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그 피아노 연주하지 마요. • 3
후줄근한 후드티와 추리닝 때문에 못 알아볼 뻔 했지만 그 사람이었다. 확실했다.
“혹시 아까 피아노 연주하신 분 아니세요..?”
여주는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여주 입장에서는 엄청난 용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여주는 누군가와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절대로. 그래서 그나마 있는 친구들도 조금이나마 개방적일 때, 어릴 때 사귄 친구들이었다.
그런 여주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여주가 그의 연주에 느낀 감정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느낀 감정도. 그래서 여주는 뒤돌아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꼭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뜸금 없었지만 그 순간 찰나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여주의 머릿 속 한 가운데 잠깐이지만 크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든 건.
그래도 왜인지 그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여주는 꽤 도도한 척 말했다.
“아 네, 맞습니다.”
“아까 연주 너무 잘 들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연주자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너무 뜬금없는 질문과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란 여주였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여주에게는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지만.
여주는 아까 자리에 앉아있었을 때 안내책자에서 분명 그의 이름을 확인했었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의 이름을 직접 듣고 싶었다. 여주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멋있는 사람이라고.
물론 대놓고 멋있는 연주였다고 말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아까 처음 말을 꺼냈을 때처럼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었던 여주에게는 너무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은근 그의 이름을 모르는 척 하려던 의도도 있었다.
여주의 마음은 타들어 가며 초조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혹시 당혹?스럽다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여주와 달리 남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떠한 당황도, 긴장도 하지 않고는 특유의 잠긴듯한 목소리로, 하지만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그런 목소리로, 낮게 읊조리듯 말했다.

“민윤기입니다. 제 이름.”
선배, 그 피아노 연주하지 마요 • 3
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