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를 만나고나서부터 불안과 걱정은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지금은 그와는 차원이 달랐다. 앞이 아찔해진다. 대체 왜 때문에 이런 걸까.
“…이런 말 좀 그런데 존나 불안하다, 지금 나.”

“너만 그런 줄 아냐. 나도 그래.”
적어도 사랑하기에 나오는 감정이기에 밑바닥은 같을 수 있겠으나, 이 불안은 일상이 흔들릴 정도로 강했다.
“아니, 형이 불안해하는 거 말고”
“그럼…? 너도 그런 불안 아니야?”
“그런 철 없는 불안은 자제하려고 좀 해봐요”
“그러니까 네가 느끼는 불안이 뭐냐고 묻잖아, 지금”
“그건… 모르겠어.”

“뭐야, 이 새끼”
“음… 대충 어떤 느낌의 불안이야? 그것도 모르겠어?”
“…마음이랑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요”
“무슨 소리냐.”
“형, 빈말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우리”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서 미칠 것 같아!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면
지금 당장이래도 마음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있고 싶어. 근데… 이유를 모르잖아.”
그렇기에 떠날 것 같다는 불안에 세븐틴 모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저번에 느꼈던 불안이랑은 차원부터가 달라.
저번 불안은 ‘이럴 수도 있겠다’하는 불안인데,
이번에는 ‘이럴 것이다’하는 느낌의 불안이야”

“…도대체 뭘까.”

면접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뇌리에 박힌 그 두려움의 버스 정류장은 어느새 추억의 장소가 되어있었다.
극심한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덜덜 떨던 소녀에게 손 내밀어준 그들과의 추억이 시작된 장소였다.
“저 학생, 연세대 가는 길 알아요?”
“아, 네. 여기서 두 블록 가시고
오른쪽으로 꺾으시면 나와요”
“고마워, 학생.”
“별말씀을요. 그럼 전 이만…”
왼쪽 귀를 끼운 후, 오른쪽 귀에도 이어폰을 꽂으려는 찰나, 방금 그 여성분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근데 학생, 학생 낯이 좀 익어요”
“음악 방송에서 보셨을 지도 몰라요.
얼마 전에 데뷔했거든요”

“저희 집에 TV 없어요…”
“네? 그럼 절 어떻게 아세요?”
인스타라던가, 페이스북이라던가 그런 곳에서 내 사진을 본 게 아닐까. 흘긋 보고 지나갔지만 실제로 보니 다시 기억이 난 것 같은데.
“혹시 이름이… 장여주?”
하지만 이젠 그것 마저 탈피시켜준 세븐틴이 있기에 그 이름은 이제 세븐틴과 내 친구들만의 기억에서나 남아있을 이름이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선생님들마저 나를 마음이라고 불렀으니까.
“그 이름, 어디서 아신거에요?”
그리고 알았다 하더라도 워낙 조용히 지냈던지라 내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진짜 혹시나지만 여우영이 폭로했으려나.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우영은 아니다. 분명히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폭로하는 순간, 본인이 제일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니 그는 그것을 우선 피하고 볼 것이었다.
“맞구나, 우리 마음이…”
초면이라 이러면 실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앞뒤 사정 모르겠고, 그냥 그녀와의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무의식이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내 본분은 연예인이었고, 반박해야하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우선 참아봐야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안 거냐고 묻잖아요”

“네 엄마야, 마음아”
“거짓말 하지 마시죠. 우리 엄만 나 버리고 갔어요.
지금 갑자기 나타나서 찾을 리가 없잖아요.
적어도 인간의 양심이란 게 있다면
잘 살고 있는 남과 다를 바 없는 딸,
찾으러 올리 없잖아요.
그 딸이 부모를 원수라고 생각할 게 뻔한데.”
“하… 진짜 엄마라고 쳐요.
백 번 양보해서 그러자고 치자고요.
근데 지금 나타난 거 돈 때문 아니에요?”

인생이 내게 드디어 은혜를 갚는 날들이 이어지기에 행복한 일이 내 앞길에 펼쳐질 줄 알았는데.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일을 방해할 만한 요소는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마음아, 전혀 그렇지 않아.
우리는 네가 가수 되기 전부터 찾았어”
그 결과 내린 결론, 지금 엄마라고 주장하는 그는 빈말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아빠라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엄마라는 사람은 나를 찾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찾을거면 조금 더 일찍 찾아주지”
진심 없는 가식이래도 한 번 쯤은 ‘엄마’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그저 좋았다. 18년 동안 바랬던 평범한 삶의 기초가 되는 사람이었으니.
‘엄마’라는 호칭을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평범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 이제 너무 잘 살고 있어서
부모님 그리워 안 하는데…
나타날 거면 내가 간절히 바랄 때 나타나주지.
왜 지금 와서 이러는 건데요…”

“미안해, 마음아. 진짜 엄마가 너무 미안해…”
“내 부모가 누군지 진짜 궁금했는데…
죽기 전에 누군지는 알고 싶었는데…”
그들은 내 선택이 어떤 것이든 따를 게 뻔했다. 가려는 나를 말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떠날 생각조차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머문다면 이 행복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있지만 그녀를 따라간다는 것은 엄연한 모험임을 알고 있었다.
“미안해, 마음아…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그녀는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 손길이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우선 그녀의 말을 들어보라는 무의식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나를 가까운 한 카페로 데리고 들어갔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