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1_ 잘 부탁해
"··· 이건 사기야."
"뭐가."
"넌 분명 고양이였어."
"난 날 때부터 쭉 호랑이였는데."
"그래. 그러니까. 호랑이인데 좀 큰 고양이인 척 했잖아."
"내가 언제."
"데려가달라고 야옹··· 하고 울었으니까."
"호랑이는 다 그렇게 울어."
"사람을 바보로 보는 것도 아니고···"
"바보 맞으면서."
"뭐?"
"결론적으로 이 집에 짐승을 덥석 들여온 건 온전히 네 선택이었고."
"···."
"그러니 넌 날 책임져야 한다는 거지."
"···."

"잘 부탁해, 멍청한 여자야."
#SC 2_ 맛있게 생긴
"자의로 나가줄 생각은 없는 거겠지? 그렇겠지?"
"당연한 걸 묻네."
"그 저기··· 호랑아. 아니, 호랑님."
"왜."
"거기 내 침대야."
"어쩐지 푹신하더라. 이거 나한테 양보해."
"뭐?"
"싫어?"
"그걸 말이라고··· 야. 호랑이 주제에 뭘 모르나 본데 그 침대 가격이 무려 내 반년치 알바비거든?"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아니,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정당한 권리를···"
"야."
"··· 으응."
"그러고 보니까"
"···."

"너 좀 맛있게 생겼다."
"미안, 침대 네 거 해라."
#SC 3_ 강제 채식기
"미리 말하지만 난 돈 없어."
"응?"
"고기 같은 건 못 사먹는다는 말이야."
"그럼 난 뭘 먹으라고."
"풀은 어때? 샐러드는 해줄 수 있-"
"구역질 나는 소리 하지 마."
"그럼 호랑이 너는 우리 집에서 같이 못 살겠다!"
"결론이 왜 그렇게 돼?"
"여기 살려면 넌 삼시세끼 풀만 먹어야 하니까."
"···."
"어때. 나가고 싶은 맘이 막 들지?"
"먹을게."
"··· 엉?"
"채식도 꽤 괜찮을 것 같아."
"너 거짓말 더럽게 못 하는구나. 일단 얼굴에 힘은 좀 풀고···"

"조용히 해. 진짜 먹어버리기 전에."
"웅···."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 기념 짧글 대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