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하. 선배님- 진짜 유머감각이 뛰어나시네요 "
여주는 언제나 리액션 담당, 엄청 밝고 활기찬 애는 아니지만 항상 별로라도 좋다고 웃어주니. 아재 개 그나 치는 고이다 못해 썩은 아랫물한테는 리액션에서는 정말 최고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항상 끌려다니는 건 여주고, 그런 여주는 항상 밤을 새가며 과제를 끝낸다.
그리고 이번에 그 과제가 끝나고 과끼리 회식을 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는 같은 과인 윤정한( 은근 공부 잘함 )이 있을 수밖에 없다.
" 우리 여주-. 오빠가 나중에 우리 여주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그러니까 오빠한테 시집 오자? "
회식에서는 괜찮은 여자애들만 스캔하던 정한이 갑자기 그 선배한테 눈을 돌린다. 아무래도 여주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나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나 저 말은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복학생이라서 나이 차이도 엄청나는데, 자기를 오빠라고 칭하니 더 어이가 없다. 여주도 이번에는 리액션 해주기가 어려운지 머쓱해하며 하하하 웃기만 한다.
" 하 ••• "
결국 정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드라마 남주 마냥 여주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향한다. 오- 너 여주 좋아하냐? 얘가 먼저 여자 앞으로 오는 건 처음이다, 항상 멀리서 눈빛으로 여자를 홀려서 그 여자가 자신에게 오게 하였으니. 어차피 여주도, 그 죽일 놈의 선배도, 딴 애들도 다 만취 상태인 것 같으니 혼잣말하듯이.

" 어, 나 여주 좋아해 "
순간 5초에서 10초 정도, 정적이 회식자리를 채웠다. 갑자기 누가 일어나더니, 자신이 신던 하이힐을 벗어 집으며 소리쳐온다. 그다지 귀엽다거나, 시끄럽다거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애매했다.
" 야-, 너는 나만 좋아해야지- "
갑자기 팔짱을 껴오며 자신에게 붙던 사람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같지만, 거의 아랫물 직전의 수준인 과대이다. 저번에 여주한테 대리 고백을 시켰던 그 사람. 여주야- 내가 저번에 정한이한테 전해달라고 했잖아, 혹시 네가 정한이 좋아해서. ••• 버린 건 아니지? 버린 거면 진짜 죽여버린다.
술을 마시면 사람 성격이 나온다고 했는데, 이게 과대의 진짜 성격인가 보다. 과대가 자신이 신었던 하이힐을 여주에게 던지려고 하자, 정한이 과대의 손목을 잡고 말렸다.
" 그만 좀 하시죠? 당신이 주신 편지, 제가 버렸습니다. "
" 어머 우리 정하니- 착해서 이렇게 편 들어주는 거야? 오구 우리 애기- "
정한의 철벽에 과대는 매우 당황한 듯, 눈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예전에는 가기만 해도 받는다는 정한에 계속 대시를 하는 것인데, 그가 철벽을 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 이렇게 당황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 ••• 언니, 저 정한 선배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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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
" ㄴ,네 선배 "
지금 정한은 미칠 지경이다. 여주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이렇게 순수한 애가 나 같은 쓰레기를 만나도 되는 것인지. 고민도 되었고 또, 얘는 자신이 정한을 숨긴다는 사실도 감추면서 살고 있으니 더 답답하게 느껴지기만 할 뿐이다.
" 너는 나 어떻게 생각해? 남자로서, 이성으로서 "
" 으음... 엄청 다정하실 것 같아요.. "
여주도 아직 정한의 소문에 대하여 듣지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여주는 정한이 다정한 줄만 알고 좋아하는 듯하여 점점 머리가 아파지는 그이다.

" 여주야,.. 넌 이상형이 뭐야? "
티는 안 났겠지만 엄청 고심한 끝에 나온 질문이다. 여주도 이렇게 훅- 다가오는 그에 살짝 놀란 것 같지만, 최대한 머리를 쥐어짜내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찌푸려진 미간이 설명하고 있다. 생각하는 사이에 셀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지나갔지만, 정한의 눈에는 오직 여주밖에 보이지 않았다.
" 저는-,.. 저만 바라보고.. 으음.. 제가 아플 때 엄청 잘 챙겨주는 사람이요,..! "

" 그렇구나.. 그럼 내가 그렇게 바뀌면 될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