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다각]
제목없음 [☆☆☆☆☆]

理鼈
2020.02.04조회수 54
별은 뜨지지도 않는 눈으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항상 7시 30분, 그 시간에만 일어난다. 이렇게 생활 리듬이 완벽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야. 별은 세수를 한 후에 대충 학교로 뛰어갔다. 선도부 중에 늦는 사람은 항상 나, 대충이라지만 대충이 그 대충이 아닌 느낌. 별은 꿀밤을 먹고선 정신을 차렸다. 요즘은 그나마 교복이 바지로 된 게 많아서 다행이다. 벌점 먹이려면 오지게 힘드니까, 이 항상 똑같은 어떤 미친년은 항상 다른 복장인데 이렇게 다 벌점 먹을만한 의상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이없게도 나 불량학생이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참 나, 생긴건 순수하게 생길 것 같은데 말이야?
“너 오늘도 벌점인 거, 알지?”
“선배는 안 힘들어?”
“응? 뭐가-..”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갑자기, 이 파란머리 도라에몽 같은 게.. 말도 섞지 않은 사이인데도 말을 놓으며 언니처럼 대하는 것 좀 보세요, 싸가지도 이런 싸가지가 없네-.
“언니, 있잖아. 나 벌점 먹일 시간에, 다른 애들 좀 먹일래?”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하고 시선을 옮겼다. 정말로 이 도라에몽 같지 않아도 충분히 벌점 먹을 수 있는 놈들이 수십명이었다.
“그리고, 언니는 선도부인데 왜 염색했어? 언행불일치-,”
“아, 어쨌든- 네 이름 적어.”
“왜저래.. 나 가볼게요 언니-.”
“야, 야-!”
별은 뻘쭘한 듯 헛기침을 해댔다. 옆에선 나를보며 킥킥대는 친구들 뿐이었다. 별은 자신의 교실로 들어갔다. 요즘 잠도 잘 못자는데, 아까 그 파란머리 도라에몽이 생각난다. 교복도 아니고, 뭔, 자기가 성인인 줄 아나 봐.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성적도 떨어지고, 이번 생은 망, 핵망, 별은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엎드려 시체가 된지 오래다. 시체가 된 나를 환생시킨 건 바로 도라에몽이다. 별은 자신의 얼굴에 도라에몽이 보여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넘어질 뻔 했다.
“아 시발, 너 뭔데 자꾸 나타나-?”
“욕설은 너무 해-.”
“이 새끼ㄱ-..”
“오늘 밥 혼자 먹어요?”
“뭐? 그걸 알아서 뭐하게-,”
“나랑 밥 먹자고 데이트 신청하게-.”
“뭔 데이트야 데이트는,”
“싫어?”
“몰라,”
“흥-, 튕기긴.”
“뭔,”
“언니야, 그럼 이따 봐-!”
파란머리는 손을 흔들며 교실을 나갔다. 생각해보니, 나는 쟤 이름도 모르네, 도라에몽이 진짜 이름인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어떻게 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 맛있는 거 나오는데, 그 마른 도라에몽 때문에 이게 뭐람, 별은 한숨을 쉬며 급식실로 내려갔다. 도라에몽은 나를보며 해맑게 웃으면서 걸어왔다. 도라에몽이 갑자기 나를 와락 껴안았다. 이게 지금 뭐하는, 전교생이 다 쳐다보잖아-.. 별은 당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언니야, 나 안보고싶었어?”
“뭐하는거야 지금-!”
“왜, 빨리 밥 먹어요-.”
별은 파란머리의 손에 이끌려 간다니, 어이없다. 어이없어,
“있잖아요, 언니는 애인있어요?”
“아ㄴ-..”
“내 이름 알죠?”
“모르는ㄷ..”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아 좀, 말 좀 하자.”
“아, 미안해요.. 궁금한게 많아서..”
“하-.. 애인 없고, 네 이름도 몰라. 꼬맹이가 궁금한 게 많아.”
“다행이다-.”
“넌, 뭔데 처음보는 선배한테 그래?”
“내가, 뭘?”
“뭔데 말 까고 신상정보 터냐고,”
“나니까 털지-.”
별은 이 아이랑 있으니 늙는 느낌이 들었다. 파란머리 도라에몽은 별에게 음식을 넣어준다거나, 입가에 묻은 것들을 닦아준다거나 하는 행위로 더 애인같은 사이가 만들어졌다. 이 강아지같은 게, 생긴거랑 다르게 응큼해보여.
“언니야, 이따가 학교 끝나고 나랑 놀아요-.”
“바빠.”
“왜 바빠-. 나랑 놀아..”
“나 내년에 졸업이야 바보야.”
“근데 그게 뭐..”
“너, 나랑 놀고싶으면 치마 줄이지 마.”
“줄인게 아니라-.”
“그리고, 염색은 뭐라 안할테니까 위 아래 옷 다 교복으로 입고 와 그냥.”
“힝.”
“뭐가 힝이야 바보야.”
“치마 줄인게 아니라, 짧은거야..”
“뭔, 키도작은 게..”
“바보 멍청이야-..”
“이름이나 말 해.”
“기억할 거야?”
“몰라, 말 해.”
“정휘인-.”
“뭐야, 너가 그-.”
“내가 뭐?”
“너가, 학교에서 유명하다는 정휘인이었어?”
“몰랐어? 아싸야 언니.”
“아..”
별은 자기가 아싸인 줄도 모르고 살았나보다. 휘인은 별의 두 볼을 감싸쥔 다음 짧고 굵게 입을 맞췄다. 별은 어안이 벙벙해져 반항도 하지 않았다. 나, 뭐지? 이게 지금 뭐하는 거지? 그렇게 나는 오늘부터 멍청한 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