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기계!”

매번 지훈이 오빠의 것을 쓰기에도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쓰지 않을 수도 없어 따로 사려고 알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있었다.
아직 정산이 들어오지 않은 시점에서, 18살의 소녀가 사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의 기계였다.
“헐, 지훈이 오빠…”
“별 거 아니야. 매번 내 거 쓰니까 귀찮아서”
“진심 츤데레다… 오빠, 나 좀 설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훈이 오빠는 순영이 오빠를 세게 한 대 때리며 소리 질렀다
“내가 말하지 말랬지!”

“아!”
“너 마음이 때문에 산 줄 알아라”
“헤헤”
뭔가 싶어 열어보니 허리에 벨트가 달리고 검은색 버튼 몇 개가 달려 있는 피치색의 프록 코트였다.
프록 코트는 허리부터 퍼져 나가 꼭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보이는 코트다.
“네 옷 스타일에 입으면 예쁠 것 같아.
딱 네 꺼다 싶어서 샀고”
하얀색과 분홍색 줄무늬인 니트 위에 입어도 무난히 어울리는 코트였다.
“자아, 난 목도리였고… 기억 안 나는 건 아니지?”

석민이 오빠는 그런 내 손에 작은 상자를 쥐어주었다. 응?하는 눈빛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언발란스 귀걸이 한 쌍이 들어있었다. 큐브 크리스탈이 달려있어 무척이나 고급스러워보였다.
“우와… 진짜 예쁘다.”
“다행이다… 나 여자 귀걸이 처음 사본단 말이야.
네가 싫어할까 봐 얼마나 쫄았는지”
“민영 님한테 한 번도 선물해준 적 없어?”
“뭐, 그냥 민영이 언니라고 불러도 돼.
그리고 우리 누나는…
돈으로 보내는 걸 더 좋아하던데”

“과연. 선물 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럼 누나 선물도 하나 해줘야겠다”
“야, 석민아. 여자 선물 처음 사주는 게
나밖에 없는 줄 아냐?”
“솔직히 나도 쫄았지…
어머니 선물 살 때도 같이 가서
고르시는 거 사드렸으니까”
“그래도 윤정한 너는 여동생 있잖아, 정연이”
“돈으로 줬는데?”

“마음이한테 하는 거 딱 반만 해봐라.
네가 마음이한테 준 옷 같은 것도 정연이 좋아해.
좀 잘해줘.”
“아, 민규 오빠도 여동생 있잖아, 민서 님.”
“그냥 민서라고 불러.
어차피 너보다 동생인데.
하여튼 내가 잘 해줄 것 같냐?”
아니, 그래도 얼굴 못 본 지 좀 되면 조금이라도 애틋해지지 않나?
“네 예상이 맞아.”

“나는 누나 있어서 쉬웠는데”
승관이 오빠는 부진설 님과 부소정 님, 두 분의 누나분이 계셨고, 아마 그 분들한테 조언을 구한 것 같았다.
“열어봐. 선물은 받자마자 열어보는 게
준 사람한테 예의야”

“헐…”
꼬인 그 부분에 투명한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남자한테 반지를 받는 것이 쉬운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 기분이 몽글몽글했지만, 그에게 아무런 의미는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아무렇지 않게 소지에 반지를 끼워보았다.
“내 반지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대?”
“내 손이랑 비교해보니까 알겠던데.
내 사이즈는 알고 있으니까,
몇 단계 작은 거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아, 그래서 그 때 손 대본 거…”
나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정연이라면 경악하며 싫어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반지 사주려고 한 거였다니.
“오빠가 고른 거야?”
“소정이 누나가. 마침 서울에 볼일 있다고 왔었거든.”
역시. 오빠 안목이 그렇게 좋을 리 없지. 물론 작정하고 고르면 고를 수는 있었겠지만.
“소정이 언니한테도 뭐 하나 사주지”
“귀걸이 하나 사주긴 했어. 사달라고 해서”

“아주 잘 했어. 언니들한테 점수 잘 따놔”
“나도 한결이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한솔이 오빠는 뭘 사왔는데?”
어떤 팔찌일까 궁금해 내 손목을 끝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의 손을 잡아 뗐다. 금색의 체인팔찌였다. 가운데에 하트 모양의 펜던트까지 걸려있었다.
“알아, 이상한 거…”

“응?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오빠”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난 마음에 드는데?
어차피 내 마음에만 들면 되는 거 아닌가?”
“다행이다.”
“찬이는 코트 줬고. 그지?”
“…찬아?”
“그거 생일선물 아니었어.
그렇게 말 안 하면 네가 안 받을 것 같아서 말한 거야.
원래 이거 사뒀었어”

“우와, 이찬 너 은근 로맨틱하다?”
좋은 마음이라 여기며 쇼핑백을 열어 안에 있는 가방 하나를 꺼냈다. 밀키 화이트 색의 가죽 새들백.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한 날, 그가 내게 고백했던 그날 하고 있던 크로스백과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찬이가 정말 나를 좋아하긴 하는구나. 나에 대해 이리 관심이 많을 걸 보니.
“고마워… 난 너한테 2개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네”
“그거 생일 선물 아니라니까…”

“아, 나 지수 오빠 선물도 있어”
“이거…”
“우와! 네 안목도 대단한데?
딱 내가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잖아?”

“슈아 오빠 스타일이면 너무 쉽지.
딱 남친짤의 정석처럼 입고 다니잖아”
“사실 이거 말고 마음에 드는 거 있었는데,
그건 너무 비싸더라”
“네가 선물해준 건데, 다 좋아.”
“근데 장마음, 매달 용돈 5만원이었으면서
우리 생일 하나하나 다 챙겼지”
“진짜 감동이었어.”

“은혜 갚는 까치라고 생각해줘.
원래도 너무 잘해주는 데다
생일도 이렇게 잘 챙겨주는데,
내가 갚을 수 있는 길이 이거밖에 없었어”
“아니 굳이 갚을 필요 없는데…”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러고 싶다면 그러라는 존중이었겠지.
“생일 잘 챙겨주는 거 오늘 알았잖아”

“굳이 그 말을 꺼내야할까, 찬아?”
“응!”
“아 진짜…”
“한솔이 오빠 말이 맞았어…
나 이제 생일만 기다릴 것 같아.”
“성공했다. 네 잃어버린 시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아준 것 같아서 기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