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는 웃으며 잡았던 폰을 몇번에 대화로 침대에 내던지며 껐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죄 없는 이불만 퍽퍽 때리며 한껏 씩씩 댔다.
"진짜 싫어!! 만나자고 사정해도 내가 나가나 봐라."
말은 누구 하나 죽일듯이 하면서 삐죽 튀어나온 입술은 숨기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투덜대고 있을 때 석진이 방문을 두들기며 문을 열었다.
"여주야아."
"뭐. 왜."
"화났어? 미안해... 전에 이미 한 번 빠져서 또 빠지면 좀 그래"
"대신 26일에 만날래? 추우니까 오랜만에 집 데이트 하자."
혹시나 말이 바뀌진 않았을까 기대한게 무색해질 만큼 석진이 한 말은 여주가 짜증나는 마음을 달래기엔 턱 없었다.
"26일에 놀면 뭔 소용이야. 됐으니까 나가"
오늘도 봐, 미리 내 생각해서 이브에라도 놀려고 과제 끝내놔서 오늘 놀러 갔다 왔으면 내가 이렇게 화가 나겠냐고. 심지어 그 전날에 못간다고 통보하고. 이게 뭐야. 짜증나 진짜. 여주는 석진의 등을 떠밀어 내보내고 냅다 이불을 뒤집어 써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여전히 기분이 꿀꿀한 상태로 방 밖에 나왔는데 역시나 석진은 이미 엠티간 상태. 심지어 오늘은 평일도 아닌 주말 크리스마스인데 혼자 보내는게 너무 서러웠다.
이미 친구들은 디엠으로 남친과 데이트 하는 걸 자랑해댔고, 나는 뭐하냐는 물음도 들려왔지만 남친도 있는 내가 집에서 혼자 보내는 걸 친구들이 알면 내 기분은 더 나락이 될 거 같아 그냥 재밌게 놀고 있다며 둘러댔다.
"남친 없는 애들도 썸남이랑 노느라 바쁜데. 사지 멀쩡한 남친 둔 나는 혼자 있는게 말이야 방구야?!"
완전 짜증나. 오늘은 기분이 너무 너무 더러워서 술이라도 마시려고 술친구를 찾아봤으나 역시나 다들 남친, 썸남이랑 시간 보내느라 연락 두절. 이것들을 친구라고;; 결국 편의점에서 대충 오징어랑 맥주캔 몇개 사서 집으로 돌아온 여주는 바로 맥주를 들이켰다.
"..진짜 서럽다 서러워."
기분이 개밥준 이런 날에만 몇 캔을 들이켜도 정신이 말짱했다. 도저히 맥주로는 취하지도 않을 것같아 도수가 쎄서 거의 석진만 마셨던 위스키를 냉장고에서 꺼내 막걸이 잔에 왕창 따라 부었다.
"크, 이 맛이지. 암."
이 좋은 걸 김석진은 혼자 마셨다는 거야? 진짜 마음에 드는게 하나 없네. 조금 알딸딸해졌는데도 더럽게 안 가는 시간에 여주는 더 외로웠다.
"...진짜루. 오며능 어떠게 굴리지? 말 한마디 안 하까. 아니며는 항 달 내내 스킨십 긍지?"
행복한 고민을 잠시 하던 여주는 취했는지 혼잣말도 더 늘고 발음도 꼬였다. 그러고 시간을 봤을땐 오후 6시. 이 시간까지 내가 기다리는 거 뻔히 알면서 안 들어오는 석진은 뭔 심리일까.
"짜증나....."
서서히 취기에 못 이겨 거실 소파에서 잠에 들려 하던 때 쯤, 도어락이 눌리고 문이 열려 그렇게 기다리고, 오늘 하루 안주거리로 아주 맛깔나게 씹어댔던 석진이 들어왔다.
"......"
그런 석진의 눈에 들어온 건 술에 떡이 된 여주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수많은 맥주캔, 널부러져있는 과자봉지, 그리고 먹으면 속 뒤집어 진다고 그렇게 먹지 말라고 당부 했던 위스키까지. 그냥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왜. 몰 바. 꼽냐?!"

