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수꾼 공포증
" ㅎ, 하지 마세요... "
" 이리와~ 좋게 해줄게. "
" 이러지 마요...이러지... "
벌떡- 식은 땀에 쩔은 채 일어난 여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여긴 내 기숙사구나.. 자신이 있던곳이 기숙사인걸 알아챈 여주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꿈이어서 정말..다행이다.
다신 꾸고싶지 않지만, 자꾸만 꾸는 꿈. 깨있을 때만이라도 잊고 싶지만 머릿속에서 자꾸만 리플레이 되는 상황. 침대 구석에 쳐박혀 하지말라며 애타게 우는 자신이 정말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냥 꿈이야, 꿈일 뿐이야. 자꾸만 머릿속에 욱여넣지만 금새 사라지는 생각들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 물어뜯던 손톱이 짧아져 피가나고 있었다.
" 아!..김여주 뭐하냐. 진짜..한심해. "
" 헐, 늦겠다. "
자칫하면 늦을수도 있을만큼 어느새 많이 가있는 시간에 여주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렇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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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손을 갖다대자 장미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아주 활짝.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답지만, 뾰족한 가시를 가진 장미였다. 다른 장미들보다 날카로운. 정말 뾰족하고 탄탄한 가시를. 아마 그 가시는 여주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거겠지..
부스럭- 휙- 풀쪽에서 나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여주. 풀숲에는, 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어색하게 웃고있었다.
" 누구세요? "
" 아, 저... "
자신을 향해 경계하는 여주의 모습에 더욱 당황하여 목소리를 줄이는 그였다.

" 김태형...인데요... "
" 찌풀 ) 김태형이라고만하면 어떻게 아는거죠? 어디소속 누구에요? "
" 저..방탄팀 마인드킹 김태형..입니다.. "
" ...센티넬이에요? "
" 네... "
태형이 센티넬 그것도 마인드킹이라는 소리를 들은 여주는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발자국을 딛은 태형. 태형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가면 그가 다가온 만큼 뒷걸음질 치는 여주에 둘은 가까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결국... 아-!! 자신이 피운 장미의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난 그녀였다.

" 헐, 괜ㅊ.. "
" 손대지 마요! "
자신을 잡아주려던 태형을 차갑게 내친 그녀.

리커버리였던 여주의 손은 빠르게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태형은 그런 그녀의 손을 보고선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여주가 태형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 눈을 빛내며 쳐다보는 그였다.

" 우와, 혹시 능력이 리커버리에요? "
" 에? 네..맞는데요. "
" 헐, 저 얼마전에 넘어져서 무릎 까졌는데, 많이 아파요. 나 치료 좀 해줄 수 있어요? "
" 아뇨. "
" 에? 왜요? 리커버리라면서요! "
" 이제 가봐야해서요. 저 먼저 갑니다. "
그 말을 끝으로 태형을 지나쳐가는 여주였다. 그런 여주를 본 태형의 눈빛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완전멋있어...

넓은 숙소 안을 울리는 도어락 소리. 태형아! 한 여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달려왔다. 씁. 누나, 내가 뛰지 말랬잖아요. 그치만 내가너 얼마나 기다렸는데!.. 알겠어요. 그래도 다치니까 뛰지 말아요. 태형이 다그치자 풀이 죽어버리는 그녀에 귀엽게 쳐다봐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무심하게 뛰지 말라고하곤 숙소로 들어서는 그였다.
" 또 아침산책 다녀온거야? "
" 안 그러면 정신이 좀 몽롱하더라구요. "
"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면 안 졸려? "
" 일찍 자면 되죠. 괜히 잠에 허우적거리다가 누나 다치면 안 돼잖아요. "
누나라고 부르며 눈을 맞추고 얘기하는 그는 여주와 얘기했을 때와는 상반되게 어른스러웠고, 그런 태형에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다.
" 얼른 씻고 나오기나 해. 아침 해 놓을테니까. "
" 누나! 내가 요리하지 말랬잖아요. "
" 그래두 어떻게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해!ㅠㅠ "
" 누나, 불은 위험하다구요! "
" 몰라! 너 미워. "
" 누나아!.. "
아침부터 자기도 요리하겠다는 여자를 말리는 태형은 피가 말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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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와플로 아침을 떼우며 이런저런 얘기를하는 사람들. 시끄럽긴 했지만 그만큼 화목해보이는 주방 안은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 태형아, 오늘 아침엔 어디로 산책 나갔어? "
" 저 오늘 정원에 갔었어요. "
여자의 질문에 아까의 일을 생각하며 말하는 태형. 자신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그냥 여자가 질문해줬기에 기분 좋아서 실실대는거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런 태형은 속으론 아침에 본 그녀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밥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은듯 다른 그의 아침도 조금씩 지나가고 있었다.

