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공포증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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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 공포증





정국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녀는 데체 언제부터 깨어있었던 것일까. 사실 아직은 마음이 많이 복잡했다. 사실 정국은 이제까지 희연을 이성적으로 좋아했고 좋아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여주로 인해 알게 되었다. 정국이 이제껏 좋아한다 여겼던 희연을 향한 그 감정은 그저 고마움이었다. 숫기 없는 자신을 거둬줬다는 고마움과 가족에게 느끼는 애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야 결코 알아냈다.



그렇다면 희연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적어도 저가 알던 희연은 그런 짓을 할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확실히 정국 자신은 그래도 희연보다는 형들이었다. 형들이 억지로 희연을 내보낸다해도 결코 따라가지도, 형들을 원망하지도 못한 채 정리하지 못한 애정에 데여 눈물만 퐁퐁 흘릴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희연보단 형들이라는 암묵적 의미였다.



그래. 정국은 희연을 버릴 순 없어도 희연보다 우선순위를 정할 순 있었다. 애초부터 정이 많고 남에 대한 경계가 높았던 정국은, 대인관계의 변화에 대해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를 받아왔다. 그랬기에 여주를 받아들이는데에도 가장 오래 걸렸고 그만큼 희연을 버리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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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싫어. "





정국이 눈물을 닦고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정국의 심란한 마음을 대변하듯 문은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평소 같았으면 누가 문을 그렇게 닫냐며 뭐라했을 형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정국이 얼마나 상처 받았을지도 얼마나 두려워 할지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었기에 정적만이 흘러갔다.



한 편 방에 들어온 정국은 매우 심란했다. 분명 희연은 자신을 벙어리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게 해준 소중한 누나였으며, 남들에겐 쌀쌀맞을지 몰라도 여전히 저에게만은 너무도 친절한 구원자였다. 그런데 자꾸만 여주가 밟혔다. 자꾸만 그녀의 편에 서고 싶고 자꾸만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럴때마다 희연을 버려선 안된다는 강박감에 괴로워지고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으나 어느새 여주의 앞에서 웃고 울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여왔다.



그래. 희연이 자신을 구해준 신과 같은 존재라는 깊은 인식 속, 은연중에 여주와 함께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었음이 점점 드러나는 것이었다. 여주는 저에게 이젠 소중한 존재였다. 이러한 비유가 적절한진 모르겠으나 마치 교회에 자꾸 가다가 여자친구를 만나 데이트 하겠다고 자꾸만 예배를 빼어먹는 것 같았다. 딱 그러한 기분이었다.



그간 자신의 행적을 파악한 정국은 결국 확신했다. 자신은 결국 여주의 편에 설 것이라고. 여주의 쪽에 서게 될 것이라고. 여주가 쓰러진 후 자꾸만 갈팡질팡하며 혼란스러워 하던 정국의 마음에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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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은 방 안에서 갈피를 못 잡고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많이 불안한건지 다 풀려버린 동공으로 열심히 손톱만 뜯고 있었다. 멤버들에게 버려진다면 더이상자신은 볼품없이 그저 그런 가이드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빛나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버텨야 한다. 또한, 그 여자. 어떤 수를 써서든지 끌어내야한다.





" 감히.. 너네가 날 버릴 수 있을 것 같아? "





눈을 흉흉하게 빛낸 희연이 방을 나섰다. 그녀의 타깃은 아무래도 뻔했다. 항상 사람 좋게 웃어보이면 주접 떨어주고 울상 지으면 뭐든 맞춰줬었던 자신만의 호구. 자신만 바라보는 기사님. 정국을 만나러 가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뻔함에 보답을 해주듯 희연은 자연스레 정국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같이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그 흔한 노크조차도 하지 않는 대범함이었다.





" 정국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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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



" 정국아, 나 좀 슬프다.. 나 이대로 쫒겨나면 어떡해? 너가 나.. 지켜줄거지? "





일말의 기대 속 들어있는 확신이었다. 언제나 넌 날 지켜줬고 그 이유가 내가 널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줬으니 이번에도 그 빚을 갚기 위해 넌 내 편이어야 한다는 확신에 더불은 당당함이었다. 오히려 뻔뻔해보이기까지 할만큼. 하지만 더이상 정국은 그 공주놀이에 답해줄 마음이 없었다. 더이상 자신은 희연만의 기사가 아니었다. 주인만을 바라보며 맹목적 서약을 걸던 호구 기사가 아닌, 자신의 사랑을 찾아나가는 용맹한 기사가 되어가렸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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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미안해요. "



"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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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제 좀 달라지려고. "



"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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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제 누나만 바라보던 호구 아니에요. "



" 무슨..! "





이제 누나한테 이끌려다니지 않을거라고요. 알을 깨고 나와 더욱 굳쎄진 정국의 말이었다. 희연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설마 했더니 정국까지였다. 차가운 비소를 입에 머금을 뻔 했지만 아직까진 정국의 앞이라며 꾹꾹 참아가는 희연이었다. 얼마나 해왔던건지 이제 제법 표정관리가 능숙해진 희연의 모습이었다. 그 안에서 나온 말들이 정국의 아픈 곳을 찌르는 비수들이었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마음 여린 정국이 무너지기 쉬운 말들이었다.





