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28_실수도 하지만 가족인 건 영원해

찬이의 고백을 받았음에도 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원래도 내게 잘해주어서였을까, 그가 해주는 좋은 행동에도 기시감이 없었다. 이질감도 이물감도 없었다.

그제서야 알아챘다. 그는 평소에도 내게 무척이나 잘해주고 있었구나. 내가 걱정했던, 그들이 하는 일이 내겐 권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나도 모르는 새에 와있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지.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권리처럼 받아들이지 말아야지.

내 이런 마음을 세븐틴 오빠들이 알게 된다면 다시 그런 생각 말라고 하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음과 동시에 감사함도 잊어버리곤 했으니. 그러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는 내게 코트를 하나 선물해주었다. 카멜색의 롱코트였는데 명품을 사주려는 찬이를 겨우 말렸다.

어차피 100만원 넘어가는 코트는 부담스러워서 잘 입지도 않을 게 뻔했다. 그냥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코트 하나면 충분했다.

찬이는 무척이나 아쉬워했고, 나를 설득해 30만원 정도의 코트를 구매해주었다. 그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나를 그는 다정히 설득했다. 이제 연예인이니 꾸밀 필요도 있다고.

“집에 가자. 늦었어,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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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봤을 땐 달달한 한 때를 보내는 귀여운 학생 커플이라 생각했을 터였다.

남의 시선, 객관적인 시선에 기대니 내가 얼마나 그 감정에 무뎌져 있었는가.

사랑 받는다는 것을 좋아한다 말해놓고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응. 오늘 고마웠어, 찬아”

“낯간지럽게 왜 그래? 뭐 바라는 거 있냐”

“바라는 건 굳이 이런 말 안 해도 들어줄 게 뻔한데?”

한 마디도 지지 않았고, 찬이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손을 잡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손을 떨쳐내거나 아무렇지 않았을 터인데,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어서인지 그가 내 손을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으로 잡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오호라~”

집에 들어서자마자 승관이 오빠가 우리를 유심하게 쳐다보았다. 꼭 놀릴 것이 없는지 스캔하는 것처럼.

“뭐야.”

지훈이 오빠는 관심 없는 척 하다 우리가 손을 맞잡은 것을 보니 괜히 띠꺼운 말투로 말했다. 뭐라도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다른 오빠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이찬 늑대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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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본데”

정한이 오빠의 말에 민규 오빠가 대답했다. 늑대라니. 이찬은 아기 수달 아니었나.

“찬이 선수인가보네”

명호 오빠가 저런 어휘는 어디서 배워왔데. 살짝 놀라고 있는데 찬이가 발끈했다.

“아 형!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선수라는 말이 나쁜 말이 아니야, 찬아. 그만큼 여자 마음을 잘 안다는 뜻이잖아. 한숨을 한 번 쉬고 찬이가 오해받지 않도록 말했다.

“내가 잡았어. 내가 잡았다고.
그러니까 우리 찬이 뭐라하지 마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번뜩 생각이 들었다. 혹시 찬이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낸 게 아닐까 하고.

그러나 돌아본 찬이는 오히려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손을 떼지 않았고.

“뭐야, 편 들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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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이 오빠가 괜히 서운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 사람이 찬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더래도 해줄 말이었을텐데.

“와, 홍지수 방금 들었냐?
마음이가 찬이한테 ‘우리’ 찬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호칭에 민감한 분들이시다. 특정 멤버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세븐틴 전부가 그랬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사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럼… 우리 쿱뜨 오빠?”

애교까지 섞어 불러주었는데 여전히 승철이 오빠는 약간 삐진 상태였다. 아, 본명이 아니라 예명으로 불러서 그러는 거구나.

“우리 승철이 오빠~”

그제서야 승철이 오빠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 편 내 처지가 좋으면서도 한심했다. 한 마디로 현타가 온 것.

