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집

𝐵𝐿𝐴𝐶𝐾𝐼𝑆𝐻 𝑅𝐸𝐷, 𝐿𝐼𝐿𝑌

𝐵𝐿𝐴𝐶𝐾𝐼𝑆𝐻 𝑅𝐸𝐷, 𝐿𝐼𝐿𝑌

검붉은, 백합.












또각또각 -


피로 가득한 바닥 위, 한 여자가 있었다.
양복 재질의 하얀 원피스,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하얀 하이힐까지.
본디 청초하며 하앟디 하얀 피부를 가진 듯한 그녀는 마치 한 떨기 백합과 같았다. 붉고 검은, 독특한 백합 말이다. 그런 그녀의 뺨과 팔다리에는 검붉은 액체가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텅 비어버린 홀에 울려퍼지는 총성, 그리고 그를 따르는 차가운 하이힐 소리. 공통점을 찾자면, 두 소리 모두 오싹할 정도의 서늘함과 차가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서늘함을 보태는 또 다른 소리가 있었는데, 소리에 예민하지 않다면 듣기조차 힘들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 아, 쥐새끼가 있네? "



그 작고 작은 소리를 알아차린 건지. 뒤돌아 보지조차 않았지만 그녀는 누군가 그녈 보고있단 것을 직감하고 총을 장전했다. 철컥, 총이 준비되자 뒤에서 낮은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쥐새끼라니, 세뇨르. 말이 심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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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일반인이었어? 스윽 뒤돌아본 그녀는 당황하면서 장전한 총을 든 손을 떨구었다. 그 남자에게 무언가 물어보려는 순간, 자신이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인이라면, 어떻게 자신이 방금 일망타진한 조직의 홀에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인질이나 잡혀있던사람들은 없었는데 말이다.


" 너, 누구야. "

" 음.. 아마도 당신 팬이겠지? "


뜬금없는 ' 팬 '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목표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혹은 다소 장난같은 그의 행동이 불쾌했던 걸까. 그녀는 짜증과 불쾌함이 뒤섞인 말투로 그에게 대꾸했다. 


" 뭔 헛소리야. 너 내가 누군진 아는거야? "

" 이 판에서 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푸흡- "



그녀는 지금 상당히 짜증이 났다. 당장 그에게 총을 발사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이미 총부리를 겨눠 총을 쏘고도 남았을 때인데, 무엇인지 모를 감정이 그녀를 사로잡고 쏘지 못하게 억제하고 있었다. 그 오묘한 감정 가운데,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녀는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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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못 알아봐서 속상했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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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갑자기? 모르잖아, 나에 대해. "

" 태형,.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언젠가 봤었지. "

" ... "

" 따라온 목적은? "

"...."


침묵으로 답하는 이 남자를 보며 검붉은 백합은 미소를 지었다. 비웃음과 흥미가 섞인 미소였다.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재밌네,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