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7_생일 3

"작곡 기계!”
photo



순영이 오빠의 말에 눈이 아주 동그랗게 떠졌다.


매번 지훈이 오빠의 것을 쓰기에도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쓰지 않을 수도 없어 따로 사려고 알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있었다.


아직 정산이 들어오지 않은 시점에서, 18살의 소녀가 사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의 기계였다.




“헐, 지훈이 오빠…”




감동 먹은 그의 이름을 부르니 지훈이 오빠는 괜히 민망한지 급히 말을 이었다.




“별 거 아니야. 매번 내 거 쓰니까 귀찮아서”



“진심 츤데레다… 오빠, 나 좀 설렜다”



큐큐하고 웃어보였다. 지훈이 오빠는 그런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훈이 오빠는 순영이 오빠를 세게 한 대 때리며 소리 질렀다



“내가 말하지 말랬지!”
photo



“아!”



가만히 두면 순영이 오빠가 지훈이 오빠한테 맞아 죽을 것 같아서 지훈이 오빠를 말렸다.



“너 마음이 때문에 산 줄 알아라”



“헤헤”



지훈이 오빠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명호 오빠는 포장된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뭔가 싶어 열어보니 허리에 벨트가 달리고 검은색 버튼 몇 개가 달려 있는 피치색의 프록 코트였다.


프록 코트는 허리부터 퍼져 나가 꼭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보이는 코트다.




“네 옷 스타일에 입으면 예쁠 것 같아.
딱 네 꺼다 싶어서 샀고”



역시 패션에 관심 많은 사람이 추천해주는 옷은 달랐다.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코트를 걸쳤다.


하얀색과 분홍색 줄무늬인 니트 위에 입어도 무난히 어울리는 코트였다.



“자아, 난 목도리였고… 기억 안 나는 건 아니지?”
photo




민규 오빠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억한다는 의미였고, 너무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석민이 오빠는 그런 내 손에 작은 상자를 쥐어주었다. 응?하는 눈빛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언발란스 귀걸이 한 쌍이 들어있었다. 큐브 크리스탈이 달려있어 무척이나 고급스러워보였다.



“우와… 진짜 예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큐브 크리스탈이 귀걸이를 더욱 빛나게 했다. 피시식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다행이다… 나 여자 귀걸이 처음 사본단 말이야.
네가 싫어할까 봐 얼마나 쫄았는지”



오빠들 마음을 알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직설적으로는 말하지 않을 건데, 왜 그런 걱정을 했는지, 참. 역시 팔불출 세븐틴이라니까.



“민영 님한테 한 번도 선물해준 적 없어?”



“뭐, 그냥 민영이 언니라고 불러도 돼.
그리고 우리 누나는…
돈으로 보내는 걸 더 좋아하던데”
photo




“과연. 선물 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럼 누나 선물도 하나 해줘야겠다”



민영이 언니, 제가 좋은 일 하나 했습니다. 동생 분한테서 곧 선물이 갈 것 같네요.



“야, 석민아. 여자 선물 처음 사주는 게
나밖에 없는 줄 아냐?”



정한이 오빠가 석민이 오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하이고, 정연아. 너도 오빠한테 선물 받아본 적 없구나.




“솔직히 나도 쫄았지…
어머니 선물 살 때도 같이 가서
고르시는 거 사드렸으니까”




그래도 그나마 나은 아들이네, 슈아 오빠가. 여자 선물 처음이라고 하니 다들 여자 형제만 생각하는데, 어머니 분들은 여자 아니신가.



“그래도 윤정한 너는 여동생 있잖아, 정연이”



“돈으로 줬는데?”
photo




“마음이한테 하는 거 딱 반만 해봐라.
네가 마음이한테 준 옷 같은 것도 정연이 좋아해.
좀 잘해줘.”




승철이 오빠의 말에 순간 오?하고 생각했다. 뭐, 아직은 동생으로서의 호감일 거고, 동료가 가족을 잘 챙기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겠지만, 그런 사소한 마음도 사랑이 되곤 했으니… 하여튼 정연이한테는 좋은 소식이네.



“아, 민규 오빠도 여동생 있잖아, 민서 님.”



“그냥 민서라고 불러.
어차피 너보다 동생인데.
하여튼 내가 잘 해줄 것 같냐?”



민규 오빠가 어이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니 나는 납득하고 고개를 저었다. 100% 현실남매일 게 뻔했다.


아니, 그래도 얼굴 못 본 지 좀 되면 조금이라도 애틋해지지 않나?



“네 예상이 맞아.”
photo




민규 오빠의 장난스런 대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진정한 현실남매란 그런 거지.




“나는 누나 있어서 쉬웠는데”




다음 차례인 승관이 오빠가 행복하게 웃으며 선물상자를 꺼냈다.


승관이 오빠는 부진설 님과 부소정 님, 두 분의 누나분이 계셨고, 아마 그 분들한테 조언을 구한 것 같았다.




“열어봐. 선물은 받자마자 열어보는 게
준 사람한테 예의야”
photo



여기까지 예의 운운하는 게 웃기지만 아마 빨리 열어보기를 원하는 승관이 오빠의 마음인 것 같아 그가 시키는 대로 상자를 열어보았다.



“헐…”



로즈골드 색의 반지가 들어있었다. 두 줄이 꼬인 듯한 모양의 반지였기에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반지가 예뻐보였다.


꼬인 그 부분에 투명한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남자한테 반지를 받는 것이 쉬운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 기분이 몽글몽글했지만, 그에게 아무런 의미는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아무렇지 않게 소지에 반지를 끼워보았다.




“내 반지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대?”




