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3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행복한 시간은 빨리 간다는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의 말이 맞았다. 13명과의 생활은 그 어떤 때보다 행복했다. 어느새 벌써 오디션 날이었다. 시작은 10신데, 2시간 일찍 일어났다. 이때까지 열심히 하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아직 멤버들이 자고 있어서 조용히 소리를 낮춰 노래를 연습한다

“아침부터 열심이네.”
photo

슈아 오빠였다. 내 방 바로 옆이라서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 모양이다.

“깼어? 미안… 마음이 너무 초조해서”

“아냐. 원래 일어날 시간이었어.
그렇게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

내 말에 기특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응,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응원할게”

이런 사람이 옆에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편안해진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다. 자신의 말을 한 마디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다들 포기하는 거니까.

“응, 고마워, 오빠. 아, 오늘 오빠가 태워주나?”

이래봬도 아직 열여덟이라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운전 면허 역시 없는 상태라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멤버들에게서부터 받는 용돈은 한 달에 5만원. 교통비까지 포함된 돈이다. 오빠들은 더 주고 싶어했지만 난 단호하게 거절했다. 의식주를 오빠들이 책임져주는데 내가 더 받을 순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족하면 말하라는 말과 함께 그들도 겨우 승낙했고.

“왜, 내가 데려다줬으면 좋겠어?”
photo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모든 것이 좋았기에.

“아쉽다. 오늘은 정한이가. 이번 당번은 정한이”

“당번?”

“너 데려다주는 거, 그것도 돌아가면서 하거든.”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 살짝 웃는다.

“그럼… 미자 멤버 당번일 땐 대중교통 타고 가?”

내 말에 지수 오빠는 설레게 웃는다. 내가 퍽 귀여웠던 모양이다.

“아니야. 운전면허 있는 사람만 돌아가”

“오올, 알았어.”

언제 들어왔는지 준휘 오빠와 정한이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앞에 오올은 무슨 뜻일까”

“음… 상상치도 못했던 당번제라
 게다가 오늘 당번이 정한이 오빠인 것도 상상 못했고.”

“와, 내가 그 정도야?”

“응”
photo

난 대답도 안 했는데 준휘 오빠가 옆에서 대답한다. 이러다 정한이 오빠 삐질라.

“에잇, 나 안 데려다줄래”

역시나. 승철이 오빠한테 최또삐, 최또삐, 하지만 정한이 오빠도 잘 삐진다. 승철이 오빠한테 뭐라할 게 아니라니까

“그래라, 그럼. 지수 오빠 오늘 시간 어때?”

“비어. 데려다줄까?”

승철이 오빠와 달리 정한이 오빠는 삐지면 오히려 더 삐지게 하면 풀린다. 친구 맞는지 진짜 다르다니까.

“싫어. 내가 데려다줄거야.”

역시, 풀릴 줄 알았다니까.

“알았어요. 오늘 잘 부탁할게요~”

약간 장난을 쳐본다. 정한이 오빠는 존댓말을 썼다고 싫어하는 눈치지만. 왜 이렇게 삐지는 게 많냐. 에라, 기분이다. 정한이 오빠 손 잡아줄게. 손을 잡자 준휘 오빠와 지수 오빠의 눈엔 쌍심지가 켜졌고, 정한이 오빠의 올라가는 입꼬리는 귀여웠다. 그의 손을 잡고 거실로 나오니 모든 멤버들이 쇼파며, 바닥이며, 식탁 의자며 다들 앉아 있었다.

“아, 오늘 오디션이구나. 수능도 얼마 안 남았네…”

수능도 안 칠 한솔이 오빠가 한탄한다. 사실 지금 수험생이라면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연예인들 중에서도 수능 치는 사람 있는데, 그 사람들도 아마 빡세게 공부할거야.

“응, 앞으로 5일 남았어. 난 공부 안 할 거지만”

아, 승관이 오빠 빼고. 저 오빤 공부 안 하면 내일 세상이 무너진대도 공부 안 할 사람이야. 차라리 그냥 죽을게~ 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그게 뭐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다 형 망할텐데요”

승관이 오빠를 형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인 찬이가 말했다. 요즘 형이라고도 잘 안 부르는 것 같던데. 이러다 그냥 친구 먹겠어.

“신경 안 써. 난 이미 데뷔했는걸”

“그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내 말에 승관이 오빠는 쓸데없이 감미롭게 노래를 부른다.

“그게 나야♪♪”
photo

그래 뭐, 노래만 잘 부르면 됐지. 하지만 옆의 승철이 오빠는 반대 의견인 것 같지만.

“여주 좀 본받아라, 미자야.”

