왔는데.
여기서 져버리는 건 너무 하찮잖아.
- 내가 무슨 미련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진짜...
뻐근한 팔을 쭉 피며 시계를 확인했다.
꺼진 불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시침은 12를 가리키고 있었다.
- 뭐야. 벌써 자정이네.
- 집 가긴 글렀다-.
- 회사에서 자야지.
뭐라도 먹자는 생각에 탕비실로 향했다.
- 음, 탕비실도 참 오랜만에 온다.
- 뭐야, 불이 켜져있네.
- 아 누가 불 안 끄고 간거야.
탕비실의 문을 열자 한 남자가 커피를 타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이사님. 이사님도 야근하시나봐요.”
- 뭐, 네. 그렇죠. 근데 못 보던 얼굴이네요. 신입사원이세요?
“어제 입사했습니다.”
-와, 완전 신입인데 그런 사람한테 야근을 시키냐-.
“전 오히려 좋아요. 여기에 입사한 덕분에 제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람을 보게 됐거든요.”
- 여기에 애인이라도 있어요?

“첫사랑이요. 첫사랑이 여기 있어요. 직급도 되게 높고 고급진 사람인데 심성도 여전히 착하네요.”
- 곧 사내연애 하겠네요. 미리 축하드려요.
“네, 감사해요.”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전자레인지에선 기계음이 들렸고 난 따뜻하게 데운 커피를 꺼내려고 했다.
- 아!
“괜찮으세요?”
- 괜찮아요.
커피를 손에 엎질러버렸고 손은 붉어졌다.
“괜찮긴요. 여긴 이따가 제가 정리할테니까 저희 부서 사무실로 가요.”
대답도 하지 못했지만 그대로 부서 사무실로 끌려갔다.
“여기가 제 자리예요. 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거 없지만 사진은 많아요.”
- 잠시만요.
“네? 무슨 일 있으세요?”
- 이거 저... 아닌가요?
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엔 하트를 함께 만들고 있는 두 남녀가 있었다.
한 명은 사원,
한 명은
나였다.
사진 아래엔 무슨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랑해. 그 무엇보다도 영원히. 비록 이게 우리의 마지막일지라도.’

“이사님, 아니. 여주야. 나 기억 나? 나 정국이잖아.”
- ... 전정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