“내 손이랑 비교해보니까 알겠던데.
내 사이즈는 알고 있으니까,
몇 단계 작은 거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photo




“아, 그래서 그 때 손 대본 거…”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들의 끼부림이라고들 하지. 손 진짜 작다고 하면서 손 대보는 거.


나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정연이라면 경악하며 싫어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반지 사주려고 한 거였다니.




“오빠가 고른 거야?”



“소정이 누나가. 마침 서울에 볼일 있다고 왔었거든.”




역시. 오빠 안목이 그렇게 좋을 리 없지. 물론 작정하고 고르면 고를 수는 있었겠지만.




“소정이 언니한테도 뭐 하나 사주지”



“귀걸이 하나 사주긴 했어. 사달라고 해서”
photo



“아주 잘 했어. 언니들한테 점수 잘 따놔”




큭큭큭하고 웃었다. 아무리 무뚝뚝하더라도 가족한테만큼은 잘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나도 한결이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한결이라면 한솔이 오빠 여동생. 04년생이라서 올해 13살, 초등학교 6학년일텐데. 물어봤자 조금은 유아틱한 장신구를 추천해줬을지도 모르겠다.




“한솔이 오빠는 뭘 사왔는데?”



한솔이 오빠는 지수 오빠가 차준 시계가 있는 왼손을 살짝 잡더니 다정하게 팔찌 하나를 걸어주었다. 



어떤 팔찌일까 궁금해 내 손목을 끝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의 손을 잡아 뗐다. 금색의 체인팔찌였다. 가운데에 하트 모양의 펜던트까지 걸려있었다.




“알아, 이상한 거…”
photo




“응?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오빠”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난 마음에 드는데?
어차피 내 마음에만 들면 되는 거 아닌가?”



한솔이 오빠는 내 말에 순간 바보처럼 어버버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다.”



고작 나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내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그저 감사하는 마음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찬이는 코트 줬고. 그지?”




누가 어떤 선물을 줬는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찬이에게 확인차 물었다. 당연히 이미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찬이는 멋쩍게 웃으며 고급져 보이는 쇼핑백을 내게 내밀었다.



“…찬아?”



“그거 생일선물 아니었어.
그렇게 말 안 하면 네가 안 받을 것 같아서 말한 거야.
원래 이거 사뒀었어”
photo



“우와, 이찬 너 은근 로맨틱하다?”




나와 동갑이라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그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지 그저 내가 빨리 뜯어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마음이라 여기며 쇼핑백을 열어 안에 있는 가방 하나를 꺼냈다. 밀키 화이트 색의 가죽 새들백.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한 날, 그가 내게 고백했던 그날 하고 있던 크로스백과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찬이가 정말 나를 좋아하긴 하는구나. 나에 대해 이리 관심이 많을 걸 보니.




“고마워… 난 너한테 2개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네”



“그거 생일 선물 아니라니까…”
photo



얼굴이 한껏 붉어진 찬이가 무척이나 귀여워보였다. 다른 오빠들이었으면 당당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게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아, 나 지수 오빠 선물도 있어”



멤버들만 이성 선물 사는 것에 어색한가. 나도 어색했다. 아무리 남사친이 많다 하더라도 선물을 주고받지 않았으니까.



“이거…”



슈아 오빠는 내가 내민 쇼핑백을 놀란 듯이 받았다. 왜 놀라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슈아 오빠가 내심 좋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와! 네 안목도 대단한데?
딱 내가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잖아?”
photo



“슈아 오빠 스타일이면 너무 쉽지.
딱 남친짤의 정석처럼 입고 다니잖아”



아마 원단과 비슷한 색에다 초콜릿색의 버튼 3개가 달려있는 가디건이었다.



“사실 이거 말고 마음에 드는 거 있었는데,
그건 너무 비싸더라”




슈아 오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네가 선물해준 건데, 다 좋아.”



짧은 말이었지만 내 심장이 달달해 녹기에는 충분했다.



“근데 장마음, 매달 용돈 5만원이었으면서
우리 생일 하나하나 다 챙겼지”



명호 오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짜 감동이었어.”
photo



사실 그들이 내게 해준 것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찬열이 오빠가 추천해준 방법을 쓴 거긴 한데 그들이 이리도 감동 받을 줄은 몰랐다.




“은혜 갚는 까치라고 생각해줘.
원래도 너무 잘해주는 데다
생일도 이렇게 잘 챙겨주는데,
내가 갚을 수 있는 길이 이거밖에 없었어”



“아니 굳이 갚을 필요 없는데…”




승철이 오빠가 혼자 나지막히 뱉었다. 귀가 있기에 자연스레 들렸지만 승철이 오빠는 내게 굳이 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듯 말했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러고 싶다면 그러라는 존중이었겠지.




“생일 잘 챙겨주는 거 오늘 알았잖아”
photo




아니, 선물 줄 때까지만 해도 달달하니 좋았는데, 왜 찬이는 지금 나대고 난리실까?




“굳이 그 말을 꺼내야할까, 찬아?”




“응!”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던 열여덟의 찬이는 어디로 갔는지 다시 내 친구 찬이가 되어있었다.




“아 진짜…”




살짝 짜증이 뻗쳐 감탄사를 뱉는데 찬이는 그저 맑게만 웃었다. 그의 웃음이 바보 같다 생각하면서도 무척이나 순수해보여 나까지 함께 웃고 말았다.



“한솔이 오빠 말이 맞았어…
나 이제 생일만 기다릴 것 같아.”




“성공했다. 네 잃어버린 시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아준 것 같아서 기쁘네.”
photo



한솔이 오빠의 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지훈이 오빠와 더불어 가사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말 자체도 굉장히 감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