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혼을 안 한다니 그게 무슨....! "
" 조용히. "
" ...!! "
박지민은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난 뒤로 발걸음 쳤고, 그러다 뒤에 있던 침대에 걸려 푹신한 침대에 누워졌다. 벌떡 일어나려 했으나 이미 늦었고, 박지민은 살며시 내 위로 올라왔다.
" 저리 안 비켜요..?! "
내 얼굴은 터질 것만 같았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이 망할 몸뚱어리야 제발 정신 차려!! 저 새끼는 널 배신한 새끼란 말이야!!
나는 전혀 마음에도 없지만, 몸은 내 몸이 아닌지라 멋대로 심장이 요동쳤다.

"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데, 내가 싫어져서 파혼을 하자고? 거짓말 칠 걸 쳐야지. "
저 미친 새끼가
농락, 농락당했다. 넌 역시 나 아니면 안돼라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며 씩 입꼬리를 올리는 박지민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김태형보다 더 싫었다.
" 다시는 거짓말 안 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거짓말하는 사람을 역겨워 하거든. "
지랄
밥 먹듯이 거짓말한다고 소설책에 적혀있는 네가 누구보고 거짓말하지 말라는 거야? 어이없어.
박지민은 서서히 일어났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았다.
" 나 같은 거랑 약혼할 바에는 차라리 김여주랑 약혼하는 게 나을걸요;;? "
짜증 난다는 둥 박지민에게 일침을 놓았고, 박지민의 표정은 굳어졌다.
" 어디다 비벼. "
" 네...? "
" 입양아랑 나랑 급이 된다고 생각는 건가? "
예상치 못 한 대답에 내 눈은 동그랗게 커졌고, 분명 소설책에서 김여주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었던 지민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여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도와주곤 했었는데... 왜 저렇게까지 싫어하지?
" 김여주를...싫어하세요..? "
" 좋아할것도 싫어할것도 없지않나. 그냥 내 격에 안 맞는 애일뿐. "
아, 그럼 그렇지. 그냥 함께할 사람이 아무리 카르나 가문이라고 해도 입양아니 싫다 이거겠지. 워낙 명과 부예, 이미지에 예민한 사람이니까.
너도 참 재수 없어.
" 부탁이에요. "
" 뭘. "
" 제발 저랑 파혼해 주세요. "
" 하, 이게 진짜 사람 빡돌게하네. "
" 빡돌겠는건 저거든요?? "
" 허? "
"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 왜 굳이 저랑 혼인하려고 하세요? 어차피 전 이 가문에서 버림받은 존재라서 나와 혼인해도 얻는 게 거의 없을 거라고요!! "
나는 씨익씩익 거리며 소리쳤고, 박지민은 내 말을 조용히 듣더니 내 말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 그럼 오히려 혼인하는 게 너한테는 더 좋은 게 아닌가? "
" 뭐? 아니, 네...? "
" 나랑 혼인하면 나랑 살 것이니 이 집에서 벗어날 수 있지. 혼인 후 서로의 사생활에 관심 끄기로 하고 넌 자유롭게 살수 있을 텐데. 뭐가 문제지? "
나는 네 새끼랑 혼인한다는 것부터가 좆같다니까?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을 내가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해? 참나!!!
" 혼.자 살고 싶다고요. "
" 도대체 왜 혼자 사는 거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
살려면 멀리, 아주 멀리 도망쳐야 된다고요. 이왕이면 이 제국에서 벗어나면 더 좋고.
나는 오랜만에 이렇게 기를 쓰다 보니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몸이 빈약해진 탓이겠지.
내가 머리를 짚고 의자에 기대듯 앉자, 박지민은 또 말을 걸어왔다.
" 너 좀 이상해. 마치 딴 사람 같이. "
쿵 -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설마...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시선을 돌렸다.
" 뭐, 지금 네 꼴을 보아하니... "
...? 내 꼴이 뭐가 어때서?!
저 망할 새끼를 한 대만 갈 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속으로 외쳤다.
" 피식) 황실 무도회에서 만나도록 하지, 그때까지 건강 관리 잘하시고. "
잠깐만... 뭐라고...?
