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205

14화. 우리가 선택한 방식

기사는 생각보다 빨리 묻혔다.

 

 

며칠 동안은 시끄러웠다.

댓글, 추측, 확대된 사진.

그리고 수많은 “누군데?”라는 말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연준 측은 입장을 내지 않았고,

호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갔다.

 

 

여주는 그대로 호텔에 남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평소처럼 출근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했다.

 

 

다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이 일이 그냥 지나갈 일은 아니라는 걸.

 

 

그래도 괜찮았다.

도망치지 않기로 했으니까.

 

 

 

 

며칠 뒤.

프론트 데스크.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고,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연준.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

여주는 평소처럼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연준이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

“…최민호입니다.”

 

 

짧은 순간,

둘 사이에 조용한 공기가 스쳤다.

 

 

여주도 작게 웃었다.

“예약 확인됐습니다.”

 

 

카드키를 건넸다.

“객실 1205호입니다.”

 

 

손이 스쳤다.

아주 잠깐.

하지만 이번에는—

둘 다 아무렇지 않았다.

 

 

 

 

그날 밤.

퇴근 후.

여주는 자연스럽게

그 카페로 향했다.

 

 

문을 열자—

연준이 먼저 와 있었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여주를 보자 바로 고개를 들었다.

 

 

“…오셨네요.”

“…네.”

 

 

여주는 맞은편에 앉았다.

이제는 이 시간이 익숙했다.

 

 

“오늘은 제가 살게요.”

여주가 말했다.

 

 

연준이 웃었다.

“이유는요.”

“…그냥요.”

“…그냥은 이유 아니잖아요.”

 

 

여주는 웃었다.

“그 말, 누가 먼저 했는지 기억 안 나요?”

“…기억나요.”

 

 

커피가 나왔다.

잠깐, 아무 말도 없는 시간.

 

 

그런데 이상하게—

이제는 그 정적이 편했다.

 

 

 

 

“오늘은 어땠어요?”

연준이 물었다.

“…그냥 평소랑 비슷했어요.”

“괜찮으셨어요?”

 

 

여주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완전히 괜찮진 않았는데,

견딜 수는 있었어요.”

 

 

연준이 시선을 내렸다.

“…미안합니다.”

“왜요.”

“그 일—”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선택한 거예요.”

 

 

짧은 정적.

그리고, 여주가 덧붙였다.

“…그래도, 혼자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여주 씨.”

“…네.”

“이제—”

잠깐 멈췄다.

“…헷갈릴 일은 없겠죠.”

 

 

 

 

여주는 작게 웃었다.

“…없어요.”

“확실하죠.”

“…네.”

 

 

짧은 침묵.

그리고— 여주가 먼저 말했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잠깐 망설이다가—

“…왜 저예요.”

 

 

연준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엔, 조금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가 천천히 말했다.

“그냥 편해서였어요.”

“근데 계속 보니까…”

 

 

“…편한 게 아니라,
여주 씨랑 있으면 내가 덜 신경 쓰이더라고요.”

 

 

“…무슨 뜻이에요.”

 

 

“다른 데서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그는 작게 웃었다.

“…여주 씨 앞에서는

그런 거 안 하게 돼요.”

 

 

여주는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저는—”

 

 

잠깐.

“…연준 씨가 저를 편하게 두지 않아서요.”

연준이 멈췄다.

“…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직원으로 보는데—”

여주는 말했다.

“…연준 씨는 계속 저를 보려고 해서요.”

 

 

짧은 침묵.

“…그래서 신경 쓰였어요.”

 

 

그리고—

여주가 말했다.

“…계속 보실 거예요?”

 

 

 

 

연준은 바로 대답했다.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여주는 작게 웃었다.

“…그럼 저도요.”

 

 

[에필로그]

일주일 뒤.

카페.

같은 자리.

 

 

“오늘도 같은 걸로 드릴까요?”

“…네. 똑같이요.”

 

 

“질리지 않으세요?”

연준이 웃었다.

 

 

“질릴 이유가 없는데요.”

“…왜요?”

 

 

여주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같이 있는 사람이 다르니까요.”

 

 

잠깐.

연준이 웃었다.

“…그 말, 반칙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이제는 괜찮죠.”

 

 

카페를 나왔다.

둘은 나란히 걸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손이 스쳤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연준이 조용히 물었다.

“…잡아도 될까요.”

 

 

 

 

여주는 그를 봤다.

그리고—

“…네.”

 

 

짧은 대답.

그걸로 충분했다.

손이 맞닿았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몇 걸음 뒤—

여주가 말했다.

“…연준 씨.”

“네.”

 

 

“…우리, 사귀는 거 맞죠?”

 

 

 

 

연준이 웃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