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2_생에 처음 해보는 일이 많네요

“너 이거 안 봐서 우리 주겠다고 한 거지”

“응… 근데 구할 곳은 많아서 못 뺏겠다”

“좋은 생각이야! 뺏을 생각하지 마. 잘 들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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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 오빠의 말에 한숨을 쉬며 겨우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도 세븐틴 노래 잘 들을게”

탁한 연두색의 앨범을 만지작거렸다. 평생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앨범이었다. 보통 앨범은 2만원 정도 했고 2시간 알바비를 거기다 쓸 수는 없었다. 닥닥 긁어모아 월세 내기도 빠듯했으니까.

“마음아. 너 지금 메이크업 받은 거야?”

“아직. 나 금방 나가보긴 해야해.
오빠들이라 그냥 온 거지”

“으응… 나는 마음이가 더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이그, 이 꼬맹아”

찬이의 머리를 밉지 않게 때렸다. 그는 맞은 부분을 손으로 감싸며 나를 노려보았지만 악의라고는 조금도 섞여있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귀엽단 말이지.

“왜 갑자기 애교야… 적응 안 돼”

“그러게. 여기 지금 녹화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언제 애교를 부렸다고 그래애!”

한솔이 오빠와 지훈이 오빠의 말에도 찬이는 여전히 말 끝을 늘렸다. 본인만 애교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생활애교인건가, 아님 나한테만 하는 건가.

“이미 여깄는 사람 다 들었어요.
자, 오빠들. 찬이 열심히 놀리시고, 전 이만 가볼게요”

“메이크업 받으러?”

순영이 오빠가 물었고 나는 행복한 설레임으로 대답했다.

“메이크업이랑 헤어 받고, 선배님들 뵈러 갈거야”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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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보내주는 게 역시 승철이 오빠다웠다. 질투의 양은 같았지만 그래도 13명 중에 가장 자유를 보장해주는 오빠였다. 이 오빠가 리더라 망정이지, 지수 오빠가 리더였으면 단체로 날 구속하려 들었겠지. 아름다운 구속이었겠지만.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세븐틴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왜인지 익숙한 방송국 대기실 복도를 지나 다시 나와 찬열이 오빠의 대기실에 노크를 했다.

“어어, 잠시만!”

옷이라도 갈아입는지 잠깐의 공백이 생겼다. 구두 앞코로 바닥을 잠시 찍고 있노라니 곧 문이 열렸다.

“갔다 왔어? 후배님들 뭐래?”

“세븐틴 오빠들, 애들이라고 불러도 돼요.
너무 꼬박꼬박 후배님이라고 부를 거 없어요”

그 말만을 기다렸는지 찬열이 오빠는 푸하핫하고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사실 좀 불편하긴 했어.
서로 너무 좋아해서 안 그러면 내가 혼날 거 같았어.
그나저나 긴장은 조금 풀렸나?”

앨범을 탁자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이제 보니 13명의 사인이 다 들어간 사인앨범이구나.

“세븐틴 오빠들이랑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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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조금이지만 괜찮아졌단 거네.
다행이다. 마치고 일정 있어?”

“소속사 좀 알아보려고요.
아무래도 매니저 분이랑, 헤메 스텝 분들이 없으니까
불편하더라고요”

“아… 계속 가수하려고 그러는 거네. 
스케줄 없으면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 그랬는데.”

아, 순간 아쉬웠다. 그와 보낸 시간이 벌써 몇 시간은 넘어가지만 같이 먹은 거라곤 저녁 대용 샌드위치 뿐이었다. 찬열이 오빠 돈 많아서 비싼 거 사줄텐데… 속물인 것 같지만 사실 아니던가. 엑소는 벌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POP 아이돌이 되어있었으니.

“아… 안타까워요.”

“나중에도 기회는 많으니까. 나중에 꼭 한 번 같이 먹자.”

웃으면서 밝게 ‘네!’하고 대답했다.

“그나저나 어떤 소속사 생각하고 있어?”

“차차 알아보려고요. 우선 정보 수집이 먼저 같아서.
오빠는 SM이라 좋겠어요…”

찬열이 오빠는 반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지 그저 멋쩍게 웃어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리액션해주기 힘들겠다.

“저, 엔터 들어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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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100%. 가르칠 거 없는 경지에 도달했고,
아직 열여덟이니까. 나 같아도 너 데리고 오겠다.”

“심지어 앨범도 있고?”

약간 장난기를 섞어 말했다. 찬열이 오빠마저 그런 모습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런 사랑 받는 삶이 적응되야 오글거리지 않을텐데 매번 그럴 때마다 오글거리면서 행복했다. 행복한 건 너무 좋은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손발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뭐, 이것마저 행복으로 받아들일까.

“응. 굉장히 특이 케이스이긴 하지만
워낙 연예계가 원래 특이해서.
바로 캐스팅할 엔터 많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응…”

다른 이보다 훨씬 유리한 건 알았는데, 바로 캐스팅해줄 엔터테인먼트가 안 좋른 데가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그렇다면 좋은 기획사에 오디션을 볼까 생각했다.

“말만 들어도 아는 소속사도 포함이야, 마음아”

“말이라도 고맙네요, 선배님~”

“아이고, 마음아. 말 뿐만 아니라
진짜일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선배님 말고, 오빠.”

와, 이 오빠도 오빠 호칭에 집착하는구만. 이 정도는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불러드릴게요.

“자자,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 말고.
여기 가만히 앉아서 헤어랑 메이크업 받으세요!
다 받으면 선배님들도 뵈러 가고”

“고마워요, 오빠. 진짜 너무…”

잠시 그는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리 뜸을 들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애들이 너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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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진짜 잘해줘. 진짜 이런 사람은 사랑 받아.”

