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우 오빠를 만나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빅히트에 조금 더 머물러 곡을 완성시킨 후 집으로 와보니 벌써 거의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회사 갔다와?”
승철이 오빠의 말에 겨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녁을 안 먹어서 배가 조금 고프긴 한데 지금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다. 씻긴 씻어야하는데 귀찮은데다가 메타몽처럼 흐물흐물 늘어지고 싶었다.
“배는 안 고프고?”
“배… 고픈데, 샤워하기도 귀찮아.
그나저나 다른 오빠들은 자?”
“몇 명은 피곤하다고 먼저 자고, 대부분은 안 자.”
승철이 오빠의 대답을 받은 후, 좀비처럼 추욱 늘어져 방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샤워하고 나올래? 간단한 거라도 만들어놓을게”
“오빠 진짜 고마워…”
승철이 오빠는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더 다정해진데다가 꼭 사랑하는 여자친구한테나 해줄 법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 정연이 행복하게 해주겠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샤워를 짧게 하고 밖에 나오니 승철이 오빠는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놓았다.
“오늘도 곡 수정 때문에 간 거야?”
나는 피로와 함께 빵을 우물우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도 있는데, 오늘 매니저 오빠 처음 봤어”
“오빠면… 남자네.”
“응. 난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위기에 처했을 때 남자 한 명은 있어야지.”
승철이 오빠는 질투가 폭발하는 것 같지만 그 남자가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겨우 참아내는 얼굴이다.
“석우 오빠 얘기는 나중에.
이제 처음 봤는데 평가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래그래. 장마음 인간 됨됨이 진짜 좋다니까.”
하다못해 인성까지 칭찬받다니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 그저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만 해도 이런 사랑을 갖다 쏟아붓는데, 여자친구는 진짜 얼마나 행복할까…
“하, 윤정연 복받았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새어나온 혼잣말. 비밀 지켜준다 해놓고 다 말하고 다니네
“정연이? 갑자기 웬 정연이”
“아니이, 오빠들 친절을 나보다
더 빨리 받았을 거 생각하니까 그러지”
생각보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댔다. 그러나 승철이 오빠도 연예계 짬밥만 몇년인데,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거 때문 아닌 거 같은데~”
“오빠, 나 말하면 정연이한테 혼나.
비밀 지켜주기로 했으니까, 난 먼저 들어가서 잔다~!”
요 가벼운 입이 또 사고 치기 전에 급하게 자리를 떴다. 승철이 오빠는 물어보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래도 끝끝내 그 비밀을 묻지는 않았다.

“마음이 오늘 대학 면접이라며. 준비 잘 했어?”
“뭐 무난하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그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괜히 강한 척 해보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 같았는데 전혀. 아주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딱 봐도 장마음 긴장했는데.”
찬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너는 나라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어 고맙다. 신기하기도 하고.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상의를 툭툭 쳐서 정리하고 리본을 완벽한 대칭으로 다시 묶었다. 하의 치마는 조금 내려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렸다.
“아, 9시에 인터뷰 있다며. 꽤 빡세겠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
그리고 텀도 길어서 쉴 시간도 충분해”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해, 마음아”
물론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알았지만 민규 오빠의 말에는 늘 시비를 걸고 싶었다. 이게 내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민규 오빠와 잘 지내는 방법이었다.
“야, 나 데뷔 한 달밖에 안 됐거든.
스케줄 들어오는 것만으라도 고마워”
“야아, 나 너 오빠거든요…”
“아잇, 그 놈의 오빠 타령…”
“오빠가 맞긴 하잖아.
나 너보다 2년이나 일찍 태어났어!”
“그럼 오빠답게 해보던가요~”
본격적으로 민규 오빠의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진짜 순전한 장난이라는 것을 민규 오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진심이라 생각한다면 민규 오빠는 바로 삐져버릴 테니까.
“근데 마음이 말이 맞긴 한데…”
민규 오빠를 살짝 놀려주려는 의도였는데, 승철이 오빠는 진심으로 말했다. 승철이 오빠 눈에도 민규 오빠는 오빠답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 형…!”
