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56_줄어든 스케줄, 늘어난 행복

스케줄을 줄이려고 마음 먹고 다시 한 달.




세븐틴과 석우 오빠와 약속한 규칙(우리는 이것을 마벨규칙이라 부르기로 했다. 마음과 영어이름인 메이벨에서 한 글자씩 따 와서 만들었다.)이 생겼다.





하나, 1년에 드라마는 2개. 단, 조연으로 출연 시에 반 개로 계산한다.




둘, 1년에 영화는 1개. 드라마와 영화 모두 우정출연이나 특별출연은 계산에서 제외한다.




셋, 한달에 이틀은 아무것도 안 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날로 정한다.



넷, 한 달에 한 번 이상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은 헬스, 조깅, 산책 모두 포함한다.





다섯, 앨범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과 시기가 겹치지 않게 한다.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데다 다 날 생각해서 만든 규칙이니 이 정도는 지키고자 했다.





“잘 지냈어? 요즘 스케줄이 없어서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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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은 조연보다 주연 위주의 촬영이 지속되고 있어 나 같은 조연 촬영은 잠시 뒤로 미뤄졌다.




거기다 마벨규칙까지 있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닐 수도 없고, 꼼짝없이 백수가 되어 석우 오빠를 다시 만난 것도 거의 한 달만이었다.





“나야 늘 똑같지.”





오랜만에 석우 오빠를 보게 된 이유는 노래 녹음을 위해서였다.


세븐틴과 석우 오빠는 노래나 연기 연습마저 스케줄로 쳐서 연습하는 날은 여가를 즐기는 날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제시한 여가를 즐기는 이틀은 아직 하루도 쓰지 않았다.





“오빠는 잘 지냈어?”





“직장인이 거의 똑같지, 뭐.
마음이가 잘 지냈다고 하니까 마음이 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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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석우 오빠는 그것마저 아는지 프론트 미러로 나를 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운전했다.





“오늘은 네가 먼저 가라고 해도 안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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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선약 있어…
정연이랑 방탄 선배들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거든.”







“그럼 방탄이랑 같이 움직이겠네.
나 먼저 퇴근해도 되지?”







“응, 당연하지.”






물론 녹음실로 방탄이 찾아오는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빅히트 건물 내부라 충분히 만날 수 있었다.



만나기로 한 식당에서 집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고.





그러니 석우 오빠는 꼭 있어야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석우 오빠가 나 녹음하는 거 한 번 봐주면 좋을텐데.





그 앞에서 노래한 적이 거의 없어서 더더욱 그에게는 꼭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하지만 석우 오빠는 끝끝내 녹음을 보러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석우 오빠를 보내고 녹음실에 들어가자 지훈이 오빠는 바로 내게 시비를 걸어왔다. 그 특유의 무덤덤함으로.







“방금 집에서 나가는 장마음 본 것 같은데,
또 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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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지훈이 오빠가 괜히 짓궂게 말했다. 나는 지지 않으려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집에서 잠옷 입고 나태하던 이지훈이
여기 와 앉아있네요. 그것도 프로듀서로”








“아, 온앤오프가 좀 다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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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지훈이 오빠가 인정해버리자 순간 내 상황이 난처해졌다.



아무리 지훈이 오빠가 내게 먼저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나는 지훈이 오빠가 편하다는 이유로 어쩌면 선을 넘은 것 같은 장난을 친 것 같아서.





그리고 매사에 열심힌 지훈이 오빠를 오해하게 만든 것 같아서. 물론 지훈이 오빠야 신경 쓰지 않겠지만 괜히 미안해져서 급히 덧붙였다.








“그래도 오빠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봤다”






“난 봤는데, 장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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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현실남매와 비현실남매의 케미를 오고 가는 우리 사이였다.






“뭐부터 녹음할까?”





“음, ?”






지훈이 오빠의 말에 피식 웃으며 바로 녹음 준비를 마쳤고,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 헤드셋을 썼다.



늘 녹음실의 향기, 분위기, 방음되어 있는 이 먹먹함마저 너무 좋았다. 꼭 물 만난 물고기 같달까.





물론 경험상, 음악방송이 가장 신나고, 행복한 순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녹음실은 음악방송에 비해 찾아오기 편해서 조금은 더 편한 행복감이랄까.