"...여주, 이거 다 너가 그런거야?"
"그룸 내가 그래찌!"
여주의 말에 한 숨을 작게 쉬던 석진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여주에 말에 말문이 막혔다.
"억울해서 그래써. 내가 지금 앙 어굴하게 생겨써?! 딴 애들은 크리스마스랍시고 남칭이랑 놀러강거 사진 올리능데!! 나능,, 나 버리구 엠티나 간 사람 때무네 혼자 보내능게 너무 딱해서 걍 죽도록 마셔서 기절하듯 잠들면 내일이 되이께찌해서 마싱거다. 왜 불망잇냐 이 나쁜노마!!"
얼마나 서러웠는지 눈물 콧물 매달고 소리치며 말하는 여주를 보는 석진의 마음이 좋을리가 없지. 당연히 석진도 오늘 엠티에 가기 싫었으나 꼰대 과대 새끼 때문에 정말 꾸역꾸역 참석한 거다. 이렇게 여주가 서러워 할 거 알았음 당연히 안 갔겠지.
"징짜... 너 징짜 미워. 너무 시러!!!"
석진은 마지막으로 소리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 여주를 자신이 어찌 달래야 할지 몰랐다.

"하... 어쩌냐."
시계는 이미 8시를 향해있었고 지금 어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정말 어떻게 해야 여주 기분이 나아질지 몰랐던 석진은 머리가 꽤나 복잡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석진은 결국 밤을 거실에서 뜬 눈으로 보냈고, 26일이 되고 말았다.
"후움..."
비몽사몽 숙취에서 깬 여주는 새벽 5시. 당연히 방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석진이 부엌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고 여주가 나올 줄 몰랐던 석진도 덩달아 놀랐다.
"...뭐하냐"

"어... 배 안 고파?"
"...이 시간에?"
역시 그렇겠지..? 하하. 어색하게 웃어보이던 석진은 사실 새벽 4시부터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일 해장할 여주를 위해 콩나물국과 여주가 제일 좋아하는 햄이 가득 들어있는 오므라이스와 진미채. 심지어 김치찌개와 계란찜까지 다양하게 만든 석진은 뭘 더 만들고 있는 건지 집게를 들고 있었다.
"....."
석진이 눈치보다 집게를 두고 여주에게 다가가 대뜸 두 손으로 팔을 잡았다.
"내가 미안해. 과대가 워낙 눈치줘서 나 때문에 괜히 분위기 망칠까 싶어서 갔던거야. 너 이렇게 싫어 할 거 알았으면 안 갈 걸 그랬나봐.. 내가 생각이 짧았다."

"내가 미안.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나 완전 서러웠어."
"어제 혼자 있는데 시간이 너무 안 가더라."
"....."
"다시 오라고 떼라도 쓰고 싶었는데 참은거거든."
"....미안해"
"너무 미웠는데..."
"오빠 잠도 못 자고 이거 다 만들었을 생각 하니까 미웠던 마음 싹 사라졌다?"

"진짜..?"
"노력이 가상해서 봐준다. 다음부터 기념일이나 빨간날 확실히 챙겨."
"응, 아 진짜 사랑해."
석진은 여주의 얼굴을 잡고 여주 입술에 뽀뽀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여주의 허리를 잡아 식탁에 올리고 은근슬쩍 입술에서 벗어나 턱, 목, 쇄골. 점점 내려가는 석진의 어깨를 여주가 잡았다.
"오빠 학교는 어쩌려고, 나는 오늘 오후 수업이라 괜찮은데 오빤 아니잖아."
"응. 어처피 오늘 출첵 안 하는 교수라 괜찮아."
웃으면서 말하는데, 손은 이미 여주의 옷을 들춰 허리를 지분 거리고 있었다.

"어제 서러웠던 거 다 풀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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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