“나 왜 이러고 살지”

놀랍게도 내 말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찬이는 승철이 오빠가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고, 다른 오빠들은 우리라는 호칭을 붙여 불러주기를 요구했다.

“됐어, 나 안 해.”

내 말에 지수 오빠는 푸하핫하고 웃었다. 유일하게 우리라는 호칭을 요구하지 않은 오빠였다. 물론 내심 바라고는 있는 것 같지만.

“저녁은 안 먹고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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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돌린 지수 오빠에게 괜히 감사함을 느꼈다. 지수 오빠 아니었으면 13명 전부에게 그 현타 오는 호칭으로 불렀어야 했을테니까.

“응. 저녁 먹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해서.”

“시켜 먹을까”

순영이 오빠가 내게 물었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저녁할게. 뭐 먹고 싶어?”

내 말에 세븐틴 전부가 벌떡 일어나 난리치기 시작했다. 너 요리할 생각 죽어도 하지 말라는 말에 한숨을 살짝 쉬었다.

심지어 승철이 오빠는 힘으로 나를 결박하더니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했다. 승철이 오빠는 힘 별로 안 준 거 같은데, 소파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 이 오빠들 팔불출 어떡하지…”

“차라리 내가 할게.
들어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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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이 오빠가 나를 여전히 결박한 채 부탁했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오빠들을 이길 수는 없었으니까. 특히 물리적으로는 죽어도 못 이겼다. 그러니 그들이 작정하고 힘 쓰면 꼼짝없이 그들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알았어… 뭘 이렇게까지 해.”

“이렇게까지 안 하면 네가 진짜로 하니까”

“음, 맞는 말이긴 한데.”

생각해보면 내 행동이 그들에게는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의 행동이었다. 반대로 당하는 거라 생각하고 대답했다.

“알았어. 바로 방에 가 있을게.”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승철이 오빠는 방으로 들어가게 해주었고, (그러니까 직접 나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려 침대에 가지런히 눕혀주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았다.

요리는 민규 오빠가 있어서 걱정은 안 되는데, 오빠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저, 마음아. 나 원운데…”

그답지 않게 기죽은 듯한 목소리. 무언가 내게 잘못해 미안해하는 느낌이다. 그는 내게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응, 들어와도 돼”

방에 들어온 원우 오빠는 들어오자마자 앞뒤 맥락도 없이 내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ㅇ,응? 왜 이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나 괜찮아”

내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무릎까지 꿇을 기세였다. 예상했듯 원우 오빠가 내게 잘못한 게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 네 카톡 못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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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일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는 거구나. 나 진짜 괜찮은데, 이걸 말해봤자 원우 오빠가 믿을지 의문이었다.

톡을 보낸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보냈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했었으니까.

그러니 지금 원우 오빠가 내게 사과할 이유는 없었다. 엄청 큰 일이긴 했지만 지금 내게 큰 일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이랬었지, 하는 기억의 수준이었는데 원우 오빠를 비롯한 세븐틴 전부가 그렇다고 했을 때 절대 믿어주지 않겠지.

“진심으로 사과할게. 너무 미안해.”

“괜찮아. 뭘 고작 그런 거 가지고 사과까지 해.”

“고작 그런 게 아니니까 그렇지…”

사과 따위 필요도 없고, 오빠가 잘못한 것고 없다. 허나 그리 한다면 원우 오빠 마음이 불편할 것을 뻔히 다 알았다. 그리고 사과를 받아주는 것이 그에게는 더 나은 일이겠지.

“알았어. 진짜 괜찮아, 오빠. 내 얘기 해줄까?”

“카톡 삭제된 메시지 보는 앱으로 봤어”

아, 그런 앱이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그러면 굳이 톡을 삭제할 이유도 없었는데.

“마음아,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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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 오빠의 말에 피식 웃었다.

“가시죠, 원우 오라버님”

“으응…”

조금 바뀐 호칭에 원우 오빠는 다시 볼을 붉혔다. 이 오빠들 생각보다 부끄럼쟁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