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차라리 마녀가 되겠습니다.

여행 {시즌 2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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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게도 '행복'이 왔다. 과거를 회상해 보니 참으로 험난하게 살아왔다. 그만큼 절대 잊을 수 없는 과거가 되겠지.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내가 읽은 소설책에 나오는 인물 중 1명에게 빙의된 거로 시작해 억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심지어 약혼자와 파혼을 하려 악을 쓰지 않나... 출가를 하기 위해서 모든 걸 참으려 했지만 버티기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땐, 난 다시 일어섰다.



아, 판타지 소설인 건 알았지만... 내가 마녀일 줄은 몰랐다. 뭐, 당연한 거겠지. 소설 내용에는 세아가 죽어버렸으니... 마녀라는 사실이 밝혀질 수가 없었을 테니까.



전쟁,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 높은 지위와 권력 등... 짧은 기간 동안 폭풍처럼 많은 게 지나갔다.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 인생이 나빴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덕분에 얻은 것도 많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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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예전에 내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말을 기억하고 계셨는지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가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분주하게 채비를 하는 중이다.



"아가씨!!"


"ㅋㅎ... 유모···."


"일어나세요!"



여행 한 번 가는 게 이렇게까지 유난 떨 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모두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난 늘 바쁘고, 힘들고, 예민한 시간들을 보내야 했었기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볼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처음으로 가는 여행에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정국이와 호석님도 같이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오라버니들께서 반대하긴 했지만, 다음에 언제 또 가게 될지도 모르는 여행... 소중한 사람들과 다 같이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라버니들께 같이 가면 안 되냐고 꼬셨고, 결국은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다. 박지민 님은 왜 같이 안 가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일주일 동안 묵을 저택이 박지민 님께서 마련해주신 곳이다.



박지민 님의 저택이기도 하기에 같이 여행을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박지민 님께선 이미 그곳에 도착해있으니 말이다.



똑똑똑 -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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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예쁜데 뭘 그리 채비를 오랫동안 하느냐?"


"제가 늦잠을 잤거든요...ㅎ"



모두 준비를 끝냈는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빠르게 밑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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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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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예뻐 보이려고 그렇게까지 예쁘게 하고 나온 거야?"


"나 원래 예뻤어."


"아ㅋㅋㅋㅋ, 뻔뻔함은 여전해~?"


"언니가 예쁘긴 하죠~."


"세아까지 나왔으니 이제 출발하지."



대공의 말에 모두 저택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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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아랑 먼저 가 있겠네."


"네?"


"그게 무슨···."



호석은 세아의 허리에 팔을 감싸 안았고, 순식간에 모두의 앞에서 세아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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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동을 할 거면 같이 하면 될 것을...!!"


"아버지...?"



어이가 없었는지 대마법사고 나발이고 세아만 홀라당 데리고 간 게 괘씸했는지 대마법사가 없는 사이에 역정을 내버리는 대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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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사용인들 모두가 줄을 지어 환영해 주었다. 생각보다 빨리 와서 그런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게 보였지만 말이다.



저벅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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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입니다. 귀하신 분들께서 여기까지 발걸음을 해주셔서 말이죠."


"공작님...!"



크고 화려한 저택에 놀라는 것도 잠시. 오랜만에 만나게 된 박지민 공작에 세아는 정호석의 품에서 벗어나 달려갔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은 호석은 금방 그 표정을 숨기려 했고.



"오랜만이네."


"다치신 곳은 없죠?"


"네가 하도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조심하고 있다랄까?"


"다 공작님을 위해서 하는 소리 아니겠어요;;?"


"그래그래~, 넌 여전히 아름답네."



얼굴이 약간 붉어진 세아에 호석은 바로 끼어들었다.



"공작, 나는 보이지도 않는가 보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크흠, 제가 쓸 방은 어디인가요?"


"시녀장이 안내해 줄 거야."



저 둘이 붙여 놓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든 세아는 급하게 둘을 떼어냈고, 시녀장의 안내로 당분간 사용할 방으로 이동했다.



"손님방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이 방은 손님방이 아닙니다."



시녀장의 말에 세아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이 방은 공작님의 옆방으로 공작부인께서 지내는 방입니다. 원래라면 세아 공녀님께서 이용하시게 될 방이었죠."


"뭐...?"



