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16_촬영장 1

좋은 곳과 계약했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와 성재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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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계약했는데, 도깨비 촬영장 데리고
가주신다는 약속 안 잊으셨죠?”

“어디서 했는데?”

“빅히트요. 지금 빅히트 건물 앞이고요”

“오, 좋아. 기다리고 있을래?
나 촬영장 가는 길이거든. 데리고 가면 되겠네”

“우와! 완전 타이밍 굿굿.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얼마 안 걸려. 추운데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건물 안에서 기다리다가 전화하면 나와.”

“네에~”

신나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1층으로 내려갔다. 사실 선약이 있었다는 건 개뻥이었다… 그래도 뭐, 방금 잡았으니까, 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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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초코라떼를 마시다 성재 오빠의 전화에 잔뜩 산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뭐야, 그 대량의 커피는.”

“그래도… 빈손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요”

“괜찮을텐데. 그래도 뭐, 마음이 예쁘다”

“우와, 순간 그냥 저 예쁘다고 하시는 줄 알았어요”

“너도 그냥 예쁘지?”

“오빠 진짜… 그 잘생긴 얼굴로 그렇게 말하시면 안 돼요”

“왜애, 설렜나요?”

“예! 설렜습니다!”

성재 오빠는 내 손에 잔뜩 쥐어진 커피를 차에 싣고 나를 태웠다.

“솔직히 말해봐요. 얼빠죠”

“그… 아닌 것 같지는 않네요.
세븐틴이나, 찬열이 오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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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피식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오늘 촬영장은 어디에요?”

“도깨비 하우스 세트장?
오늘 마침 딱 서울 촬영이라 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다른 선배님들한테 해 끼치는 거 아니겠죠…”

걱정하는 나를 보던 성재 오빠는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짓는다.

“우리 배우들 너 진짜 좋아해. 특히 김고은 선배님은”

“허얼! 저 고은 님 완전 좋아해요!
너무너무 예쁘시잖아요… 멋지시고…”

“얘 얼빠 맞네…”

성재 선배의 한탄 어린 말에 피시식 웃음이 터졌다. 사실 내 얼빠가 정확히는 잘생기고 예쁜 것만 한정되는 게 아니었다. 사람의 됨됨이가 멋있고, 인성이 바르면 다 잘생기고 예뻐보였다. 어쩌다보니 그런 사람이 실제 얼굴도 잘생기고 예쁜 거지만.

“저 완전 설레요…”

“고은 선배님이 너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연기하는 모습을 볼 생각에 더 설레네요.”

괜히 메고 있는 안전벨트만 만지작거린다. 뭐, 노래도 하면서 연기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하다못해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니까.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연기하는 가수는 없었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고 있었다. 연차가 조금 되면 연기할 수 있도록.

“너… 연기도 잘 해?
난 너 노래만 잘 부르는 줄 알았는데…!”

“잘하지는 않아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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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성재 오빠의 말이 맞았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맞았다.

“근데… 너 배우도 할 거야?”

“모르죠. 어떻게 될지는.
그래도 가수 아니면 배우 하고 싶었으니까요…”

“너 연기까지 잘하면 사기캐다”

“이미 성재 오빠도 사기캔데요?”

“내가? 딱히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얼굴에, 성격에, 재력에, 키에…
아, 근데 그런 댓글 봤는데 신이 다 주셨는데
정상적임을 주지 않으셨다고”

“아아…? 큭큭큭큭큭! 우리 멜로디 진짜 창의적이야”

“From now, my goal is to get
creative silly comments…”

앗, 나도 모르게 영어가 튀어나왔다. 이 와중에 한국어로의 주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어. 그냥 한글로 할걸.

“ㅈ,잠시만. 마음아,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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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 목표는 창의적인 주접 받기라고 했어요.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너 사기캐네. 연기 못해도 사기캐야”

“세븐틴도 그런 말 좀 하더라고요”

“마음아, 혹시나 해서 물을게.
너 영어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알아?”

“성재 오빠 대박! 저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성재 오빠는 마침 신호가 걸린 틈을 타서 굳었다. 하긴, 남들은 하나도 하긴 어려운 거일테고. 사실 나도 배울 때 너무 힘들었지만 희망 하나 붙잡고 배운 거니까.

“어쩌다 이렇게 많이…”

“알바 월급으로 책 사서 독학.”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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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다는 듯한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진 이상 여기에 대한 답은 계속, 죽을 때까지 해야겠지. 뭐, 그게 괜찮아진 것에 대한 대가라면 묵묵히 받아들여야지.

“한국…에선 도무지 못 살겠더라고요.
외국에는 그래도 정책이네, 뭐네 하면서
고아한테 주는 혜택이 적어도 한국보다는 나아서…”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래도… 한국 남아있으니까 좋지?”

“아예 처음부터 비행기 표값 때문에 못 나갔어요.
음… 그래도 한국에 남으니까 좋네요.
가족도 생기고, 친구를 잃기는커녕 더 만들어서.”

성재 오빠는 다행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다행이라고, 버텨주었다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이제부터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내 곁에 너무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도 신이 그리 매정하지는 않은지, 드디어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하는 시간이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