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공포증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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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공포증






정적이 맴돌았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여주는 꽤나 높은 등급인 정국의 공격을 막았다. 그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할 정도로 높은 등급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이그노얼 등급으로 지치지 않고 자동 가이딩이 된다는건, 그보다 가이드 등급은 더 높다는 것. SS급 전정국의 카피어를 막았다면 그녀의 이그노얼 등급은 최소 SS. 거기에 리커버리까지 있다면 가이드 등급은 적어도 SS 를 능가할 것이었다.



아아. 이런일이 가능한 것이던가. A로 가이드 최고 등급이었던 그녀가 밀려나는건 한순간일 것이었다. 딱- 딱-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희연이었다. 툭- 아-!! 잘못 물어뜯은 살점이 죽 뜯겨나가 피가 났다. 그러자 또한 쓸쓸해졌다. 이제 더이상 그녀가 손톱 물어뜯는걸 알아보고 떼내줄 사람 하나 없었다. 멤버들이 희연이 낸 탄식에 가까운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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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연아, 손톱 물어뜯지 말랬잖아. "



" 아, 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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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 의료실이라도 갔다올래? "





맏형이자 맏오빠인 석진이 희연을 챙겼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희연 또한 꽤나 오래 봐온 소중한 동생이었다. 희연이 저들을 이용하는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내 동생들과 친하니까.. 내 동생들이 좋아하니까.. 하나하나 이유가 덧붙여져 이젠 그냥 희연도 소중한 동생이 되어 이유없이 챙기고 있었다.



허나 희연은 이로도 만족치 못했다. 평소와 같았으면 저를 따라가겠다고 벌써부터 안달이었을 오빠와 동생들이었어야 했다. 근데 이젠 아무도 안 오려고 했다. 모두들 저 새로운 여우같은 년한테만 가려고 했다. 아아, 안타깝게도 희연은 워낙 제 멤버들만 믿고 눈치따윈 안 보며 살아갔기에 현실파악을 하지 못 했다.



지금 이 곳에서 여우년도 눈치 없이 끼어든것도 그들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도, 더 이상은 희연이 아니라 여주였으며 이미 그들의 마음은 희연에게서 떠나간지 오래였다. 그래. 이제 그녀의 여왕벌 놀이는 끝났다. 그녀와 함께 소꿉장난을 해주던 친구들은 더욱 자라나 꾸며낸 역할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하러 가려하고만 있었다.



이들에게 희연은 그저 같이 소꿉장난한 기억에도 남지 않을 친구일 뿐이었고 그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 안착해 끝까지 기억에 남을 사람은 오로지 여주였다. 그렇지만 가여운 희연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아직도 자라지 못 했다. 정말 몸만 큰 아이였을 뿐. 그녀는 아무것도 아님을 저 혼자만 몰라봤다.





" 싫어. 나 혼자가기 무서워. 같이 가 줘. 가이드들이 나 따시킨단 말이야. 응? 갔다가 구박받으면 어떡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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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거긴 엄연한 센티넬들의 공간이에요. 의료실에 어떤 가이드가 죽치고 앉아서 누날 괴롭히겠어요. "



" 가이드는 안 다쳐? 다친 가이드들 중 나 싫어하는 애 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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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인 사고가 돌아가면 다친 몸으로 굳이 누굴 해하겠어요? "



" 넌 이 바닥이 정상으로 보여? 여긴 다 미쳤어!! 너가 제일 잘 알잖아. 안 그래?! "





점점 악을 써가며 저들을 데려가려는 희연의 모습이 이들의 정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건 죽어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의료실이 왜 있는 것인가. 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있는 곳이 아닌가. 그런 곳에서 왕따? 기본 개념이 박혀 있다면 적어도 그런 곳에서 난동을 피우진 못할 것이었다. 그것도 저의 팀 직속 가이드인 희연을. 가이드들도 기본 개념은 숙지하고 있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명성있는 가이드를 괴롭힌다는건 저들에게 해가된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었다.



