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5화 # 질투해? 질투해!

“ 근데 여기 니 옆에 얘는 누구야? ”

“ ..?!! 그건 또 어디서 꺼냈어요?!! ”

“ 이거? 아까 저기서 ”


최연준씨는 언제 또 내 방에 들어갔다가 나온건지 내 중학교 졸업앨범을 들고 있었고 아주 당당하게 내 앨범을 보고 있었다. 

다들 몰랐겠지만 난 고등학교 때 살을 빼서 현재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즉 중학교때까지는 내가 생각해도 끔찍했다 이거지

심지어 안경 도수도 높았어서 눈도 완전 콩알만했다.

나의 흑역사를 함부로 열다니.. 진짜 언젠간 내가 꼭 저 놈을 죽이고 말겠다


“ 그래서 얘 누구야? ”

“ .. 남사친이요 ”

“ 남사친 누구? ”

“ 최범규라고 그 놀랍게도 20년간 친구인 미친놈 하나 있어요 ”

“ … ”

“ 근데 갑자기 걔는 왜요? ”

“ .. 얘 마음에 안 들어 ”

“ 그만 보고 얼른 제자리에 갖다놔요 “


맘에 안 들면 어쩔거야, 걔도 결국 자기가 만든 거면서 자기 손재주를 탓하던가

아 잘생겼으니 손재주는 좋은건가?

인정하긴 싫지만 얘가 얼굴이 좀 괜찮게 생겼다. 그래서 여자애들이 아주 주변에 들끓었었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모솔이다. 

모솔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놈은 재수없다.


그때,

띠리링,


” ..? 와 이거 호랑이인가? “

"..?"


마침 그 순간 최범규에게 전화가 왔고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 뭐야 이거..?


” 여보세요? “

” 오랜만이다~ “

” 오랜만 좋아하네, 한 달전에 봤잖아 “

” 고등학교때까지 맨날 붙어다닌 사이에 한 달은 오랜만이지 “

” 전화한 목적이나 말해라 ”

“ 이 오빠 오랜만에 서울 왔는데 놀자고 “

” ..?! 너 서울이야?! “

” ㅎㅎ 엄마한테 허락 받고 놀러왔지 “

” 미쳤네.. 일단 알았어 “


뚝,


” 뭐야, 누군데? “

” 놀랍게도 아까 그쪽이 물어본 얘요. 서울 왔다고 같이 놀재요 ”

“ .. 안돼 “

” 예? “

” 어차피 너 나갈거면 나랑 같이 나가야하잖아 “

” 나 혼자 간다는 말 아직 안 했어요 “

” 아직이지..! 할거였잖아 “

” 들켰네..? “


나랑 며칠 지내더니 나의 패턴을 파악했다. 사실 당연히 나 혼자 갈 생각이었어서 말할 생각조차 안했다.


“ 나랑 갈거 아니면 너 못 나가, 안돼 ”

“ 아 얘랑 노는 거 진짜 오랜만이란 말이에요 ”

“ 오랜만 아니라며 아까 ”

“ .. 그건 또 언제 들었대 ”

“ 안돼! 아무튼 ”

“ 아니.. 아 진짜 ”

“ 그럼 여기로 불러 ”

“ 집이요? ”

“ 응! ”

” 뭐.. 그럼 그러죠 “

“ 어..? ”


어차피 최범규한테는 청소해주시는 분이라고 소개하면 되니까 별 문제 없겠지. 얘가 단순해서 워낙 잘 속는다

잠시 후,

띡,띡,띡,


” 아 왔나봐요 “

” 비밀번호도 알아..?! “

” 얘가 그쪽보다 먼저 여기 왔었으니까요 “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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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 이 오빠 왔다~!! “

” 오빠 좋아하시네. 나보다 생일만 빠른 놈이 “

“ ㅎㅎ 오랜만인데 말하는 꼬라지가 참 살벌하구나 ”

“ 오랜만이라 니가 적응을 못 하는거겠지~ ”

” 뭐 .. 근데 저 분은 누구셔? 못 보신 분 같은데 “

” 아 나는 얘 남..ㅍ “

” 청소해주시는 분, 나 청소 잘 안하는 거 알잖아. 그래서 최근에 좀 부탁드리고 있어 “

” 그래도 너 혼자 사는 집인데 남자 분은 좀 그렇지 않아? “

” 오늘따라 이상하게 걱정이 많다? 그거 오지랖이야 “

” 허.. 넌 걱정해줘도 난리냐 ”


급하게 최연준씨의 말을 가로막고 소개했다. 남편 같은 소리하네 내가 이 나이에 미친소리 들을 일 있어? 그리고 나랑 결혼도 안 했으면서


“ 일단 뭐 좀 먹을래? 밥 먹고 왔냐? “

” 아니.. 지금 너무 배고파 ”

“ 기다려봐. “


난 냉장고에서 파스타 재료를 꺼내 빠르게 크림파스타를 만들었고 최범규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배고팠나보네

옆을 슥 보니 최연준씨는 무표정으로, 아니 화가 난 표정으로 최범규의 뒷통수가 뚫어져라 째려보고 있었다.