순간 머리를 세게 맞은 것만 같았다. 내가 몇 번을 파혼하자며 떼쓰듯이 굴자 결국 파혼을 하게 되었는데... 난 그때의 공작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공작님의 표정은 내 마음 깊숙한 곳을 세게 찌르는 것만 같았지. 내가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 공작님에게는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걸까.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고 파혼을 하면 오히려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착각한 걸까?



"아직 공작님께서는 이 방을 공녀님 말고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


"오직 공녀님을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한 방이니까요."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소설대로라면 공작님은 나를 싫어했기에 혼인을 치른 뒤에 지내게 될 내 방을 손님방으로 밀어 넣었고, 혹시나 구설수에 오를까 봐 일주일에 1번씩은 합방을 하긴 했지만... 난 쇼파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그때의 세아가 얼마나 비참하게 살아가야 했는지를 나는 뻔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 문 채 공작부인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왔고, 필요가 없어졌을 때엔 이혼을 당했다.



이에 정신이 나가버린 세아는 분풀이를 뻔뻔하게 제집에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여주에게 했고, 이혼 당한 것도 모자라 여주를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제아비의 손에 목숨을 빼앗겼지.



김세아라는 캐릭터보다 불쌍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가 있을까. 그 콧대 높은 가문에서 태어나 취급은 하위 귀족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으니... 박지민 공작이 나를 위해 방을 준비해 뒀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소설의 내용을 바꿔버려서 지민 공작인도 변한 걸까? 아님... 우리가 몰랐던 거일뿐, 원래부터 공작의 다른 뜻이 있었던 걸까?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십시오."


"일단 알겠네. 나가 보게."



시녀장을 내보내고 생각이 많아진 세아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소설의 모든 캐릭터들의 시점을 다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내가 그 소설 속 캐릭터들을 너무 나쁘게만 바라봤던 걸까.



이제 와서 더 이상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깊게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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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구경시켜줄게."



지민은 호석을 따돌리고 세아와 함께 정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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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예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공작님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장미. 잘 관리되어 있는 장미는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예쁜 분홍색 장미는 처음 보거든.



"너랑 잘 어울리는 꽃이야."



정원을 보고 좋아하는 세아에 지민은 덩달아 개분이 좋아 미소를 지었다.



"너무 예뻐요..."



세아는 예쁜 장미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있는 장미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거든.



세아의 어머니인 한주아. 한주아는 어렸을 때 세아에게 말했다. 분홍색 장미를 닮으라고. 꽃말처럼 행복항 사랑을 하기 바란다는 뜻으로 세아가 꼭 행복하길 바랐다.



이걸 잊을 리 없던 세아는 괜히 어머니가 떠올랐고, 보고 싶어졌다. 우연인 걸까? 공작님은 왜 그 많고 많은 장미 중에 붉은 장미도 아닌 분홍색 장미를 심었을까.



"너를 닮았다."


"네?"


"이 꽃은 너처럼 예쁜거든. 이 꽃을 보면 네가 떠올라서 이 꽃을 심었어."


"···과찬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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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예뻐. 누가 너 채갈라."


"무슨ㅋㅋ."


"내가 채갈 수도 있고."



살포시 짓는 미소는 순간 넋을 놓게 만들었다. 이렇게 예쁘게 잘 웃던 사람이었나?



"어디 한 번 해보시던가요. 제가 쉽게 당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남자한테 가서 이런 말 하지 마. 네 옆에는 나 하나로 족해."



세아도 같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 간질간질한 마음을 애써 무시한 채 아름다운 정원을 계속해 둘러 보았다.



후, 왜 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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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야!"



저 멀리서 달려오는 전정국. 불과 2시간 만에 만나는 거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것 마냥 달려온다.



"굳이 뭐 하러 뛰어와ㅋㅋ?"


"별일 없었어?"


"여기서 생겨봐야 무슨 일이 생긴다고ㅋㅋ."



요즘 갈수록 안기는 거 같은 정국에 세아는 당황한다. 어린애 같다가도 맹수처럼 무서운 내 친구. 나는 이런 정국이가 좋다.



"아니 어떻게 우리만 홀랑 버리고 간다냐;;?"



호석님에 대한 불만이 컸는지 오라버니들은 물론 아버지마저 펴정으 탐탁지 않아 보였다. 여주는 2시간 동안 마차에서 힘들었는지 지쳐있는 모습으로 마차에서 내렸다.



"피곤하지? 올라가서 쉬고 있을래?"


"죽을 거 같아요ㅠㅠ."