“나 어디 가도 굶어 죽을 상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렇게 살아있고…”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오빠는 내 입에 손가락을 올렸다.

“넌 괜찮아도, 난 안 괜찮아.”

“아, 네…! 저도 조금 줄여볼게요.”

찬열이 오빠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다가 말했다.

“가끔 네 성격이 궁금해.
자존감은 높은데 너에 대한 확신이 없어.
뭐, 커가면서 확신이 생기려나”

“그러게요. 저도 제가 좀 이상하네요.”

찬열이 오빠는 푸흐, 하고 웃어보이더니 화장대 앞에 의자를 내 쪽으로 돌렸다. 이제 빨리 헤어랑 메이크업 받으라는 얘기일 거다. 무대는 조금 남았지만 선배님들을 뵈러 가고 싶어하는 나를 그는 너무 잘 알았다. 그리고 빨리 해치우면 찬열이 오빠나, 스텝분들이나 마음이 편할 테니까. 민폐는 이제 그만 끼쳐야지.
찬열이 오빠가 안내한 의자에 앉자 시원한 스킨이 내 얼굴에 닿았다. 아마 기초화장을 시작한 것이겠지. 누군가 내 얼굴을 만지는 이상하지만 기분 좋은 손길에 그대로 얼굴을 맡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곧 거울 앞에 있는 나는 완전 다른 내가 되어있었다. 어두운 보라색으로 눈의 2배정도 면적이 섀도우 되어있었다. 언더도 마찬가지였고. 살면서 이런 화장을 해보지도 않았고, 해볼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워낙 눈에 띄는 걸 안 좋아해서 무난하게 살려고 했기에.

“와… 역시 화장발 대박”

원래 같았으면 생얼은 별로냐고 장난을 쳤겠지만 감당되지 않는 강한 메이크업에 얼을 놓고 말았다. 뮤지컬 화장도 이렇게는 진하게 안 할 것 같다. 아, 진하게 하나? 그건 뮤지컬을 안 봐서 모르겠다. 나중에 정연이랑 뮤지컬이나 보러 가야지.

“…어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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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그렇게 진하게는 안 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말에 그제서야 내가 무뎌도 너무 무디다는 걸 알았다. 찬열이 오빠도, 같이 있던 스텝들도 진하다고는 안 했으니까.

“평소에 거의 안 하고 다니거든요”

내 왼쪽에 서있는 찬열이 오빠는 하긴, 하고 말했다. 내 딴에는 한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하고 다니는 거로 보였나보다.

“아, 그럼 조금 어색할 수 있죠.
근데 이렇게 진하게 하는 이유는요,
조명 밑에 있으면 그냥 일반 화장이 돼서 그래요.
무대 끝나면 바로 지워줄게요.
그것 말고 불편한 거 없어요?”

물론 ‘서지원’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그녀는 정말로 피드백을 받아줄 생각이었겠지만 왜 내 귀에는 그냥 대충 넘어가자,로 들리는 걸까. 하, 연예계에서 가수로 살아남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없어요. 감사합니다”

메이크업을 받고 일어서자 찬열이 오빠는 나를 행거 쪽으로 밀었다. 한 1.5m는 족히 넘어갈 것 같은 길이의 행거에는 누가봐도 내 옷이 주욱 늘어져있었다. 지혁 님이 나를 위해 구해온 옷이겠지. 곡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어둡고 톤이 낮은 옷이 많았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지혁 님의 시선을 느끼고 싱긋 웃었다. 이 옷은 아마 나를 생각하며 구한 옷이겠지.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것이 나를 웃게 했다.

“저, 이걸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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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다운된 오픈숄더 파란색 니트에 밑으로 갈수록 밝아지는 그라데이션 검은색 치마였다.
지혁 님은 뭐가 그리 신나신지 커튼을 쳐주었다. 픽 웃어버리곤 간의 탈의실에서 탈의 후 밖으로 나왔다.

“음… 귀찌 있어요?”

지혁 님이 귀찌를 찾는 이유는 내가 귀를 안 뚫어서였다. 정연이랑 같이 갈 일정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피어싱은 나중에 생각해도 귀는 뚫어야겠다.

“아, 있어요. 어떤 종류 찾으세요? 와서 보실래요?”

“마음 양도 같이 갈까요?”

“네! 아, 그리고 말 놔주세요.
마음 양이라는 호칭을 많이 안 들어서
조금 어색하네요”

딱 지혁 님의 기분을 상하지 않을 정도의 말투였다. 그는 빙그레 웃고는 나를 데리고 비품실로 데리고 갔다. 은색을 띄는 귀찌만 있는 걸로 보아 은색 아닌 색에서의 선택권은 없는 듯 했다. 그 중에 오팔 같은 빛을 내는 큐빅이 박힌 귀찌를 골랐다. 왼쪽은 철사가 마름모꼴을 만들고 있었고, 오른쪽은 일자로 쭉 뻗은 모양이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손길로 지혁 님은 내게 귀찌를 해주시고는 목걸이도 하나 걸어주셨다. 체인 목걸이었는데, 그리 길지도 않고 로즈골드로 톤다운된 의상에 포인트가 되는 목걸이었다. 중간중간 다이아 색의 큐빅이 박혀있어 더욱 고급스러워보였다.

“감사합니다. 제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요”

“앞으로 주욱 하게 될 거에요.
혹시 우리 숍 다닐 생각 없어요?”

그리고 그는 하얀색의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피시식 웃고는 명함을 받아들였다.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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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지혁 님과 더 가까워져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앨범 몇 장에 싸인을 하고 그것을 챙겼다. 다른 대기실을 돌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