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팅스타
별똥별, 유성이 빛나는 동안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말을 간절하게 믿었다. 유성이 빛나는 어두운 밤에 내 꿈속에 나타났던 그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나주길 바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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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무렵, 나는 한 편의 꿈을 꾸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컴컴한 하늘 아래에 누군가 서 있었다. 혹시나 나를 잡아가려는 게 아닐까, 엄마가 말하던 나쁜 아이에게만 찾아온다는 그 호랑이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돌아 내게 말을 건넸다.
"안녕"
"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분명히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무서운 사람 아니야"
내가 가만히 그를 주시하고 있으니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해야 네가 나를 믿을까"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멈춰있다 나에게 따라오라며 언덕 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별 볼 것 없는 언덕이었지만 그 위엔 여러 가지 망원경과 돗자리가 깔려있었다. 아마 그 남자는 검은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관찰하는 사람인 듯했다.
"멍하니 서있지 말고 여기 누워"
그는 돗자리를 툭툭 치며 얘기했다.
"아저씨, 별 보는 사람이에요?"
"응, 얼핏 말하면 그렇지"
그리고 그는 얘기했다.
"오늘 유성이 가장 잘 보이는 날이래"
"저 멀리에서 별들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어, 간절하게. 그럼 별들이 네 소원을 이뤄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유성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빌었다.
'나중에, 나중에 유성이 떨어지는 날 제 곁에 있는 이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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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 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어렴풋이 기억 나기로는 그도 내 곁에서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그 꿈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나는 그 꿈을 꾼 이후 매일 천문대에 가 별들을 관찰하며 천문학자를 꿈꿨다.
그리고 마침내,
"60년 만에 유성이 가장 잘 보이는 날이 될 것이며.."
간절히 바라던 날이 왔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망원경과 돗자리를 챙겨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갔다.
언덕에 올라가 돗자리를 펴고 누우니, 왜인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별것 없는 꿈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을 하다 반짝이는별들을 바라보니 서서히 잡생각이 사라지는 듯했다. 괜히 가져왔다 싶었던 라디오를 머리맡에 두니 괜스레 마음이 아려왔다.
"그 사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꿈속의 그는, 밤하늘의 별들과 참 잘 어울렸다. 왜인지 모를 분위기가 그에게서 풍겼었다.
그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연상시키니, 그를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는 내게 너무나도 따듯한 사람이었기에.
"보고 싶어요"
그리고, 유성이 떨어졌다.
수십 개의 유성이 밤하늘 위를 달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내며 현 풍경을 보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두 손을 꼭 모으고, 간절하게.
제발,
만나게 해주세요.
간절하게 빌었지만 역시 바뀌는 건 없었다. 차가운 현실이 너무나도 아파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그를 만난다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당신은, 그날 어떤 소원을 빌었냐고. 그리고, 왜 내 꿈에 나타났냐고. 실망은 점점 커지고 커져 원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촉촉해진 눈가를 소매로 닦아낸 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났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나와 같은 또래의 한 사람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처럼 별 보러 오신 건가 해서"
"아, 네. 맞아요"
"예쁘죠?유성. 소원은.. 비셨으려나"
"빌었죠. 근데 이뤄지진 않더라고요"
그는 씁쓸한 표정의 나를 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어떤 소원.. 빌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그냥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그리고 둘 사이의 침묵이 흘렀다.
유성은 그 침묵 사이를 가로지르며,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그는 계속되던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얘기했다.
"나돈데"
나는 직감했다. 분명 우리는 같은 꿈을 꾸었던 것이라고. 그의 눈동자는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어릴 적 나의 꿈이자 소원이었던 그는,
나의 유성이었다.
조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