세아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녀장과 함께 저택으로 들어갔다. 오라버니들은 생각보다 크고 화려한 저택을 보고는 놀라 했다. 대공가 못지않은 저택이니 놀랄 만도 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노는 건 내일! 오늘은 이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며 쉬기로 했다. 마차를 타서 그런가 모두 어디 돌아다닐 기색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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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거 맞죠...?"



분명 쉬러 온 것인데 책을 읽고 있는 남준에 세아와 정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상시엔 책 읽을 시간도 없거든. 나에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취미이자 휴식인 걸?"


"진정한 휴식이 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그니까..."



책을 읽는 남주을 뒤로하고 태형이 검무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검무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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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아버지는 괴물입니까? 어찌 그 나이 드시고도 저를 이겨요...?"


"야 인마, 내가 한때 날아다녔다고 했지? 나 아직 안 죽었다고."


"그러시네요. 복근도 아직 잘 살아계신 거 보면."


"세아야!? 언제 왔느냐...?"



기척을 숨긴 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으면 옆에서 자신이 더 잘한다고 궁시렁거리는 정국에 제대로 집중은 하지 못했지만.



"아버지 옷부터 입으시죠?"



누가 믿을까? 저 외모와 저 피지컬이 자식이 셋이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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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야, 나 실력 많이 늘었대."



상당히 뿌듯하다는 표정과 함께 칭찬을 해달라는 댕댕이 마냥 서있는 태향에 세아는 대단하다며 칭찬을 던져주었다.



"아, 맞다. 호석님 어디에 계시는지 아세요?"


"박지민 공작 말로는 잠시 외출 했다던데?"



어딜 가셨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돌아오면 물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심심하다는 정국과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정원 뒤쪽에 놓인 온실 정원으로 향했다.



"이거 맛있다."


"나도 먹어볼래."



세아가 먹고 있는 것을 한입 먹어보기 위해서 세아에게로 바짝 다가와 한입 물어보는 정국이다. 남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모습이지만, 옛날부터 이렇게 지내온 정국이와 세아이기에 서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맛있네."


"그럼 가짜로 맛있니?"


"그 뜻이 아니잖아!"


"장난이야 장난ㅋㅋ"



여러 식물이 가득한 이 온실 정원. 예쁘기도 예쁘지만, 정국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정국이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았거든.



"내일 뭐할 거야?"


"공작님 말로는 내일부터 축제가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광장으로 가볼까 해."


"난 네가 가는 곳은 어디든 좋으니까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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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ㅋㅋ 너 내가 죽으면 같이 따라 죽을 거냐ㅋㅋㅋ?"


"응."


"뭐...?"


"네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 난 네가 내 전부인데."


"···넌 내가 없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어."


"과연 그럴까.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서 살기 싫을 거 같은데."



"...그럼 내가 네 곁에만 있어야 겠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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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딴 데 가기만 해? 내가 절대 가만 안 둘 거니까."


"참나 ㅋㅋㅋㅋ"



내 직감인데, 저런 말을 웃어넘기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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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잡생각은 다 집어치우고 오직 휴식과 행복에만 집중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더욱더 바빠질 테지만, 그래도 나는 걱정 없이 지금을 즐길 것이다.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거니까. 앞으로 쭉 모두가 행복하길 빌거다.



내 행복의 시작은 지금부터니까.



"연애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뭐? 누가 연애를 해???"


"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ㅋ... 내 팔자에 연애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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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ㅏ... 드디어 완결... 눈물이 좌르륵...


꽤나 애정을 가졌던 작품... 이었답니다.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ㅠㅠ

어리바리하게 완결을 내게 되었는데... 애매하게 완결이 난 것 같죠? 우리 세아 연애는 언... 제....

그래서! 외전을 올릴 예정입니다... 다만 외전이 올라가는 속도가 느릴 것 같네요.(K - 고딩 바쁘다 바뻐...)

그리고 재정비 후 새로운 작품으로 뵙고 싶습니다. 새 작품도 봐주실 거죠 ㅠㅠ?

아직 새작품 후보는 많지만... 몸이 하나인지라... 하나만 고르기 너무 어려워요 ㅠㅠ!!

원래 작품의 시즌 2도 하고는 싶지만... 잘할 자신이 없는... 😅

당분간은 소재를 모아두는 목적으로 끄적이는 단편을 계속 올릴 거 같습니다! 거기서 뵈어요💙



이때까지 '공주? 차라리 마녀가 되겠습니다.'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완결_ 2021.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