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 야, 김태형~! "
" 아… 응, 안녕 여주야. "
여주는 학교에 오자마자 자리에 앉아있는 태형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태형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평소 여주를 부르던 애칭인 딸기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여주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여주는 그런 태형의 모습을 보니 민망하면서도 서운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봐.
" 태형아, 무슨 일 있어..? "
태형은 4교시가 될 때 까지도 여주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여주가 먼저 말을 걸 때에도 대충 답을 해주고 여주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여주는 그런 태형을 보고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줄 알고 쉬는시간에 태형에게 조심히 다가가 무슨 일이 있었냐며 걱정어린 말을 했다. 하지만 태형은 그것이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시해버렸다. 결국 여주도 상처를 받을 만큼 받아버렸고, 그 뒤로 그 둘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고가지 않았다.
" 별똥아. "
" … 정구기? "
" 급식 먹으러 가자. "
" 웅!! "
드디어 여주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고, 오늘 점심은 평소보다 맛있는 게 나와서 사실 여주는 전 날부터 들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정국이 여주를 반으로 데리러 왔고, 여주가 정국과 손을 잡고 급식실을 떠날려는 순간 여주는 머릿속에 태형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잡고 있던 정국의 손을 잠시 떼고선 태형에게 다가가 엎드려있는 태형의 어깨를 톡톡 치곤 말을 걸었다.
" 태형아… 같이 급식 먹으러 갈래..? "
"……."
태형은 무슨 말을 할려고 입을 오물오물 거리다가 결국 그대로 다시 엎어졌고, 여주는 옅게 한숨을 쉬고 정국에게 다가갔다. 정국은 여주의 우울하다는 표정을 보고 귀여우면서도 태형이 여주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 … 가자, 정국아. "
여주의 말을 들은 정국은 엎드려 있는 태형을 한 번 쳐다보고 여주를 뒤따라갔다.

" 별똥아, 왜 이렇게 안 먹어. "
" 응? 아… 그냥... 입맛이 없네.. "
여주는 전날부터 맛있는게 나온다며 들떠 있었지만, 아까 태형과의 일 때문에 급식이 입에 넘어가지 않았는지 깨작깨작 먹고 있었다. 그걸 본 정국은 얼굴을 약간 구긴 체로 여주에게 말을 걸었지만 여주의 반응또한 그리 좋아보이진 않아보였다.
" … 오늘 먼저 내려가서 기다려. 빨리 내려갈게. "
" 응응! "
여주는 정국을 말을 들은 후, 자신의 남은 반찬들을 버리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 … 개빡치네. "
조용히 욕을 내뱉는 정국이었다.

" 야, 김태형. "
정국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혼자 하교를 할 준비를 하고 있는 태형을 불렀고, 태형은 정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뭐, 또. "
" 여주한테 나가 떨어진 건 좋은데, 상처를 주라는 말은 없었거든. "
"……. "
" 너 때문에 여주가 하루종일 우울해 하는 모습을 내가 옆에서 봐야겠냐? "
" … 미안. "
" 그 사과, 나 말고 할 사람이 있을텐데. 알아서 해라~ "
정국은 정말 그 말만 할려고 태형을 찾아왔는지 운동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주에게 바로 달려갔다.
" 뭐 때문에 늦었어? "
" …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누구한테 얘기 할 게 있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