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수꾼 공포증
하얀 천장과 커튼으로 디자인된 곳에서 눈을 뜬 여주. 평소 생활하진 않지만 익숙한 풍경. 의료실 병동이었다.
"..... "

" 여주야, 정신이 좀 들ㅇ.. "
팟- 여주가 석진의 손을 쳐내고, 석진은 깜짝 놀라 여주를 바라봤다.
" ..미안. 손 대지 말아줘.. "
" ..응. 몸은 좀 괜찮아? "
" 아니.. 안.. 괜찮아.. 오빠가 너무 무서워, 나.. "
" 어? "
" 흐.. 오빠가.. 너무 무서워.. "
" ..리커버리 불러올게. "
여주의 말을 들은 석진이 주먹을 꽉- 쥐곤 말했다. 잠시후, 석진과 릭너버리가 들어왔다. 여주의 오빠가 무섭단 말 때문이었는지 여자 리커버리를 데리고 들어온 석진. 리커버리가 여주의 머리에 손을 잠깐 대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여주의 머리에서 손을 땠다.
" ...남자 공포증인거 같네요.

"..... "
" 근데.. 꽤나 심각합니다. 혹시 김여주님께 트라우마가 있었나요? "
" ..네. "
" 그 트라우마를 누군가 기억을 통해 건든거 같네요. "
"...... "
여주는 팀에 있었고, 정신계는 자신과 태형뿐이었다. 하지만, 여주의 과거를 아는 태형이 그랬을리 없었다. 적어도 태형은, 사람의 약점을 가지고 건들진 않았다. 그럼 이걸 할만한 사람은 카피어이자 방탄팀, 아직 희연의 편인 정국 뿐이었다. 게다가 사실상 환각사라도 그저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것 밖에 안된다. 얼마나 실제와 같이, 많은 기억을 보이게 하냐로 등급이 나뉘었다. 그리고, S급부터 그 기억을 이용해 변형시킬 수 있다. 그 질이 좋다면 SS급이 되는 형식인데, 사실상 여주가 거의 매일 아버지 꿈을 꾼다는걸 아는 석진. 그저 꿈만으론 하루아침에 이럴 수 없는걸 알기에, 확신했다. SS급 카피어 전정국.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는 석진.

벌컥- 숙소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석진. 쓰러진 여주의 걱정으로 거실에 있는 네 멤버들과 멤버들이 나와있으니 같이 나와 눈알만 굴리며 앉아있는 희연, 그런 희연의 손을 가지고 놀고있는 정국과 그런 둘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정국이 있었다. 석진이 들어오자, 벌떡 일어서 다가오는 윤기, 호석, 남준, 태형이었고 여전히 앉아있는 지민, 정국, 희연이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네명을 그대로 지나쳐 정국의 멱살을 잡은 석진.

" 미친년.. "

" 이거 놔. "
" 뭐? "
" 놓으라고. "
" 넌.. 반성의 기미가 없구나? "
" 내가 뭘 반성해야 하는데? "
" ...카피어. 여주한테 능력썼잖아. "
" 그게 뭐 어쨌다고? "
" 뭐? "
" 앞으로 힘든일이 더 많을건데 고작 그걸로 무너지면 어떻게 팀생활한다고 그런데~ "
텁- 정국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태형이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 너 여주씨한테 뭔 짓 했냐?.. "
" 하.. 요즘 다들 왜 자꾸 뭐만하면 여주 여주 해요? 희연누나가 걔보다 먼저 있었어요. 우선시 돼야될건 걔가 아니라 희연누나라고요!! "
" 내가 먼저 물었잖아. 여주한테, 뭔짓 했냐고. "
" 하.. 환각 좀 씌웠어요. 됐어요? "
" 뭐? "
" 왜 이렇게 걔한테 집착해요? 걔는 센티넬이에요. 우리가 보호해야할건 걔가 아니라 가이드인 희연누나라고요. "
" 미친새끼.. 너.. 걔한테 무슨 환각을 씌웠는지는, 아냐? "
" 내가 그런거까지 확인해야 돼요? 정말 간단하게 가장 싫었던 기억만 띄웠어요. "
" ...미친새끼. "
" 말 나온 김에 좀 물어볼게요. 왜 혼자와요? 설마 악몽 좀 꿨다고 거기서 느그적 대는건 아니죠? "

" 남자공포증. "

" 네?.. "
" 남자공포증이라고, 여주. 너 때문에. "
" 그게 무슨.. "
너, 때문에. 여주, 남자, 무서워, 한다고. 한마디 한마디 끊어 말하는 석진은 정말 화가 나 보였다.

" 그, 그럴리.. "
" 없다고? 지랄 마. 너가 건 환각 때문이니까. "
" 가볍게만 썼었어요! 진짜 그렇게 안 심했는데.. "
" 너, 데체 애 기억에서 뭘 변형시킨거야?! "
" 그, 그냥.. 근처 사람들이 그 상황에 조금 가담하게만.. "
" ...미친새끼. "
" 진짜 살짝만 걸었어요! 안 심했는데.. 분명.. "
" 너가 살짝만 걸었어도, 걔한테는 그 일이 큰 트라우마였다는 생각은 안 해? "
저, 전.. 정말.. 커다란 정국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당황스러울만 했다. 정말 가볍게만 했던 정국이기에. 정국이 아무리 화가 난다 해서 사람을 생매장 시키고 그런 취미는 없었기에, 조절해서 쓴 능력이었다. 그냥 조금 허우적대기만 하도록. 그리고 협박해서 그녀 스스로 팀을 나가도록..
혼란스러워 하는 정국을 보고 숨을 폭- 쉰 석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얘기 좀 해. 그런 석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간 정국이었고, 한참동안 거실에선 정적만이 맴돌았다. 그런 숙소의 풍경에, 들릴듯 말듯 작은 한숨을 내쉰 지민이 희연에게 들리게 중얼거리곤 들어갔다.

" 안 찔리나. "
그런 지민에, 미친듯이 동공이 흔들리며 티는 안 냈지만 당황한 희연이었다.

한 편, 눈치보며 석진을 따라 들어온 정국. 그는 매우 불안해보였다. 그런 정국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의자에 앉은 석진. 그는 옆에 있던 펜을 집어들고 약간 돌려본 다음, 무심하게 책상에 던져놓곤 정국에게 질문했다.

" 이유. "

" ..네?.. "
" 이유가 뭐냐고. "
" 무슨.. "
" 여주한테.. 왜 그런짓을 한거야? "
" 그게.. "
" 말, 안 할거야? "

" 잘못해써요... "
" 왜 울어.. "

" 그냥.. 그냥, 형들이 자꾸 걔만 챙겨주니까.. 미웠는데, 희연누나가.. 희연누나, 가.. 슬퍼하잖아요.. 형들이 걔만 챙겨주니까.. 그냥.. 걔가 팀 나갔으면 했어요.. 여기 안 들어오면, 형들이 다시 우리 봐줄까봐.. 근데, 막 공포증 생길줄 몰랐어요.. 진짜에요... "

"..... "
" 왜 우서여.. "
" 평소에 어른인 척 생색 다 내더니, 아직 애기였네. "
" 이익!!.. "
있잖아, 정국아.. 석진이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자연스레 정국을 앉히고 말을 이어나가는 석진.

" 여주는.. 말 못할 아픔이 있어.. "
" 네?.. "
여주는.. 생각보다 아픈 아이야, 정국아.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걸치고 말을 이어가는 석진에 의해, 말 못할 여주의 아픔이 수면위로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