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스터디클럽

스터디의 첫날




그렇게나 원하던 스터디클럽에 입부했지만 마음은 뒤숭숭하다. 하필 질 떨어져 보이는 일진 득실거리는 곳이라니. 동아리실 근처로만 가도 심한 담배냄새가 풍겨 가까이 가기 싫은데 말이다. 거기다 일진이라면 왠지 나를 괴롭힐 것 같다고. 


"으아아.. 학교가기 싫어..!!" 


"여주 너 왜그래?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어?" 


"별일 없어. 걱정마 엄마." 


내 투덜거림을 들은 엄마를 애써 안심시키며 가방을 맸다. 뭐,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지만. 




모아고 스터디클럽은 매주 월, 화, 수 야자시간에 진행된다. 
각 요일마다 정해진 과목을 공부하고 일지를 쓰는게 주된 활동이다. 당연히 그런 얌전한 스터디를 할줄 알았건만, 


"야 도민아. 니 담배 남은거 있냐??" 


"너 줄거없다, 지금 돛대야." 


"그럼 됐고 담요나 줘봐. 여기 존나 추워!" 


"와 김가준 개찡찡대네." 


...설마 일진들 소굴으로 들어올줄이야. 휴. 내팔자야.
일단 시끌시끌한 말소리를 무시하고서 교과서를 펼쳤다. 
반대편에 앉은 연준이라는 남자애도 나랑 같은 생각인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깐 쭈뼛거리다 그 옆으로 가 앉았다. 


"왜 여기 앉아?" 


"그냥. 집중이 안되서." 


"?" 


이해 못한듯 갸웃거리던 연준은 곧이어 시선을 거두고 
샤프를 딸각였다. 무심하게 수학 문제 푸는걸 물끄러미 
보고있으려니 마음이 편하다. 이 집단 속 유일한 정상인.
분명 틀림없는 모범생. 


"저기 연준아~ 너도 하나 필래? 공부 힘들때는 이만한게 없," 


"안펴. 너나 실컷 피던가." 


공부를 방해 받은것이 꽤 짜증났던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내가 순간 얼어붙을 만큼. 담배를 권한 2학년 여자 선배가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현아야 너 자꾸 봐주지마! 쟤 버릇 나빠져." 


"네가 뭔데 날 봐줘?" 



참다못한 연준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너희들 이러는거 참아주는건 나지. 제발 스터디 안할거면 나가서 떠들어." 


한껏 험악해진 투로 얘기하니 그제야 모두들 꼬리를 말았다. 슬슬 구석자리로 가더니 저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하여간 한번 말하면 안들어." 


나는 경외심이 깃든 눈을 하고 연준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봐." 


"대단해서." 


"쟤들 나 무서워서 그런거 아냐." 


"뭐?" 


"그런게 있어. 이제 편하게 공부하자." 


영문은 모르겠다만, 덕분에 마음놓고 공부할수 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고. 




험난했던 스터디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덧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 초반엔 기가 빨려서 죽는줄 알았네. 


"넌 집으로 가는거야?" 


"어." 


"저기 잠깐만," 


"왜 뭔데?" 


나를 불러세운 연준이 눈에 띄게 우물쭈물 거렸다. 무슨 
말 하려고 저러지? 


"스터디 계속 올거야?" 


"에이 당연하지. 이왕 들어온거 무를수도 없고." 


"그렇구나. 다행이다." 


아무래도 저 애는 스터디 부원들 상태가 영 별로라서 내가 더이상 안올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나같은 
평범한 학생이 꽤 그리웠나본데. 


"오면 바로 내 옆에 앉아. 너는 그게 편한거 같아서.
 
 혹시 그놈들이 귀찮게 굴면 나한테 얘기하고! 알겠지?" 


나름 신경써주는건가. 모처럼 느껴보는 배려심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알겠어. 나 갈게." 


"...그래, 또 보자." 


그 짧디 짧은 한마디로 묘한 느낌을 받는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