화난 오리 같은 그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야 설마 저거 질투하는 건가

하긴 내가 최연준씨한테 뭘 만들어준 적은 거의 없으니까


” 아~ 배부르다 “

” 후식 먹을래? “

” 아이스크림 있냐? “

” 당연히 있지 “

” 역시~ 나는 초코맛으로 부탁해 ”


어제 봤었던 아이스크림들을 생각하며 난 냉동고를 열었고 옆 아이스크림 칸을 확인했다.


” 엥..? 이게 뭐야 “

” 왜? “


다양하던 아이스크림들은 전부 민트초코로 바뀌어있었다. 하필 최범규는 민트초코 극불호인 놈이고 난 극호다.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먹어야겠네


” 아이스크림이 민트초코 밖에 없다. 너 먹지 말라는 뜻인 듯 “

” 허.. 아니 민트초코를 왜 사? “

” 내가 산 건 아닌데 뭐 난 좋으니까 “


결국 나 혼자서 아이크스림을 먹었고 최범규는 음료수를 주었다.


” 너 언제 올라가? “

” 이따 저녁에 “

” 그럼 영화나 하나 보고 가 “

” 아 맞다, 너 스크린 샀지? “

” 진짜 좋거든? 내가 올해 산 것중에 베스트야 “

” 그럼 다 보고 나 역까지 배웅해주는거야? “

” 뭐.. 오랜만에 왔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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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뭐야 뭐야~ 나 감동이야 “


스윽,


” 은근슬쩍 앵겨붙네 또 “

” 너랑 나 이래도 이젠 애들이 별 생각 안 해 “

” 그래 이게 니 버릇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오해도 안하지 “

” ㅎㅎ 내가 좀 사랑둥이인 편이야 ”

“ 내가 개소리는 못 알아 들어 ”

“ .. 나쁜놈 ”


그때,

쿵,


” ..?! 뭐야 “

” 아 깜짝이야.. “


최연준씨는 자신의 방문을 세게 닫으며 들어갔고 나와 범규는 당황했다. 뭐야 삐진거야..?


“ 왜 저러시지..? ”

“ 바람 때문에 세게 닫힌 걸꺼야 ”

“ 바람..? 창문 다 닫혀있는데 ”

“ 그냥 그렇구나 해 ”

“ 아.. 응 ”


그게 아니면 저 신이 널 진짜 가만 안 둘지도 모르거든.. 일단 난 가만 안 둬질 것 같다.. 응..

그렇게 최범규와 오랜만에 함께 영화도 보고 플스도 하며 놀았다. 어느덧 버스 시간은 가까워져있었고 최범규를 역까지 배웅해준 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혹시 몰라 후라이팬 챙겨간 건 안 비밀..^^

집에 오니 방에서 나와 티브이를 보고 있는 최연준씨가 보였고 아직도 화가 난건지 무표정이었다.


“ 최연준씨..? 화 났어요? ”

“ 화 안 났어 ”

“ 표정이나 풀고 말해요.. 개그프로 보는데 표정은 왜 다큐멘터리야.. “

” .. 몰라 “

” 아 진짜.. 왜 그러는데요 “

” 걔한테는 파스타도 만들어주고 웃어주고 이름도 불러주고..! 나는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막 “

” 아니 그거는 최범규가 오해하면 안되니까 “

“ 왜 오해하면 안되는데..?! “

” 그거야 걔가 우리 엄마한테 말하면.. 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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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랑 결혼 안 할거야? “

” 예?! “


아니 갑자기 왜 얘기가 여기로 튀어?


“ 내 신부 하겠다며, 근데 걔가 오해할 게 뭐 있어? ”

“ 그건.. ”

“ 몰라! 너 진짜 미워 ”


결국 또 다시 방으로 들어간 최연준씨였고 난 어쩔 줄 몰랐다. 아니 이걸 뭐라고 달래야 돼..?

생각보다 더 심하게 삐진 최연준씨를 달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고 그렇게 날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