승관이 오빠는 승철이 오빠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냥 여전히 계속 신날 뿐이다.

“괜찮아, 괜찮아. 안 죽어. 어떻게든 되겠지”

승관이 오빠가 말하자마자 승관이 오빠 옆의 민규 오빠가 말한다.
“뭔가 그 말투는 내가 여주 놀릴 때 써야하는
말투 같은데”

그러게, 나도 속으로 동의했다. 저렇게 비아냥에 가까운 대꾸는 민규 오빠가 나한테 쓰는 말투였으니까.

“시끄러워. 평소엔 잘 일어나지도 않는 새끼들이
왜 일어나고 난리를 치냐.”

승철이 오빠의 말에 100번 동의요. 오랜만에 스케줄도 없는 날인데 다들 늦잠 좀 자지. 계속 연습이네, 녹음이네 피곤했을텐데. 아, 물론 내가 시끄러워서 더 자라는 말은 아니다.

“여주 응원하려고 일어났어.”
photo

원우 오빠의 저 스윗한 말 어떡할거야, 진짜… 눈이랑 목소리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사랑해요, 오빠…

“와, 난 아님. 그냥 눈이 떠짐.”

아 진짜, 원우 오빠 말 못 들었어요? 저게 모범 답안이라고요. 물론 민규 오빠가 나쁜 사람이란 건 또 아니지만.

“누가 뭐랬어. 근데 진짜 다들 일어났어…
원우 오빠처럼 다들 나 때문에 일어난 거면
좀 감동인데…”

“김칫국 마시고 앉았네”

민규 오빠… 오빠만 아니었으면 이미 한 대 치고도 남았다, 진짜. 22cm 키 차이 때문에 덤비지도 못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봐주면 좋을 거 같아서.
여주 너도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

“역시 우리 지훈이 오빠.
어떻게 내가 원하는 걸 딱 짚었대?”

지훈이 오빠는 설레는 눈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하… 진짜 녹는다, 녹아.

“그, 승우였나? 그 친구랑은 맞춰봤어? 얼마나?”

석민이 오빠가 확인차 묻는다. 이래봬도 저 장여주에요.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그건 기본이지. 아마… 20번은 넘게 만났을걸?”

내 말에 묘하게 분위기가 싸해졌다. 대체 왜?

“나… 뭐 잘못 말했어?”

photo

13명이나 되는 남자들을 불안한 동공으로 바라본다. 승철이 오빠부터 왜인지 응원법 순으로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아무리 연습 때문이라지만…”

“스무 번이나 넘게 만났다니…”

“뭔가 모르게 기분이 나쁘다?”

“그지, 묘하게 짜증나지?”

“아 씹. 그냥 다 짜증나…”

“분명 칭찬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묘하게 짜증나네…”

“뭔가 모르게 기분이 나빠…”

“아잇. 그냥 쿨하게 인정하자, 질투라고”

“숨기고 친구랑만 이래도 짜증나는데,
공개했으면… 캐럿들한테도 질투나는 거 아냐…”

“왜 다 남사친이지.. 여사친은 없나..
차라리 여자애면 신경도 안 쓴다…”

“여주는 나랑만 놀아야… 아, 이건 좀 아니고…”
photo

그들의 한탄 아닌 한탄을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체 내가 그들에게 누구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심지어 그들은 내가 그걸 못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심하게 잘 들었어요. 그리고 심하게 행복하네요.

“뭐야, 나 무슨 잘못했어? 그럼 말해줘”

“질투했다고 어떻게 말하냐”

석민이 오빠였다. 질투라는 단어에 힘을 특히 더 줘서.

“말했네, 질투했다고. 뭐야, 세븐틴 나 좋아했어?”

“좋아해. 근데 이성적인 건 아니야.
그냥 너라는 사람이 좋아”

준휘 오빠가 말한다. 가끔 이 오빠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별이 안 돼. 한국 발음도 너무 좋고 어휘 수준도 장난이 아니라.

“당연하지. 그런 쪽이었으면 내가 더 소름돋아…”

내 말에 왜인지 몇몇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방금처럼 13명 전원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인데… 대체 또 무슨 일이야…

“…”

“…크”

“…그러냐?”

“…그렇구나.”

“…소름까지 돋을 정도야?”

“…ㅈ,지훈이 형. 맞춰본다고 했잖아.”
photo

순서대로 지수 오빠-민규 오빠-원우 오빠-순영이 오빠-정한이 오빠-찬이. 왜일까. 그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건.

“아, 맞다. 여주야, 한 번 들어올래?”

“응, 그럴게”

하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쓸 틈이 없었다. 지금 내 모든 신경은 오디션으로 쏠려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