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궁금한 거 하나 있어요 “
” 뭔데? “
” 여러 종류의 운명이 있잖아요 “
” … “
” 그럼 진짜 운명의 상대라는 게 정해져 있어요? “
” .. 몰라 “
” 예? “
” 운명은 다 내가 혼자 짜고 치는 판인 줄 아는데, 난 그저 상황을 정할 뿐이지 그에 따른 선택은 본인이 하는거야 “
” … “
” 너와 내가 묶인 건 물론 그 할망구짓이지만 “
“ .. 그 얘기하지마요. 화나니까 ”
“ 화까지 날 건 아니잖아..! ”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운명들도 다 정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뭔가 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다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같은 느낌일 것 같다.
” 그럼 우리 운명은 아무도 모르는거네요? “
” 뭐, 그렇지 “
” 내가 죽는지 안 죽는지 몰라요? “
” .. 몰라. 그래서 항상 니 옆에 있어야 하는거고 “
” 신은 다 알고 있어서 제일 쎈 존재인 줄 알았는데 “
” 다 알아도 좋을 거 없어 “
” 왜요? “
” .. 슬픈 결말은 알아도 몰라도 슬픈 거랑 똑같은 거지 “
” … “

” 그냥 얼마나 더 긴 시간을 슬퍼하느냐 그 차이일 뿐이지 “
” … “
이상하게 슬픈 얼굴을 하는 최연준씨였다. 처음보는 그의 표정에 나는 왠지 모르게 미안해졌다. 괜히 무거운 이야기를 물어본 것 같아서
생각보다 신이라는 존재도 마냥 좋은 것 같진 않아보인다. 정작 당사자는 이런 이야기보다 민트초코 이야기를 더 신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 아 맞다. 나 이따가 어디 가야해요 ”
“ 주말인데 왜? ”
“ 학생회 회식이요. 빠지면 죽여버린다고 해서 가야해요 ”
“ 누가 널 죽이겠데? ”
“ 아니 어.. 그니까 ”
“ 안되겠다. 나랑 같이 가 ”
“ 네? 예? 진심이에요? ”
“ 그럼 당연하지 ”
잠시 후,
“ 아니 진짜.. 왔네? ”
“ 우와.. 여기가 술집이야? ”
“ 술은 마셔봤죠? ”
“ 당연하지. 주로 우린 포도주를 마셔 ”
“ 아 그 재능에 축배를~ 그거? ”
“ .. 아니야 ”
아니 그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그거 아닌가..? 아무튼 나와 최연준씨는 함께 술집으로 들어갔고 역시나 모두의 시선은 우리에게로 향했다.
여자 선배들은 최연준씨를 보자 수군대기 시작했고 남자 선배들은 남자친구를 데려오면 어쩌냐고 떠들었다.
” 에이~ 여주! 너 이런 데 남자친구 데리고 오면 안돼! “
” 아하하.. “
그렇게 나와 최연준씨는 함께 자리에 앉았고 역시나 많은 여자 선배들은 우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래서 안 데려오려고 한 건데.. 잘생긴 건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이 몰릴 것 같았다.
“ 저기.. 진짜 여주 남자친구세요? ”
“ 아하하.. ”
사전에 내가 시키는 말 빼고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일러둔 덕분에 큰 사고는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진짜 안 날 줄 알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수록 취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나 역시 취하는게 느껴졌다. 최연준씨는 이상하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고 그저 내쪽을 조용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 뭐야.. 안 마셔요..? ”
“ ((끄덕)) ”
“ 나랑 말할 땐 말해도 돼 “
” .. 둘 중에 하나는 제정신이어야 집에 갈거 아니야 “
” .. 인정 “
“ 이제 그만 마셔. 속 다 버린다 ”
“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거 아니에요 ”
그때,
” 어어~ 여주 잔이 비었네~? “
” 네? 아 저 이제 그만 마시..ㄹ “
주르륵,
탁,
” 뭐에요? “
” .. ((도리도리)) “
” 주지 말라고? “
” .. ((끄덕)) “
” 근데 아까부터 왜 말을 안 해요? “
” … “
” 여주 남자친구 분? “
” … “
” 계속 말 안하시면 술 더 따라요? “
” … “
악질 선배 한 명이 계속해서 내 잔에 술을 따랐고 최연준씨의 동공엔 대지진이 일어나있었고 날 쳐다보았다.
난 눈으로 계속해서 말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고 최연준씨는 역시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눈빛이었다.
그때,
탁,
“..?!!”
“ … ”
최연준씨는 가득 찬 내 술잔을 가져가더니 그대로 자신의 입으로 부어버렸고 그 일은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 최연준씨? “
스윽,
탁,
“ ..? 살았어요? ”
“ .. ㅎ 살았지 ”
죽었다. 확실히 죽어버렸다. 술을 안 마신 이유는 그저 자신이 알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최연준씨는 술 한 잔에 완전히 맛이 가버렸고 결국 내가 그 사람을 부축해서 술집을 나왔다. 아오씨..
“ 하나는 제정신이여야 한다는 게 나일 줄은 몰랐네 ”
“ ..우으 ”
“ 정신이나 얼른 차려요 ”
“ … ”
“ .. 에휴 ”
체급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난 결국 편의점 의자에 그를 내려놓았고 최연준씨는 뭐가 좋은 건지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 뭐 좋은 일 있어요? 왜 자꾸 혼자 웃어 ”
“ 좋은 일? 있지! ”
“ 뭔데요? ”
“ 음.. 이리 와봐 ”
스윽,
“..?”
“ .. ㅎ ”
탁,
“ ㅁ..뭐하는거에요? ”
“ 아구 예뻐.. 너무 예뻐 ”
“ .. 진짜 미친거에요? “
갑자기 내 양볼을 잡더니 쭈욱 늘리며 연신 예쁘다는 말만반복했다.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건가..?
” 아 아파요..! “
” 아이 예뻐라~ “
” 미쳤네 진짜로 “
그때,
탁,
“..?!!”
“ … ”
“ 뭐해요..? “
최연준씨는 갑자기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이 금방이라도 사고 날 것 같은 느낌은..?
“ ㅁ..뭐하냐구요 “
“ .. 예뻐서 ”
“ 네..? ”
“ 가만히 있어봐. 자세히 좀 보게 ”
“ … ”
“ … “
촉,
그 순간 최연준씨의 입술이 내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 떼졌고 당황한 나는 놀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고였다. 아주 큰 사고였다
” ㅁ..뭐하는 짓이에요?! ”
“ .. 니가 ”
“ … ”

” 너무 예뻐서~ “
이 신을 내가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진짜 없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