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15_소속사 2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어요
 제가 당했으니 할 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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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님은 잠시 굳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다.

“…고소 진행하고 싶어요?
아동 성폭력은 공소시효 없잖아요.
도와줄 수 있어요.”

정신적인 지지를 제공해줬던 세븐틴과는 달리 그는 현실적인 방법을 설명해준다. 그것도 한 기획사의 대표가 저렇게 말하니까 엄청 믿음직했다.

“곧 할게요. 그 때 도와주세요”

PD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빙긋 웃으며 다시 말했다.

“이걸, 어디 가서 말하는 거에 대해 제재를
걸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마음 양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요…”

그의 걱정은 너무 잘 알았다. 나도 꽤 고민했던 문제니까. 하지만 고민은 아주 짧았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걸 알려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쩌면 가해자가 자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아동 성폭력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나와 같은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줄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랬으니.

“이 상황 때문에 생기는 일이 무조건 한 번은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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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우선 세븐틴과의 일도 그런데”

“그런데 이걸 숨기기 위해
매번 다른 이유를 만드는 건 원치 않아요.
부끄러워해야하는 건 가해자고, 제 부모에요.
전 부끄럽지 않고, 과거를 받아들였으니
이제 괜찮아요, 정말.”

그래도 걱정스런 PD님의 얼굴에 결국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알겠으나 이제 걱정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데, 나는.

필요할 때는 거들 떠도 보지 않았고 심지어 존재 자체도 몰랐는데, 괜찮아지고 나서야 걱정이라.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귀찮았다.

“수익 걱정 하시는 거라면…”

“아니요. 마음 양을 걱정하는 거에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걱정이 귀찮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의 마음이 예쁜 것도 사실이니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열심히 도울게요.
같은 소속사인 가수도 이용해 먹으세요”

“ㅇ,아니 PD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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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절실하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의 진중함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아마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미래의 나의 가치를 봤기 때문이겠지. PD님은 미래의 인재를 알아보시는 선견지명이 있으시니까.

“…그럼 돈 얘기나 할까요”

급히 얘기 주제를 바꿨다. 이렇게 가다간 어색해서 있지 못할 것 같았다.

“아, 그럴까요. 저희는 우선 처음엔 6 대 4로 가다가
나중에 5 대 5로 가는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엄청난 계약 조건이다. 작곡, 작사, 편곡까지 다 하는 세븐틴보다 더 좋은 조건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정도의 잠재력이 내게 숨어있을까. 아직 내 대답은 NO인데

“…2년 동안 7 대 3으로 하다가, 6 대 4로 쭉 해요”

“아니… 이 계약조건을 반대하신다고요?
그것도 자신한테 불리한 쪽으로…?”

긴장해서 꽉 움켜쥐고 있던 폰을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지금은 세븐틴이 필요한 순간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은 나, 장마음으로 충분했다.

“전 연예계를 잘 몰라요.
그래서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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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얼마든, 이 때까지 만져본 적 없는
돈을 만질 텐데 아직 경제관념이 잘 서지 않았어요.
무조건 아끼는 거나 무조건 쓰는 것만 생각해서.”

물론 세븐틴이 벌어오는 수입으로 간간이, 아니 자주 쇼핑하긴 했지만 그건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막 쓴 거였다.
그걸 제지하는 이도 없었으니 흥청망청 썼다. 이런 내게 그 돈이 들어오면 다시 다 사회로 반환될 게 뻔했다.

“그럼 마음 양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PD님은 컴퓨터 문서 작업을 마무리 하시고 계약서 두 세트를 뽑았다. 하나는 회사용, 하나는 내 거 같았다. 호치켓으로 묶으니 꽤 두툼했다.

그래도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읽었다. 먼저 캐스팅할 정도로 극성이었던 회사라 그런지 내게 해가 되는 조건은 없었다.

“믿을게요, PD님”

“물론 믿으셔도 됩니다. 전 절대로 마음 양한테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진지한 PD님 얼굴에 조금 안심했다. 이 사람과 이 회사라면 믿을 수 있을 거 같아서. 피식 웃으며 사인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마음 양”

“재계약까지는 7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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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선은요.”

“그렇군요. 아, 근데 저한테 말 놓으셔도…”

“아아, 맞아. 마음 양 저보다 훨씬 어리잖아요”

“또 존댓말 쓰셨는데”

“이런 말 좀 그런데. 왜인지 반말을 쓰면 안 될 것 같았어.
아우라 장난 아니네, 마음아. 이거 너 욕 아니다”

“큭큭큭, 칭찬인 거 알아요.
제 캐릭터 그냥 아예 걸크로 가시죠”

“컨셉까지 생각을 해오셨네.
내 안목이 틀린 게 아니라니깐”

싱긋 웃었다. 왜인지 PD님도 내 덕질을 할 거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 저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봐도 될까요?”

“오오, 그럼요. 계약도 끝났고,
인사는 나중에 해도 되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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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요. 빨리 가봐요.
매니저랑 스타일리스트는 곧 붙여줄게요”

“감사합니다”

끝까지 존댓말 쓰며 존중해주시는 PD님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