녹음은 예상했던대로 무난하게, 무리없이, 잘 진행되었다.




그저 수록곡에 불과한 조차도 내겐 듣기 너무 좋았다. 뜻밖의 기쁨이라는 뜻의 serendipity.




지금 나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것 같았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지원해본 오디션에 합격해 이렇게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내겐 너무 큰 행복이었다.






“별 손 봐줄게 없네. 다음으로 넘어가자.
<너에게 가는 길이야> 할래,
아니면 <그림자>를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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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이야>이번 앨범의 타이틀이자, 지훈이 오빠가 작곡과 작사에 참여해준 고마운 곡이었다. 나는 작곡에 지읒 자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물론 회사에서 어련히 잘해주겠지만, 그래도 부탁하자 흔쾌히 들어주었다. 세븐틴 컴백 때문에 본인도 바쁠 텐데.







“<그림자>”







짧게 대답하자 지훈이 오빠는 클릭 몇 번으로 내 헤드셋에 그림자의 멜로디를 틀어주었다.






내 어두운 시절을 담은 <그림자>라는 곡은 내게 위로를, 따뜻함을 주었다. 자세한 사정을 말하지 않음에도 힘들었다고, 그리고 지금은 행복하다고, 그러니 과거는 과거로 넘겨두고 행복한 미래를 바라며 살자고.







그림자는 빛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부산물이기에, 그저 받아들이고 나답게, '마음대로' 살아가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처음 지훈이 오빠가 내게 가사를 붙여보라고 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기가 그랬었듯, 작사는 생면부지의 영역이었으니까.





하지만 지훈이 오빠는 말했다. 이 곡은 너에게 주고 싶어 만든 곡이라고. 네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집어넣어보라고.




나는 더이상 반항하지 못한 채 가사를 끄적였다. 애달프지만 달큰하고, 슬프지만 밝은 느낌의 가사.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기에 내 작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사흘만에 작사를 끝냈다. 그리고 수정 없이 지금까지 와 녹음을 하고 있었다.







“좋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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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오빠의 말에 나는 헤드셋을 벗었다. 빅히트만의 잔향이 남아있는 물건이고, 공간이라 괜히 벗어나기 싫었지만, 남은 곡 녹음을 위해 찾아올 것을 알기에 더 이상 미련을 남기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너 연습 미치도록 할 때부터 알아봤다.
너 이렇게 빨리 끝낼 줄은 몰랐는데”










나는 여전히 녹음실에 들어와 마이크를 누르고 있는 지훈이 오빠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알아봤다면서 몰랐다네요. 앞뒤가 안 맞아요~”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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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오빠는 클릭 몇 번으로 곡을 저장하더니 내게 물었다.





“그럼 이제 방탄 선배들 만나는 거야?"





“응. 저녁 먹고 귀가하지 않을까 싶은데?”






해가 지더라도 나는 방탄 선배님들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을 담은 말이었다.


지훈이 오빠는 내 말을 듣다 그 특유의 무덤덤하지만 정이 뚝뚝 묻어나는 역설적인 말투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녁 먹고, 좀 놀다 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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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시식 바람 빠지듯 웃었다. 오빠들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제 애정과 감정 주체를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연연하던 몇 개월 전과 달리 확실히 내게 자유를 줄 줄 알았다.





“고마워, 오빠”






지훈이 오빠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쳐보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달달한 말.






“대신 가끔 어딘지 연락은 해줘.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걱정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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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필요한 것은 딱 이 정도의 관심, 걱정이었다.




나는 내 앞의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지훈이 오빠를 보며 생각했다. 정한이 오빠를 만나던 그 순간부터 내게 인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복들이 내게 쏟아졌다는 걸. 그 덕에 나는 지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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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응접실에서 보자는 리더, 랩몬스터 님의 톡에 나는 응접실 주위를 배회하며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식당은 이미 선배님이 예약해두셨다 했고, 난 그냥 몸만 오라는 게 그들의 지시 아닌 지시였다. 뭐라도 사려고 하는 순간 바로 집에 갈 거니까 알아서 하라는 건 추신이었고.





뭐, 아직 솔로 앨범 하나 없는 신인 가수 입장에서 나야 감사할 일이었다.







