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섹시한 나의 영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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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일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내가 일진한테 인기가 많냐고? 아니다. 뭣 모르고 일진 놈들 앞에서 나대다가 이 꼴이 되어버렸다.

"어, 저기요. 일진님들."

일단 나는 시간을 끌어보려고 했다. 멋진 영웅이 날 구해줄지도 모르잖아? ㅡ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이지만ㅡ 나는 일진들을 소심한 척 연기하며 입을 열었다.

"뭐야? 이 X 또 입 여는데? 왜, 또 깝죽거리려고?"

대장같아 보이는 녀석이 날 비꼬듯 말했다. 와, 말투 좀 봐. 더럽게 재수 없어. 주둥이를 한데 쳐주고 싶었지만 내 손만 더러워지는 거라 그냥 관두었다.

"에이, 깝죽대다뇨."
"아까 우리한테 깝죽거린 건 정신이 나가서 한말이었냐?"

다른 일진 놈이 물었다. 아닌데요. 제정신으로 한 말이었는 데요. · · · 라고 말하면 분명 한 대 맞을 테니까 굳이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씨X, 왜 대답이 없냐?"

또 다른 일진 놈이 욕을 섞어가며 사납게 말했다.

"어머,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입이 참 더러우시네."

헙! 난 뒤늦게 입을 막았다. 요놈의 입이 문제네 항상. 난 내 입을 손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이 X이 진짜!"

일진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내가 발견한 건 골목 입구에서 꽤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의 섹시한 영웅님이 서계셨다. 이름하여 민윤기! 윤기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이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난 윤기만 옆에 있으면 무서울 게 없지! 난 본격적으로 일진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아, 기분 나쁘게 아까부터 자꾸 이 X, 이 X 거리고 있어!"
"이게 진짜, 한 대 맞고 싶냐?"
"안 맞고 싶다고 해도 때릴 거면서! 그냥 때리던가!"

일진은 날 때리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손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내 얼굴로 다가왔다.

"씨X"

윤기는 나를 향하던 일진의 팔을 잡고 힘으로 멈추었다. 오오. 대단해! 잘했어, 윤기야! 어서 나를 구해다오! 날 구하고 나서 윤기는 순식간에 날 둘러싸고 있던 일진 네 명을 처리했다. 

"우와! 윤기 멋있다! 잘한다. 우리 윤기!"

나는 옆에서 윤기를 응원했다. 내 응원 따위가 없어도 잘 싸우지만. 어느새 일진들은 윤기에 의해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헐, 소름. 윤기 얘가 강하기는 엄청 강하구나. 이름만 들으면 엄청 여리게 생길 것 같은데. 윤기는 피떡이 된 일진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나를 노려보았다. 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하, 진짜."

윤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왜 그래? 설마 힘든거니?

"윤기야, 힘들어?"
"그래, 너 때문에 힘들다."
"엥? 나 때문에 힘들다고?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photo
"내 말 잘 들어."

윤기는 머리를 한번 쓸며 말했다. 헐, 저건 정말 잘생긴 사람이 아니면 멋있기 어려운 머리 쓸기 기술!

"윤기야, 너 앞으로 머리 좀 많이 쓸어줘! 너무 잘생겼다~"
"· · · · · · ·."

윤기는 내 말에 정색했다. 칭찬한 거 가지고 정색까지 하니· · ·. 나 상처받은 것 같아. 하지만 그동안 나 구해준 거 봐서 없던 일로 해줄게!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널 위해서 하는 소리니까 잘 들으라고 하는 거야."
"으응."

나 좀 설렜다. 그 얼굴로 그런 달달한 말 하면 내가 설레 안 설레? 응? · · · 그냥 윤기가 하는 말에 집중이나 해야겠다.

"너 자꾸 일부러 위험한 짓 하지마."

윤기는 무릎을 굽혀 나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내가 구하러 못 오면 어쩌려고. 또, 혹시 내가 너무 늦어서 너 나쁜 놈들한테 당한 거 보게 되면, 그때 내 심정은 어떡하고."

윤기는 나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 · · 알겠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윤기는 내가 안 그러겠다는 말을 듣고 나자 다정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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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약속하는 거야."
"응, 약속할게."

윤기는 굽혔던 무릎을 펴고 똑바로 섰다. 그리고 나를 품에 가두었다. 나는 윤기에게 안겼다. 윤기에게서는 항상 좋은 향기가 났다. 

"오늘 약속한 거 잊으면 안돼. 알겠지?"
"응, 알았어."

나는 약속했다. 윤기랑 한 약속은 꼭 지켜. 왜냐고? 윤기는· · · 나의 하나뿐인 영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