머리를 미친 듯이 굴러보니 기억났다. 며칠 뒤에 황실 무도회가 열린다. 거기서 남주와 김여주의 첫 만남이 성사되고, 나는 거기서 굴욕과 치욕을 당하지.
" 무대회 안 간다고 할까...(중얼중얼 "
" 안 오면 내가 곤란해, 약혼녀씨. "
소름 -

" 당일 데리러 갈 터이니 어디로 토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자기 할 말만 하고 유유히 내 방을 나가는 박지민에 슬리퍼 한 짝을 뒤통수로 던질 뻔했다.
.
.
.
.
아무리 내가 소설의 내용을 바꾼다 한들 박지민이 나랑 파혼을 안 한다니?! 당연히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 아 씨, ...머리 아파. "
똑 똑 똑
" 아가씨. 첫째, 둘째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
죽을까 진짜
" 들어오시라 해. "
덜컥 -
나는 다리를 떡하니 꼬아 내 방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빤히 쳐다봤다. 용건만 말하고 꺼지라는 눈빛으로.
" 뭐 했어. " 태형
" 뭘요? "
" 지민이랑 뭐 했냐고. "
" 뭐하긴요? 대화했죠. "
" 너 도대체 어떻게 박지민을 구슬린 거야;; 저번처럼 같잖은 관심 끌기로 박지민이 넘어가 줬나 봐?? "
아, 맞다. 내가 빙의되기 전 세아는 어떻게든 관심을 받아보려 허튼짓을 다 했다지? 일부러 다쳐보기도 했으나 주치의 말고는 아무도 걱정,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 왤까요."
" 뭐? "
" 왜 공작 님이 저랑 파혼을 안 하려 할까요? "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저 둘에게 툭 하니 내뱉어 보았다. 뭐, 딱히 대답을 기대하진 않지만.
" 너야말로 왜 이제 와서 파혼을 한다고 지껄여? " 남준
" 말했잖아요. 출가해서 혼자 살 거라고요. "
" 이제 와서? "
" 안 늦었는데요. "
" 미친년. " 태형
" 네, 맞아요. "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죠.
흐음...출가하는 거에 완벽히 동의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쟤가 언제 또 입양아를 건들지 몰라서 그런데, "
" 차라리 절 출가시키는 게 좋으실 거예요. "

" 소란은 적당히 피우라 했던 거 같은데. "
" 글쎄요. "
내가 재수 없게 싱긋 웃어 보이자 김태형은 열불이 났고, 날 건들지 말라는 박지민의 경고에 욕만 퍼붓고는 나가버렸다.
" 뭐하세요? 님도 나가세요. "
" 너, 뭔가 변한 것 같구나. "
" 글쎄요. "
" 너답지 않아. "
" 저 다운 게 뭔데요? "
바보같이 당하고 그 흔한 사랑, 관심 조차도 못 받아. 소심한 성격과 너네들 눈에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광 부리는 집안의 걸림돌이 나다운 거야? 아니, 세아다운 거야? 진짜 너넨 다 쓰레기들이야.
분을 토하듯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괜한 감정 낭비는 내 손해였고,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을게 뻔하니까.
" 나가세요 "
" ...소란, "
" 안 피울게요. "
물론 그년이 나한테 시비를 안 터는 하에 말하는 거지만 말이야.
남준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내 방에서 나갔다. 아, 기 빨려... 나는 침대에 몸을 맡기듯 드러누웠고 눈을 감는 즉시 잠에 빠져들었다.
.
.
.
.
" 으으...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끈지끈 아파지는 머리에 눈을 떴다.
" 아가씨, 괜찮으세요?! "
어...? 뭐야, 누구지...? 아, 개인 주치의구나... 아니 잠만? 주치의가 왜 여기에 있는데??
" 무슨 일 ··· "
" 왜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
" ...?? "
주어를 말하라고...주어를!!
"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몸에 증세가 있었을 터인데 어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어요...?! "
컼,켁...뭐가 어쩌고 어째? 독에...중독됐다고...?