민규 오빠는 살짝 서운해보였다. 고작 이런 거로 삐지냐 하겠지만, 어쩜 이렇게 캐스팅을 잘 했는지, 삐쟁이들로만 모여있었다.
“근데 너, 오빠처럼 행동 하지는 않지.”
순영이 오빠다운 진지하면서도 장난치는 듯한 말투. 순영이 오빠와 같이 지냈던 민규 오빠이기에 장난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음, 그건 맞긴 한데.”
이 말도 역시 장난이다. 장난이 아무렇지 않은 데다 그 장난을 받은 이 역시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는 것을 보니 참 좋은 사람들이라고 새삼 다시 한 번 느낀다.
처음 이 곳에 오자마자 한 생각을, 성장한 지금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어린 사람이 보아도, 커가는 사람이 보아도 참 좋은 사람들이다.
“어, 벌써 10시 다 되간다. 나 다녀올게!”
급하게 에코백을 챙겨 나가려는데 지수 오빠가 나를 붙잡았다.
“너 혼자 버스 타고 가게?
혼자 가도 괜찮아? 길 안 잃어버려?”
걱정을 줄여달라는 내 말에 지수 오빠는 혹시라도 내가 부담스러울까 장난을 조금 섞었다. 그렇기에 기분 나쁘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응. 괜찮아. 보니까 오빠들 스케줄도 있더만.
오빠들한테 매번 부탁할 수도 없잖아.”
“그럼 매니저님은?”
지훈이 오빠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세븐틴 오빠들한테 부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어떻게 개인 사정에 불러… 미안하잖아.”
“굳이 이렇게까지 착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아.”
명호 오빠의 말에 피시식 웃었다. 그들은 내 성격이나, 인성이나 많은 부분에서 많이 띄워주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전화부터 해보지. 될 수도 있잖아.
되면 너 편하게 갈 거고”
“석우 오빠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석우… 남자구나. 잘생겼냐?”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외모 질문이라니. 이 세상은 역시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임에 틀림없다.
“어. 너보다 훨씬 잘생기심”
물어본 사람이 민규 오빠였기에 나는 반쯤 장난을 섞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민규 오빠도 잘생겼다. 둘이 다른 느낌의 잘생김이라 누가 더 잘생겼는지 판단 내릴 수 없었다.
“쳇”
삐져버린 민규 오빠가 너무 귀여워 조금 더 장난을 치기로 했다.
“우리우리 석우 오빠는 슈아 오빠랑, 민규 오빠랑,
원우 오빠랑 섞어놓은 잘생김이야…”
처음 본 그에게 이런 후한 평이 내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그가 매우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를 왜 끼우는 거니, 마음아.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슈아 오빠를 이어 원우 오빠도 한 소리 했지만 그 소리는 잘 듣지 못했다.
“경쟁자인가. 한승우에 이어.”
“아니이, 석우 오빠는 그렇다 치고,
우리 승우한테 왜 그러는 건지…”
나의 푸념에 한솔이 오빠는 잠시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네가 이러니까. 남사친이라는 좋은 명목에 숨어서
친구 이상으로 친해보이니까. 혹시 모르지.
둘이 서로 좋아했을지.”
한솔이 오빠의 감은 무시할 게 못 됐다. 실제로 승우와 나, 서로 좋아했던 적이 맞아떨어진 적이 있으니까.
“너는 왜 찔리는데, 찬아”
정한이 오빠의 말에 그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승우밖에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 세븐틴이 가장 견제해야할 대상은 바로 찬이었다.
“내가 뭘…”
“마음아, 매니저 분 사진 있어?”
슈아 오빠의 말에 시계를 잠깐 확인했다. 나가려고 계획했던 시간보다는 살짝 늦었지만 대학 면접에는 늦지 않을 시간이라 폰을 꺼냈다.
어차피 세븐틴도 내 매니저를 봐야할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카카오톡 친구인 석우 오빠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와, 진짜 잘생기긴 잘생겼다.”
슈아 오빠의 귀여운 감탄사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다 저 진짜 늦어요, 세븐틴 여러분.
다녀올게요!”
“응, 마음아 조심히 다녀와”
승철이 오빠의 요 정도 걱정은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행동이었다. 기분 좋은 걱정이었고, 그 말은 나를 웃음 짓게 하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