응접실에서 딱히 할 일은 없고. 그냥 회사 와이파이 연결해 유튜브로 세븐틴 무대 영상이나 보고 있었다. 유튜브의 굴레라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방탄 선배님들이 하나둘 도착하셨다.







“뭘 그렇게 재밌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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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같으면서도 다정하고 시크한 목소리. 누가 들어도 슈가 선배님 목소리였다.






“아, 선배님”






그는 세상 무해한 얼굴로 피식 웃더니 내 옆에 앉았다.






“보면서 너무 행복해하던데. 물으면 실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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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뜻밖의 반응에 솔직히 조금 놀랐다. 다정하게 대해주는 건 일의 연장선으로 그럴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친절하게 대해주는 게 이 선배님의 찐 성격인 모양이었다.







“아니에요. 음, 그냥 세븐틴 영상 보고 있었어요”







“아, 세븐틴이랑 친하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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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것 이상으로 내게는 유일한 사랑의 대상이고, 가족이며, 나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굳이 지금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내 인터뷰 영상을 봤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들도 알아야한다는 걸 알았다.




한 소속사의 식구로서, 혹은 선후배 관계로서 지켜주어야하는 부분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늘이 첫 만남이고, 무거운 얘기는 조금 늦게 꺼내도 늦지 않았다.





나를 대하는 슈가 선배님의 태도를 보아하니 늦게 얘기했다고 나무라지도, 혹은 그런 일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걱정을 하지 않아서 내 말을 안 들어줄 사람 같지 않았다.








“네, 꽤 친하죠. 데뷔하고 바로 친해져서.”





“엑소 찬열 선배랑도 친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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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 데뷔를 함께 해서…”





그 전, 그러니까 오디션 이야기나, 그 후, 그러니까 찬열이 오빠와 개인적으로 연락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줄인다는 뜻의 말줄임표를 썼다.





아득한 대선배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내겐 큰 선배님이시기에 긴장되는 게 당연해 혹시라도 실수할까 말을 줄인 것이었다.





“…아, 너무 꼬치꼬치 캐물었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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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다른 이유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뭐, 더 이상 대답하기 싫다는 저의가 담겼다고 받아들였다던가.






“아니에요.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근데… 다른 분들은”






“아, 곧 내려올거야.
나는 작업 중이라 혼자 결정하고
빨리 내려온 건데, 애들은 단체 연습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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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선배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배님이랑 얘기하고 있죠, 뭐.
적어도 5년은 같은 회사일텐데”







“아, 그래. 마음이 너 말 잘했다.
적어도 5년은 같은 회사일텐데,
말 놓고, 호칭도 바꿔주면 안 될까?”








매번 극존칭의 호칭을 싫어하는 사람들. 물론 나도 자주 볼 사람한테는 편하게 하는 게 좋지만 사사건건 시비 걸고 가만히 두지 않을 사람들 때문에 매번 조심했었다.





그런 내 태도가 답답하셨던건지, 아니면 편하게 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과 비슷한 건지, 만나는 사람마다 호칭 변화를 요구했다.





“그럼 방탄 선배님들 다 그냥 본명에
오빠라고 부를까요? 원하신다면 말도 놓고.”






“응. 근데… 네가 불편하면
우선 호칭만 바꾸고 말은 안 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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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차피 나,
85년생 배우 선배한테도 반말해.”






85년생 배우 선배는 박서준 선배님… 아니, 서준이 오빠였다. 이쪽도 먼저 호칭 변화를 요구한 케이스였고.







“올, 장마음 적응 빠르네”





“오빠 친화력 완전 좋은 것 같아”




“너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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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묻는 말에나 답하고 반말 요구에 따른 것 뿐인데 친화력 좋다는 말을 듣고 있다니.


이유가 없어 조금은 황당했으나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분 좋은 칭찬이었다.






방탄 선배…, 아니지 이젠 방탄 오빠겠지. 아무튼 오빠들은 얼마 기다리지 않아 금방 응접실로 내려왔고, 방탄도 세븐틴 멤버들과 캐릭터가 비슷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방탄 멤버도 세븐틴만큼이나 개그캐였다는 소리다. 웃음장벽이 낮은 내가 웃어주는 게 좋았는지 그들은 그런 날 다정하고 좋게 바라보았고, 그들이 예약해둔 식당을 향하는 석진이 오빠가 직접 운전을 하는 차 안은 웃음이 끊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