" 그럼... 머리가 아팠던 이유가... "
" 안 그래도 몸이 많이 허약해 지신 거 아시지 않습니까... 이러다간 아가씨의 목숨이 위험하다고요...! "
" 앞으로 건강 관리 잘할게. 아, 그런데 독이 중독되다니? 난 독을 최근에 먹지 않았는걸. "
" 꽃 입니다. "
꽃...?
" 아가씨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시녀의 말을 듣고 급히 들어와 보니 아가씨같이 허약해지신 분께서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되는 꽃이 꽃병에 꼿혀 있었습니다. 그 꽃은 건강한 사람들에겐 한없이 예쁜 평범한 꽃일지 몰라도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신 분께서는 그 꽃의 꽃가루가 독성분이나 마찬가지이지요. 그래서 아가씨께서 독에 중독되셨다 이 말입니다...!! "
쉬지도 않고 속사포 랩을 퍼붓는 주치의에 놀란 것도 잠시, 어떤 요망한 것이 내 방에 꽃을 뒀을까;;?
나는 밖에 있는 시녀를 급히 불렀다.
" 지연아. "
" 네, 아가씨. "
" 주치의가 치워라고 한 꽃말이야. "
" 네. "
" 누가 가져다 놨니? "
" 가져다 놓기는 제가 가져다 놨습니다. 그 꽃을 전달받은 건 어떤 하녀였고요. "
" 당장 그 하녀를 불러와. "
" 네, 알겠습니다. "
잠시후
"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아가씨. "
눈빛봐라 ㅋ?
시녀도 아닌 하녀에도 이딴 취급을 받는다고? 김세아 많이 힘들었겠네.
" 내 방에 꽃을 두라고 전달한 게 너라지? "
" 그런데요 "
싸가지 보게나???
" 내가 지금 건강 상태가 별로란 걸 알지? "
" 네, 뭐... "
"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그 꽃을 내방에 뒀을까? 아~ 혹시 날 죽이려고?? "
" ...! 그게 무슨! "
" 어느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
" ...! "
" 이야~ 날 죽이려 들어? "
" 대공님...대공님을 불러주세요...!! "
허? 대공을 불러서 위기를 모면하겠다 이거야??
분명 지네들이 잘못해 놓고, 세아가 무어라 얘기하기 전에 야비한 쥐새끼 마냥 대공한테 찾아가서 아무 잘못 없단 듯이 억울하듯이 날 몰아가고 자기들의 잘못을 덮곤 했지? 바보같이 천한 것들의 말은 들어주곤 세아의 말은 듣지도 않았던 대공이 참으로 열받네?
" 주제를 파악해야지. 천한 피를 가진 네가 감히 누굴 입에 담고, 누굴 만나겠다는 거냐? "
" 아가씨!!! "
내 말에 자존심에 스크래치라도 났는지 바락바락 큰 소리로 소리치는 하녀에 나는 더 이상의 대화는 가치가 없다고 느꼈고, 지금 이 공간에서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기 위해 뭘 어쩔까 고민했다.
흠?
살짝 열려있는 나의 방문에 하녀들은 물론 시녀들도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소문 내기 좋겠는데?
짝!!
난 가차 없이 손을 들어 하녀의 뺨을 때렸다.
" 언성 높이지 말라니까? "
굳은 표정으로 얘기하자 하녀는 뺨을 부여잡고는 덜덜 떨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구경하던 이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 기사 불러와. "
난 기사를 불러냈고, 기사는 단 한 번도 부른 적 없던 아가씨의 부름에 의아해하면 방으로 들어왔다.
" 무슨 일이신지요. "
" 날 죽이려던 죄로 이 하녀를 죽여. "
" 네...? "
아, 물론 다른 곳으로 끌고 가서. 피 보기 싫거든 나는.
" 두 번 말하게 만들어야겠어? 끌고 가. "
" ㄴ, 네! "
" 아가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
멍청아, 이제서야 울고 불어봤자... 아무 소용 없단다?
난 도둑 새끼처럼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웃어 보였다.
자, 이게 바로 너희가 성심껏 섬겨야 하는 사람이란다. 너희도 죽기 싫으면 알아서 내 밑에서 기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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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야, 아직 흑화하면 안되잉...하핳
비공개 하나 풀고 튀어 버리기ʕ·͡ᴥ·ʔ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