태형은 점점 그간 읽어보지 않았던 희연의 검은 속내를 읽어보고 있었다. 적어도 저가 진심으로 대할 상대는 읽지 않는 속이었다. 평소에도 내가 믿어야 될 상대고 함께 할 상댄데 설마 나쁜 뜻이 있겠냐는 태형의 뜻이었다. 그리고 그 뜻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



아니, 글쎄. 태형이 그녀의 속을 알고있다 해서 뭐가 달라졌을까? 확연히 B 와 A의 차이는 달랐다. 센티넬들이 가이딩을 받는건, 단순히 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가이딩의 황홀함을 느끼며 잠깐동안은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 가이딩의 목적이었다. 가이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해도 그 가이딩 받는 느낌만큼은 보장받고 싶었던 그들은, 아마 희연의 더러운 속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발닦개 역할을 자처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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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마, 그럼. "



"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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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있어? "



" 그래도 나 아픈데 어떻게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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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다며. "



"..... "





치료하러 가는 의료실에 가서 더 괴롭힘 당할거면 안 가는게 맞지 않나. 꽉-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명 한 번만 같이 가달라는 부탁이었는데, 그게 그리도 힘들었던걸까. 왜 이렇게 된거지? 그래. 이렇게 된 건 모두 저 아이가 나타난 직후부터였다. 원망의 눈초리가 여주에게 쏠렸다.



저 아이가 그렇게 중요한거야? 그럼 나는? 저 아이에게 등급 하나 밀렸다고 이렇게 버려지는거야? 모두들 가이딩 때문에 날 좋아해줬던거야? 내가.. 내가 밀려서 그런거라면.. 그러면.. 쟤를 없애면? 그럼.. 다시 나한테 돌아올거 아니야? 그래. 쟤만.. 쟤만 없애면.. 그럼 모든게 되돌아올거야. 내 명성도, 저들의 사랑도. 저들은 내꺼야. 날 떠나면 안 돼. 뭐든 내가 최우선이어야한다고! 희연의 눈이 탐욕과 욕망, 그리고 소유욕으로 가득 차 반짝 빛났다. 그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지나고 있었다.



희연이 그런 생각을 하고있건 말건 그들은 어느새 등급 측정실에 도달해 있었다. 저절로 긴장이 되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능력 측정 기계 앞으로 다가가 손을 올렸다. 기계가 이그노얼과 리커버리를 무진장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자 조금은 거북한 것도 같았다. 정말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이내 능력을 빨아들이던 힘이 멈추고, 기계에서 손을 떼 이상한 기분도 떨쳐버리려 탈탈 털어버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여주가 능력 측정 기계를 둘러싼 유리벽들 가운데에 위치한 유리문을 열고 나왔다.



모두들 놀란기색이 역력해보이는 그들 사이를 제치면 보이는 까만 화면에 뜬 초록 빛깔 알파벳. 리커버리 SS, 이그노얼 SS 였다. 그들 사이에 정적이 일었다. 그래. 아예 예상을 못 했던건 아니었다. 이그노얼이 높을것만은 분명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리커버리 조차도 SS인데 여지껏 그 높은 등급을 스스로 가이딩 하면서도 힘들지 않았다면, SS 의 이그노얼과 SS의 리커버리를 별 힘 들이지 않고 가이딩 된다는 여주의 말에 따른다면. 그녀의 가이딩은 데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 ...저, 저... 이게...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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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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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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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미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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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여름 시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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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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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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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 정도 등급에 가이딩이 충분하다고? "





각자 나름대로 많이 놀랐음을 표했다. 놀랄만도 했다. 최고 등급인 SS 를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가이딩이란건, 데체 가이드 등급은 얼마나 된다는 것인가. 도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아니 감히 예상을 해 볼 수가 없었다. 일곱 모두의 눈에 소유욕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 소유욕을 누구보다 잘 알아본 희연이었다. 자기 자신이 저 일렁이는 소유욕을 보는 것을 그리 즐겼었기 때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가 밉고 짜증났다. 저가 뭔데 감히 제것을 빼앗아가는 것인지. 그래. 아직도 그녀에게 그들은 꼭 필요한 패일 뿐이었다. 아직 그녀에게 그들은 가지고 놀 장난감. 그것에 불과하지 않았단 말이었다.



