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팔남매 여동생 톡! 아니쥬 톡

톡 291

톡 291



 
지호는 유치원 때부터 리더쉽이 좋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남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두에 섰다. 그렇다고 성격이 나쁜 건 아니라서 언제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마냥 조용하게 지내던 나와 달리 지호는 학교 밖에서 아는 누나나 형들이 많을 정도로 유명했다.


"야. 김태영, 너 오늘 당번이잖아."

왜 청소 안 해? 아주 당연한 말이었음에도 질이 나빴던 같은 반 친구 김태영은 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을 막아준 건 지호였다.


"태영아, 왜 그러냐. 너 당번 맞잖아. 얼른 가라."

"아, 진짜."

"혼자 하기 힘들 잖아."


남자애들은 지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인맥도 인맥이지만 태권도로 다져져온 힘을 쉽게 이길 수 없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야. 어디 가는데."

"나 학원."

"왜 그렇게 놀라냐. 귀엽게."


지호는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지호는 그렇게 비춰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


"야, 우지호 오늘 또 싸움 했다며. 자기보다 덩치 큰 애를 넘어뜨렸다는데."

"걘 왜 맨날 쌈박질이냐."

"덩치 큰 애가 먼저 선방 쳤다잖아. 지호가 자기보다 작으니까 만만하게 본 거지."

"완전 잘못 건드렸구만."


다른 친구들에게 듣는 지호의 이야기는 너무나 낯선 사람이었다. 여자친구를 사귄 전적도 많고 질이 나쁜 친구들을 사귀고 다닌다거나 위험한 형들이랑 어울린다거나 하는 이야기였다. 입에 맨날 욕을 달고 살고 말이다. 나는 점점 나에게만 다르게 느껴지는 지호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야, 넌 좋아하는 사람 있냐."

"좋아하는 사람? 갑자기 왜?"

"그냥.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없는데."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나는 아니라는 거네."

"무슨 소리야?"

지호의 질문에 나는 많은 대답을 생각했다. 내가 어쩌면 지호를 좋아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것과 지호도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생각은 다음날 단 번에 깨져버렸다.


"ㅇㅇ아, 나 우지호랑 사귀게 됐다?"


어제 우지호가 나한테 고백을 하는 거야. 전부터 쭉 연락하고 있었거든. 기가 막히게도 나와 대화를 나눈 바로 직후에 우지호가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고백을 했다. 분명히 나는 우지호와의 거리감이 무서웠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선 순간 눈물이 나왔다.
.
.


"좋아했을까."
 

그후로 우지호 집 앞을 얼쩡거려도 보고 혹시나 만날 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장시간 우지호와 연락은 끊기도 말았다.


"누굴 좋아해? 오빠를?"


태형오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며 깜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빠는 당연히 좋아하지."

"뭐야. 김 빠져. 특별히 좋아해 달라고."


징징거리며 나에게 달라붙는 태형오빠를 무신경한 얼굴로 떼어내는 정국오빠였다.


.
.


윤기가 오기 전 여중 교문 앞에는 지호가 서있었다.


"네가 여기 웬 일이냐."


분명히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윤기의 등장에 지호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윤기의 앞으로 다가갔다.


"형, 형이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형이 왜 날 싫어하는 지 알 것 같아."


그렇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주라. 그때 나는 어렸고 좋아하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는 용기가 많이 없었어. 그래도 좋아했어. 형네 여동생. 그녀석 친구랑 사귀어도 계속 눈길이 가는 곳에는 그녀석이 있더라. 이미 다가가기에는 많이 늦은 것 같지만.


친구 코스프레라도 하게 해주라. 오늘은 이만 갈게. 괜히 형 속 뒤집어 놓고 싶지는 않으니까. 지호는 윤기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윤기의 눈길이 지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많이 아파했어. 내 여동생도."


나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그 위에 네가 짐을 더 얹은 거야. 우지호. 윤기는 교문으로 다가섰다. 저 멀리서 여동생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하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윤기의 눈에는 여동생의 모습만이 또렷이 보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