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벚꽃잎을 잡았을 때 첫사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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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읏샤, 헛, 흐압!"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어 흩날리는 벚꽃잎을 한 장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꽃잎은 그리 쉽게 내 손에 잡혀주지 않았다.

"어, 잡았다!"

한참을 벚꽃잎과 내 사랑을 위해서 방방 뛰고 있던 도중, 드디어 내 손안에는 연홍색의 작지만 아기자기한 벚꽃잎이 들어왔다.

"와, 귀엽다· · ·."

한참 동안의 고군분투 덕에 잡게 된 벚꽃잎. 앗, 이럴 게 아니라 얼른 사진을 찍어야지. 가방 안에 고이 모셔둔 휴대폰을 주섬주섬 찾기 시작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가방을 뒤지는데, 내 머리 위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 · ·?"

고개를 들고 그림자의 주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 그였다.

"아아."

한때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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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무 놀라 아무말도 꺼낼 수 없었다.

"안녕, 오랫만이야."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의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아, 안녕."

두근두근. 아, 아직도 이러네. 난 어렸을 때부터 줄곧 그를 보면 이리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웃음이 나왔다. 그때 완전히 포기한 줄 알았는데.

"너도 여기 벚꽃 보러 온 거야? 혼자서?"
"으응."
"으음,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구경할까?"
"같이· · ·?"

갑자기? 예상도 못한 전개였다. 이건 정말 운명이 아닐까.

"응, 잠시만." photo

"됐다."
"음, 저기 방금 뭐한거야?"
"아, 이거."

그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의 손안에 있던 건 조금 전에 내가 잡은 것과 같은 벚꽃잎이었다.

"벚꽃잎?"
"응, 떨어지는 걸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들어서."
"아· · ·."
"근데 이렇게 한 번에 잡게 될 줄 몰랐어."
"이어지고 싶은 사람이 있는거야?"

이 질문을 하고 나는 바로 후회했다. 아직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또 나 혼자 좋아하면· · ·.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말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응, 그런데 혹시 그거 알아?"

그런데 갑자기 그가 나한테 질문을 던졌다. 뭘 안다는 거지?

"뭐를 말하는 거야?"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거."
"응, 당연히 알고 있지. 방금 네가 얘기 했잖아."
"그렇지. 근데 혼자 있을 때는 벚꽃잎을 잡아도 별 효과가 없어."
"어? 진짜?"
"옆에 이성이 있었을 때 잡아야 되는 거지."
"그런 사실은 몰랐는데· · ·."

나는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벚꽃잎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건 별 의미가 없는 거네· · ·.

"근데 난 될 것 같아."
"응?"
"내가 벚꽃잎을 잡았을 때, 내 옆에는 네가 있었으니까."
"그게 무슨· · ·."
"나랑 연애하자."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나와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맞추면서 내가 어서 대답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 ·.

"갑자기· · ·."
"알아. 당황스러운 거. 근데 대답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나는 조금 더 뜸을 드렸다. 자꾸 기다리게 하면 안되는데, 나도 좋아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 ·.

"자, 여기."

그는 작은 종이에 뭘 적더니 내 손에 쥐여주었다. 전화번호. 그것은 그의 전화번호였다.

"대답, 기다릴게. 꼭 연락 줘."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 가버리는 그를 나는 멍하니 쳐다봤다. 붙잡아야 한다. 나는 그가 가고 있는 쪽으로
달렸다.

이제 다시는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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