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3_새로운 길, 익숙한 사람

찬이와 데이트 이후, 집에 오니 빅히트에서 온 택배 하나가 있었고, 바로 대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택배를 언박싱하고, 대본을 꺼내들었다. 대본 표지에 적힌 드라마 제목은 ≪쌈, 마이웨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도 있었지만 오디션을 보려면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아야 했기에 대본을 펼쳐 그 자리에서 완독했다.


내가 오디션을 볼 고동희라는 캐릭터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픈 자신을 위한 오빠의 희생에 죄책감을 느껴 오히려 오빠에게는 찬바람 쌩쌩이지만 실은 오빠의 골수 1팬이라는 여동생.


지금 세븐틴과의 내 관계가 이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내가 느끼는 감정과, 그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동희와 다르지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결국 연기라는 건 내 해석에 달린 일이었다. 지금부터 대본 연구에 빠지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폰에서 전화알림이 시끄럽게도 울렸다. 볼륨이 크지도 않은데 크게 들렸다. 아니나다를까 정연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을 확실히 들어내는 수신인처럼 울리는 전화벨조차도 존재감이 확실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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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장마음! 너 나랑 한 약속 안 잊었지?”



“뭐, 뮤지컬 보러 가자는 거?”



갑작스레 걸려온 정연이로부터의 전화 탓에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늦은 오늘이라도 당장 뮤지컬 보러 가자고 할 것 같아 미리 예매해두려는 목적이었다.



“응! 그리고 방탄 오빠들 보러 가는 거!
너 언제 갈거야. 너 스케줄 많아?”



“모레 오디션 한 개. 그거 연습만 하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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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오디션”



“드라마. 김희열 감독님이 하시는 새 드라마래”



“닥터스 그 감독님 아니셔? 어떻게 알았냐…”



닥터스 말고도 킬미,힐미 같은 작품의 감독을 담당하셨던 분이었다.


연기는 나중에 연차가 조금 됐을 때 내 발로 직접 배우 오디션에 가려고 했는데, 데뷔한지 한 달도 안 된 신인 오브 신인을 김희열 감독님 직접 캐스팅하러 오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



“그 분이 먼저 오디션 보러 와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리 비중 많은 캐릭터도 아닌 데다가,
시청 연령대도 낮추기 위해서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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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미지는 걸크러시라지만, 여전히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보셨을 때는 어린애였다.


하지만 그런 분들을 잡기 위한 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박서준 님과 김지원 님.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배우님이셨다.



“그래도 너 이번에 잘 하면
쭉 연기로 나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진짜 열심히 연습하려고.
모레 오디션이고, 엄청 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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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랑 만나지 말고 당장 연습이나 더 해.
시간도 엄청 부족하네.”



정연이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정연이 같았으면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나오라는 느낌의 사람이었는데, 왜인지 그저 내일 오디션이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만나지 말고 연습이나 더 하라니.



“너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나 망하면 네가 먹여살려야지”



아니나다를까. 매우 현실적인 이유로 친구를 위하는 거였고, 나는 그녀의 쾌활한 성격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물론 나중에 네가 힘들다면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해줄 것 같은데.



“안 달라졌네. 그래, 사람 함부로 바뀌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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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으면 바로 알려줘.”



“알았어. 그럼 뮤지컬은? 방탄 선배님들은?”



“누가 그랬더라,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마음이 없는 거라고”



진심이었는데, 정연이가 이렇게 써먹을 줄 몰랐다. 아마 정연이는 내가 진짜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이 말을 꺼낼 것만 같았다.



“네에네에,
나중에 진짜 시간 괜찮을 때 보러 가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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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아, 근데 너 오디션 보는 거 오빠들은 알아?”



“아니. 비밀이야.
안 붙었는데 설레발 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알리면… 알잖아. 세븐틴 특유의 그 오버스러움.”



“아아… 그럼 뜻하지 않게 서프라이즈가 된거네”



“그런 셈이지. 그럼 나는 네 말대로
연습이나 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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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무 몸 상해가면서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



방금까지 투닥거리던 현실 친구가 맞는지, 정연이는 다정하게 나를 걱정해주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나에 빠지면 내 몸 상하는 것도 모르고 그 일에만 빠져있다는 것을.


뭐, 어쩌면 정연이로서는 조금 짓궂은 반응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정연이 옆에 나처럼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친구는 아마 나밖에 없을테니까.


하지만 나는 적당한 정도의 걱정에 늘 고마움을 느꼈다. 정연이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




“응, 고마워.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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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연이는 내 대답에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곧 그녀는 아쉽지 않은 척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