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앞 거울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이미 방 안에는 여러 옷들이 널브러져 있다.
태산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입으면 얼마나 잘 입는다고 저러냐..."
"넌 뭐하길래 그렇게 차려입었냐?"
"나? 하늘이랑 데이트하려고. 오늘 카운트다운까지 하고 늦게 돌아올게."
오늘은 12월 31일이다.
태산도 자기 여친이랑 시간을 보낸다는데 내가 내 남친이랑 새해를 맞이하지 않을 리가.
바로 상혁이를 초대했다.
그런데 집에서 입을 수 있지만 예쁜 옷이라...
그런 건 내 옷장에 없다.
집에 있는 나를 볼 사람은 가족들밖에 없었으니까...
결국 티셔츠 하나를 입었다는...
띵동- 띵동-
"앗, 벌써...!"
급하게 현관문으로 달려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상혁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보는 내 얼굴이 너무 환해서 그랬나...
"아... 뭐하지..."
한태산도 없이 둘이서만 집에서 만난 건 처음이다.
늘 태산 덕분에 상혁은 게임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음... 보드게임! 루미큐브 하자!!"
"그래!"
나는 방에서 보드게임을 꺼내왔다.
전에 상혁과 같이 했다가 처참하게 발린 게임이다.
"이번엔 이길 수 있겠어?"
"당연하지!"
"그러면 이기는 사람 저녁 메뉴 정하기, 콜?"
"콜!! 바로 가!"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내기를 했으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가능성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 바람에 내 패는 계속 늘어만 갔고...
"끝!!"
상혁은 머리 위로 패 거치대(?)를 들었다.
"악 또 졌어!!ㅠㅠ 이제 그냥 영화나 보자..."
"ㅎㅎ... 그러면 영화는 네가 보고 싶은 거 보자!"
"나이스!!"
빠르게 TV를 켜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틀었다.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상혁을 따라 나도 올라갔고,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스윽-
상혁이 내 머리 뒤로 팔을 뻗었다.
"팔베개 해줄게. 편하게 기대."
"팔 안 아프겠어?"
"응ㅎㅎ"
나도 따라 웃으며 그의 팔에 살짝 기대었다.
"넌 올해 언제가 제일 신났어?"
어느새 영화는 BGM으로 깔린 채, 우리 둘은 올 한 해가 어땠는지 이야기 중이었다.
"나는 너랑 갯벌에서 놀았을 때. 진짜 재밌었어."
"그래? 나는 바닷가에서 애들이랑 놀았을 때인데..."
"나랑 관련된 게 아니야?"
"아니... 뭐... 그때는 네가 같이 안 놀았으니까..."
나는 말을 얼버무리며 넘어가려 했다.
"사실 난 네가 내 손 잡아준 것밖에 생각 안 나."
"내가?"
"응. 어, 저 장면 중요한 거 아니야?"
"그렇네! 10초만 뒤로 가자..."
영화가 끝나자 창문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저녁 뭐 먹고 싶어?"
"닭강정!"
얼마 안 지나 상혁이 시킨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진짜 맛있다... 역시 대상혁!"
"대상혁이라니//..."
상혁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었다.
"와... 이제 내년까지 한 시간 남았네..."
"그렇네..."
TV에서는 한 가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거 맞음!(?))
한참 노래를 듣다 보니 벌써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주위에 있던 쿠션 하나를 끌어안고 기대했다.
새해를 상혁이, 내 남자친구랑 보낼 수 있다니!!
"... 우리 사귄 지 얼마나 됐지?"
상혁이 갑자기 질문했다. 나는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대답했다.
"몇 달 됐겠지?"
"신기하다... 작년 이맘때는 너랑 새해를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했었거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중3 이상혁이 상상이 돼 웃음이 나왔다.
난 작년 이때 내가 널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1분! 50초!"
TV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 태리야. 할 말 있는데..."
"응?"
"... 아, 아니다..."
상혁이 잠시 머뭇거린 사이, 12시가 되었다.
TV에서는 폭죽이 터지고 윗집에서도 소음이 나는 것 같았다.
"새해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너도!!"
"그리고..."
"응?"
"... 키스해도 돼?"
그날 새벽
새벽 3시쯤, 태산이 집에 돌아왔다.
우리 둘은 다른 영화를 돌려보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채, 귀는 새빨개져 있었다.
"너희 둘 뭐 했어?"
둘 다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라;;"
"... 아무것도 안 했어..."
"그렇다기엔 둘 다 토마토 됐는데?"
태산은 상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너 설마 한태리랑..."
"뭐? 아니?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거든?!"
"하..."
태산은 상혁을 경멸하듯이 바라봤다.
"그, 그럼 너는?"
나도 같은 입장이기에 태산에게 뭐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너랑 상혁이보단 건전했어."
"우리가 뭘 했다고?"
"아니다... 난 잘 테니까 니들은 같은 방에서 자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우리 둘은 결국 눈도 한 번 못 맞춰본 채, 새해 첫날 밤을 보냈다.
...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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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동네에 사는 또 다른 한 명...
"안돼!!! 내가 왜 고등학생이냐고오!!!ㅜㅜ"
그 아이는 절망했다.
앞으로 자신이 누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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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제 첫 작품이 진짜 끝나게 됐네요...
얼마 안 되지만 부족한 이 글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면 오늘도 좋운학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