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쿠쿵,
” ..? 이게 무슨 소리야? “
늦은 주말, 동거를 시작한 지 3일 차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난 학교 등교를 제외하고는 그 사람과 함께 다니게 되었고 굉장히 불편해졌다.
그런데 지금 감히 주말에 아침에 저런 큰 소음을 내다니, 과제에 찌든 대학생이 사는데..
결국 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쾅,
” 뭐하세요..? “
“ 어? 일어났어? 근데 이거 진짜 신기하다 ”
그 신은 저번에 새로 산 내 플스를 돌리고 있었다. 아니 신이 저게 뭔지는 알고 하는거야..?
” .. 주말 아침엔 좀 조용히 합시다 “
” 아침 아니야. 벌써 1시가 넘어갔는 걸 “
“ ..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 나? 왜? ”
“ 신이 있으면 저승사자도 있을거 아니에요. 이름 세 번 부를 때 알려주려고요 “
“ 걔네도 내가 정하는 데 가능하겠어? ”
“ .. 비겁해 ”
“ 태어나보니 신의 아들이었지 뭐야~ ”
태어날 때 재수도 좀 갖고 태어나지 뭐 저렇게 재수 하나 없이 태어났냐 진짜 확 내쫒고 싶다..
” .. 그래서 그쪽 성함이 뭐냐구요 “
” 내 이름 좀 비싼데 “
” .. 됐어요. 알고 싶지도 않아 “
” .. 준 “
” 뭐요? “
그때,
삐이잉,
” 아..!! 죽었어.. “
” .. 됐다. 됐어 “
결국 지친 난 뒤돌아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 했고
그때,
스윽,
“..!!”

“ 최연준이야, 내 이름 ”
언제 순간이동도 한 건지 내 앞에 가까이서 얼굴을 들이밀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신이었다.
“ 신도 이름이 있긴 있네요 ”
“ 그럼 우리 아빠도 날 불러야 할 거 아니야 “
” 그럼 아버지 성함도 최씨세요? “
” 그건 몰라 “
” 예? “
” 한 번도 우리 아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거든 “
” 아.. “
하긴 그쪽 세계 사람들도 다 신이라고 불렀겠지.. 그럼 저 사람 이름을 아는 것도 나 혼자일려나
“ 그럼 그쪽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지금은 나 혼자에요? ”
“ 그치 “
” 뭐 어렸을 때 같이 일한 분들은 알거 아니에요 “
” 난 태어났을 때부터 ’후계자‘ 그렇게 불려왔어 “
” .. 그거 좀 유감이네요 “
” 이제부터 니가 불러주면 되지 뭐 “
” 싫은데요? “
” 아 왜~! ”
“ ㅋㅋㅋ 장난이에요. 삐지지 마요 “
” .. 그럼 그렇게 불러주는 건가? “
"..?"
” ㅎ.. “
이상하게 음흉한 표정을 짓고는 나를 쳐다보는 최연준씨였다. 뭐야 저 기분 나쁜 웃음은..?
” 연준오빠 “
” ? 미쳤어요? “
” 아니 내가 너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데~ ”
“ 할아버지라면 불러드릴 수 있어요 ”
“ .. 됐어 그냥 부르지마 “
” 그게 더 좋을 듯 “
” … “
그렇게 삐친 최연준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난 방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바닥을 쿵쿵 치는 소리가 들렸다.
신이 참 삐지기도 잘 삐진단 말이지
잠시 후,
똑똑,
“ 누구세요? ”
“ 연준인데요.. ”
“ 열어요 “
덜컥,
” 오.. 나 너 방은 처음이야 “
” 웃기지마요. 첫날에 나 올려둔거 그쪽이잖아 “
” 들켰네? “
” 지금보면 참 신이랑은 안 어울리는거 알아요? “
어떻게 저런 사람이 신이지..? 그래서 그렇게 운명들은 하나 같이 다 변태적인 건가
” 장난이고 밥 안 먹어? “
” 딱히 안 먹고 싶은데요 “
” 왜..? “
” 아니 그쪽 혼자 드시면 되잖아요 “
” .. 밥은 다같이 먹어야 맛있는건데.. “
” … “
” 응? 한 번만.. “
” .. 에휴 알았어요, 뭐 먹을건데요? “
“ 나! 고기 먹고 싶은데 “
” 기각. 돈 없어요 ”
알바로 간신히 핸드폰 요금 내는 한낮 대학생에게 뭘 바래..
“ 돈이 왜 필요해? ”
“..?”
“ 내가 신인데 ”
“ 아.. ”
잊고 있었다. 내가 동거하는 존재가 신이라는 것을
그럼 생각보다 쓸모가 많겠는데..?
“ 너 방금 나 돈줄로 생각했지? ”
“ ㅎㅎ 우리 고기 사러 갈까요? ”
“ 갑자기 다정하니까 이상해.. ”
그렇게 우린 함께 고기를 사러 가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 음.. 이게 좋겠다 ”
“ 고기 사고 있어요. 다른 것도 좀 사올게요 “
” 그래, 조심하고 “
” 네~ “
혹시나 모를 상황에 호신용품을 들고 나왔지만 솔직히 좀 무서웠다. 모든 운명들이 날 죽이려 든다는 게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다들 모를테지만
그렇게 난 채소코너로 갔고 깻잎과 상추를 담았다. 이제 소스들만 사면 되겠지
난 소스코너로 이동해 여러 소스들을 골라 담았고 뒤돌아 다시 고기코너로 가려는데,
“ 뭐야.. 왜 여기 아무도 없어? ”
이상하게 뒤엔 아무도 없었고 그냥 그 주변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난 직감했다. 다시 한 번 죽음이 내게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그때,
쿠쿵쿵,
” 미친.. “
옆에 있던 선반이 모두 흔들리더니 소스들이 하나 둘씩 떨어졌다. 참기름, 쌈장, 간장 등 그 위에 있던 모든 소스들이 다 떨어졌다.
그 순간,
쿵,
“..!!!”
내 옆에 있던 선반 하나가 내 쪽으로 넘어지려했고 난 그대로 놀라 주저 앉았다. 너무 놀라 신의 이름도 외치지 못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스윽,
꼬옥,
“..!!”
순간적으로 따스한 온기가 내 몸에 전해졌고 익숙한 향이 났다.
내가 안김과 동시에 그 선반은 넘어졌다. 그 선반은 그대로 넘어져 최연준씨 어깨를 강타했고 생각보다 큰 파열음이 났다.
“ 다행이다. 늦을 줄 알았어 “
” ㄱ..괜찮아요? ”
” 내가 괜히 신이겠어? ”
이 사람이 신이라서 망정이지 내가 맞았으면 진짜 죽을 위기였다. 아니 그리고 아무리 신이라도 그렇지 진짜 괜찮은 거 맞아?
“ 하.. ”
스윽,
"..!! "

