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오해로 헤어진 전남친
헤어진 지 1년이 지났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비가 쏟아지던 밤에 그를 만났다.
“……누나.”
한태산이었다.
예전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얼굴인데도,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여전히 같았다.
“오랜만이네.”
“응.”
짧은 대답.
태산은 내 옆에 서서 한동안 말없이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봤다.
그러다 내 손에 들린 우산을 보며 말했다.
“우산도 안 바뀌었네.”
“그걸 어떻게 기억해?”
“기억하지.”
태산이 잠깐 웃었다.
“누나랑 관련된 건 잘 안 잊혀져.”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다.
나는 애써 화제를 돌렸다.
“너는… 잘 지냈어?”
“그럭저럭.”
“여자친구는?”
태산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있어.”
“…그래.”
괜히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이야?”
“응.”
태산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누나는?”
“나도 있어.”
그 순간 태산이 나를 바라봤다.
“……그래?”
“응.”
“어떤 사람인데.”
“좋은 사람이야.”
태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조용히 물었다.
“어때. 그 남자는 나보다 나아?”

“태산아.”
“그냥 궁금해서.”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손에 쥔 우산 손잡이를 괜히 세게 잡고 있었다.
“나보다 잘해줘?”
“...”
“더 많이 웃게 해?”
“…”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한참을 침묵하던 태산이 낮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내 기억도 다 지워줬나 봐.”
“…….”
“누나가 나 생각 하나도 안 나게.”
애써 웃는 얼굴이었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그래도…”
태산이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너가 행복하면 됐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태산이 나를 바라봤다.
“……라고 할 줄 알았어?”
“뭐?”
태산은 시선을 피하며 작게 웃었다.
“그런 거짓말은 안 할게.”
빗소리만 조용히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솔직히 싫어.”
“…….”
“누나가 다른 사람이랑 행복한 거.”
태산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들렸다.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난 거면 축하해줘야 하는 거 아는데…”
잠시 말을 멈춘 태산이 나를 바라봤다.
“난 아직 그 정도로 좋은 사람이 못 됐어.”
그리고 한참 뒤,
태산이 아주 작게 웃었다.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그냥… 나 좀 싫어해도 돼.”
“왜?”
“미련 남은 전남친 같잖아.”
태산이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사실 맞으니까.”
+솔직히 이번꺼는 저도 맘에 들어욥..ㅎㅂ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