..빠른 시일내에 정리해야겠네.. 무언가 곧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징후였다. 이렇게 독한 마음을 먹은 이상, 그리 곧은 아닐거라 예상하지만 그 준비 시간이 길면 길수록 점점 판은 커지고 처리하기도 힘들어지겠지. 그녀가 데체 무슨일을 벌이려 하는진.. 아마 그녀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무엇이 됐든 힘든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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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 능력 측정의 충격이 다 가시지 못한 채 가이드 등급 측정실을 향한 그들. 아니, 향하려 했다. 근데 굳이 가야 했을까. 이미 그들 중 셋이나 여주의 가이드 등급을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믿기야 힘들겠지만 어쩌겠는가 증인이 셋이나 있는데. 결국.. 개판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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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니, 형. 생각 점 해바여. 플리즈 좀 띵크!! 그게 말이 댄다구 생각해여?! 이 싸람이 믿을만한 말을 해야 믿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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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진짜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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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말이되는 소릴해요. "



" 아, 그만해요! 재볼테니까 조용히 좀 해요. "





참다 못한 여주가 끼어들 정도로.. 여주가 빽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지며 상처받은 표정을 한 석진, 지민, 태형, 정국과 그런 그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의 호석, 윤기, 남준이 있었다. 그렇게 결국 가이드실로 오게된 그들이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그들의 눈에 비쳤다.



결과를 확인하고서 또 서로 투닥투닥 거리는 이들중 조용한 한 명이 있었으니. 희연이었다. 그녀는 혼자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래. 이제 진짜 내쳐질것만 같았다. 전엔 한시도 절 가만두질 않아 귀찮기까지 하던 이들이 이젠 관심을 주지 않는다. 저를 쓸쓸해지게 만든다.



미치도록 불안하고 여주가 원망스러웠다. 까득- 짜증나. 그녀를 빨리 사라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가출한 년 주제. 네 가출놀이도 이제 곧 끝날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무슨 생각인 것인지 그녀는 놀랍도록 당당해보였다.



희연의 머릿속엔 그녀가 사라짐으로써 턱도 없어진 가이딩에 힘들어할 멤버들의 생각따윈 없었다. 그녀 더더욱 부족해진 가이딩에 그나마 나은 저에게 더욱 들러붙고 집착하게 될 그녀의 멤버들의 잔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놀랍도록 이기적이었다.



앞으로 한동안은 멤버들의 관심이 떨어질 것이었다. 한동안은 그녀의 옆에만 붙어있을 멤버들이었다. 그래도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그녀의 가출놀이만 끝이 난다면, 그런다면 다시 자신을 찾아줄 멤버들이었다. 그녀의 대용품이라도 좋았다. 어차피 자신도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지금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 권력을 계속 손에만 쥐고 있는다면 좋았다. 뭐든 괜찮았다.





" 아, 그만 좀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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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주, 너 내가 업어 키웠는데 어뜨케 나한테 그렇게 화를 내?! "



" 내가 아직도 그 쪼꼬미 어린앤줄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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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얌마, 내가 너 똥귀저기 갈던거 아직도 생각나는데 너 그렇게 안 컸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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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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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잠깐 우리 좀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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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귀저기.. 다 봤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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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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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오늘 옆으로 한명 또 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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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윤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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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한 번 잘못 했다가 멤버들에게 살기를 느낀 석진이 급하게 믿는 동생 윤기를 쳐다봤지만, 그런 멤버들 다섯명 사이에서 느낀 것보다 확연히 많은 양의 살기를 느끼곤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여주는 감히 말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만 끓어 오르는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짜증이 났다. 데체 쟤가 뭔데. 그래도 그들에게 미움 받아서 좋을건 없으니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여주만 조금씩 괴롭히면서. 어차피 저 아이를 볼 일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만큼 조금 골려주는건 괜찮겠지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은 그들을 보니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 그런 여유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지금 즐겨놔. 내가.. 언제 그 행복을 앗아갈진,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희연이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났다. 한창 빛나던 그녀는, 어느새 추락해 추해보일 지경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여주를 견제하며 저가 점점 더 매력을 잃어가는 것을. 더이상 그녀에겐 멤버들이 좋아하던 맑은 웃음따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