" 하, 좆같네.. "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우는 욕설. 한참 바쁠 시간, 복도엔 종이컵에 찬물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는 한 여자가 있었다. 겨우 D급 리커버리일 뿐인 여주에겐 세상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가이드들을 우대해주는 세상에 센티넬. 그것도 공격할 수 없는 리커버리. 이것만으로도 무시당하기 충분했으나, 능력을 제대로 쓰지도 못 하는 D급이라는 것까지 곂쳐져 여주는 주변의 기피대상이었다.
불과 몆분전의 일이었다.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나요? 평소와 다를바 없이 형식적인 멘트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의 표정은 탐탁치 않았다. 아무리 C-급이라 해도, 살짝 데인거라고 해도 자신은 가이드였다. 근데 자신을 상대하는게 고작 D급 리커버리라니. 자신의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다.
" 손가락을 데어서요. "
" 손 좀 주시겠어요? "
" 내가 왜요? "
" 환자분이 손을 주셔야 제가 치ㄹ... "
" 내가 왜 환자에요? 살짝 데인건데 병자취급을 해요? "
" 여기 오신분들은 다 다친분들이라 오신거 아닌가요? 어떻게든 아프신 분들은 적어도 이 곳에선 다 환자입니다. "
" 뭐? 이게! "
짜악- 여자의 손이 올라가 여주의 뺨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여주는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자신이 을인걸 아는 처지이기에. 그저 맞고만 있었다. 화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분출할 수 없었다. 아무리 C-급이라도 가이드이기 때문에. 거기에 자신보다 등급이 낮기 때문에. 그녀가 C-이긴 했지만 가이드였기에 A 급 가이드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이드들이 저렇게 된거겠지.
D급 리커버리가 주제도 모르고 나대긴.. 아래로 꽉 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과연 저 가이드가 자신의 아버지와 다를게 무엇일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에게 손찌검을하시던 그 지옥같은 과거의 아버지와. 다를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까지 드니 그녀를 향한 증오심이 더더욱 커졌다.
" 안 되겠네. 진짜. 불쾌해서 여기선 도저히 치료 못 받겠네요. "
하고 나가는데 어찌나 얄밉던지 속으로 천만번은 씹은 듯 했다. 재수없어.. 가장 크게 드는 생각들 중 하나였다.
가이드를 좋게 대접해주는건 알겠다. 많은 센티넬들은 폭주로부터 구원해주니 좋게 대접해주는것쯤이야 이해한다. 그치만 그깟 이유들로 자신에게 갑질을하는 그 행동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지들이 뭔데, 자기들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나한테 그래? 항상 들지만 표출하지 못 하는 생각들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느새약간 구겨진 종이컵에 흐르는 푸른기. 밖으로 나오며 여러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흘려보낸 가이딩이었다. 푸르댕댕한 진한 파란색이 아닌 파란 형광물질을 물에 살짝 흘려보낸듯 은은한 파란빛을 띄는 물이었다. 역겨워. 저 가이딩이 정말 싫었다. 저것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정부군에 들어와서 푸대접 받고 있진 않았겠지. 애초에 저건 우리엄마의 유전이었으니, 엄마가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난 태어나지도 않았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버리곤 물을 버렸다. 그래, 엄마가 내게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일건데, 이게 없으면 안 되지..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로 빰을 약하게 두 번 치곤 컵에 들어있던 약간 남은 물을 부어버렸다. 촤악- 한번에 부어버린 탓인지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밝게 빛나는 물 한 방울이 신고있던 양말에 스며들었다. 아, 뭐야; 그대로 양말에 묻은 펄기가 살짝 도는 연한 파란색은 여주의 피부로 스며들었다. 가이드이다보니 가이딩 흡수 또한 가능했던 이유였다.
" 너, 뭐야? "
" !!! "

" 가이드는 가이드실에 있어야하는데, 여기서 뭐하는거지? "
" ..날 왜 가이드라고 생각하는거죠? 가이드가 아니니까 여기있는거겠죠. "
" 아까 니가 버린 물. 가이딩 색깔이잖아.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봐? "
" 왜 제꺼라 생각하는건데요? "
" 흡수했잖아. 가이딩. 양말에 색깔 사라졌는데. "
" 잘못보신거 같네요. 전 이만. "
대충 둘러대고 지나치는 여주를 그냥 놓아준 윤기였다. 참 희한한 여자네. 그런 말에 넘어갈 것 같은가.. 벌써 흥미가 생겨버린듯한 윤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