" 하... 말도 못하는 벙어리 사람 만들어줬더니 오는게 이거야? 하다못해 까치도 갚는 은혜를 벙어리한테도 못 받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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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 "



"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니? 너 원래 말도 못 하는 벙어리였잖아. 내말 틀려? 그런 너 말문 트이게 해줬더니 돌아오는게 이딴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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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



" 얼굴 반반해서 좀 잘해줬더니 자기가 진짜 잘난줄 아나봐ㅋ. 남들이 싫어하는거 달래고 잘해주니까 날 그렇게 무시해도 될 줄 알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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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해요. "



" 그만하긴 뭘 그만해. "





정국의 아픈 곳만 쏙쏙 골라서 후려치는 희연의 표정은 오히려 후련해보였다. 더이상의 가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모든게 달라질 것이었다. 얼마 후면, 모두가 돌아올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 계집도 사라질 것이다. 모두 그렇게 될거다. 물론 다들 힘겨워하기야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일거다. 여주가 죽든 끌려가 평생 고통받든 그녀의 상관은 아니었다. 그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모두가 자신에게 기며 떠받들어줄 미래가 중요했다.







" 너가 계속 이렇게 나올 수 있을까? "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선 방에서 나가는 희연에 정국은 불안감만 증폭할 뿐이었다. 이렇게 나올 수 없다니. 무슨 의미일까. 드는 의문감을 아무것도 아닐거라 여기고 그냥 넘겼던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 무슨일이 일어날지 까마득히 몰랐던 그는 당장의 슬픔에 침식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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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깊은 밤, 센터 안은 비상 경고등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반정부의 침입이었다. 희연의 폭언에 심란한 하루 넘겨 겨우 잠이든지 열시간도 채 지나지 못한 시간이었다. 모두들 비몽사몽한 채로 팀 가이드에게 각자 가이딩을 풀로 받은 후 급하게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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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물건들이 날아다녔다. 진짜 전쟁이었다. 센티넬들이 이것저것 주고 받으며 전투를 이어갔다. 건물 이곳저곳이 부서지고 공격들이 쏟아지며 많은 센티넬들이 부상을 입었고, 뒤늦게 나온 가이드들도 여기저기 부상을 입으며 완전히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가이드는 리커버리부터 가이딩하고 리커버리는 가이드부터 치료하며 겨우 센티넬들을 치료했고 일부는 쉴더에게 가서 계속 가이딩을 해야만 했다. 센티넬들은 빨리 끝내야한다는 강박감에 휩싸여 무리하기까지 했다. 확연히 체력싸움이긴 했다. 끌면 끌수록 힘들어지는 전쟁이었다.



그렇게 밖이 한창 전쟁에 휩싸여 있을 때, 뒤늦게 준비를 마친 희연과 여주가 뛰어나갔다. 뭐, 좀 더 확실히 말하자며 진작 준비를 끝내고 빨리 나가려던 여주가 여유로운 희연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래. 희연은 매우 여유로웠다. 모두들 새하얗게 질려 우왕좌왕하는데 희연 혼자만이 여유롭게 챙기고 있었다. 전 날 정국에게 모두 때려박고서 포기한건지 겁먹은걸 겨우 아닌척 포장하고 나가기 무서워서 그러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겨우 열고 나간 문은 아무도 없는 센터의 구석이었고, 어느새 보니 숙소 문도 희연과 함께 사라지고 없었다. 함정. 센티넬의 능력으로 파놓은 함정이었다. 뒤늦게 알아챈 여주가 주위를 경계하며 있으니, 멀리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고요한 코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 ...아빠. "





아직도 여주의 기억속에 선명한.그녀가 가장 사랑하며 가장 무서워하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으아아읔!!... 드디어 보스몹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희는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ㄱ...

오늘부터 다음 화 나오기 전까지 남주 후보 받습니다!
평소 눈팅만 하시던 분들도 오늘만큼은 달아주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