” .. 다행히 다친데는 없는 것 같네 “
” … “
두근,
두근,
많이 놀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고 얼굴도 화끈해지는 느낌이었다.
“ 일어날 수 있겠어? ”
“ .. 네? ”
“ .. 안되겠다 “
스윽,
"..!! "
” 별로 안 좋아할 거 아는데, 일단 이대로 여기 좀 나가자 “
최연준씨는 날 공주님안기로 안았고 그대로 소스코너를 나왔다.
그렇게 우린 산 것들을 계산해 마트를 나왔고 난 마트를 나와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집으로 와 난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갔고 최연준씨는 사온 것들로 요리를 하는 것 같았다.
“ 아까는.. ”
진짜 아까는 왜 그렇게 심장이 뛰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너무 놀라서 그래서 심장이 뛰었다고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아니면 말이 되지 않으니까
그때,
“ 나와~! ”
“ … ”
최연준씨의 소리가 들렸고 또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아니 왜 이래 아까부터 자꾸..
난 부엌으로 나가 식탁에 앉았고 최연준씨는 구운 고기를 잘라 내 앞에 놔주었다.
“ 맛있네요 ”
“ 그치? 내가 요리를 좀 잘해 ”
“ .. 아까 맞은데는 괜찮아요? ”
” 당연하지. 내가 괜히 신이겠냐니까 ”
“ .. 아까는 고마웠어요 “
” 어? “
” 구해줘서 고마웠다구요 “
” .. 다음부턴 좀 빨리 불러줘, 오늘 하마터면 늦을 뻔 했어 “
” 알았어요 “
” 고마우면.. ”
“..?”
“ 나 이름 한 번만 불러주라 ”
“ … ”
이름으로 불리는 게 소원이라니까 좀 안타까웠다. 우린 정말 평범하고 늘 그래왔던 것인데, 인간이 누려온 것을 신이 누리지 못했다는 게 좀 슬펐다.
지금껏 그저 그의 존재가 그의 정체성을 대신해온 느낌이라 한편으론 좀 외로워보이기도 했고
그냥, 그랬다.
“ .. 오늘 하루 고마웠어요 ”
“ … ”
“ 최연준씨 “
“ .. 와 “
"..?"

“ 이거.. 생각보다 더 기분 좋다 “
” … “
그의 웃음이 처음으로 얄미워보이지 않은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