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조각글] "이기적이게도, 너를 원해."

[조각글] 철 없던 내가, 다시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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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던 내가, 다시 널.

(참고로 여주, 윤기 둘 다 24살인 설정!)





























ㅡ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윤기야."


ㅡ "........."





수화기 너머의 두 남녀. 얕게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부여잡고 있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었다. 그럴... 그럴리가 없잖아,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어떤 말을 들었던 건지, 눈에는 눈물이 차올라있고 숨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리릴 듯 고르지 못했다. 네 목소리가 분명함에도, 네가 아니길 바라며, 확인해본 발신자. '윤기.' 라고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자 내 심장이 저 차가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





ㅡ "...말 뜻 그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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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헤어지자."





세상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꿈인가? 차라리 꿈이라고 해줘. 우리 예쁘게 잘 만났잖아. 4년 동안의 연애가 어떻게 전화 너머의 일방적 통보로 끝낼 수가 있어. 나는 아직도 널 여전히 좋아하는데. 너도 나 좋아하잖아.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는, 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찾게 만들었다. 아무리 여러방면으로 생각해도, 생각나는 것은 딱 한가지. 


부모님의 반대. 그래, 완벽했던 우리의 연애에 금이 가도록 돌을 던진 건 서로의 부모님이였다. 윤기네 부모님은 4년 내내 과탑을 놓치지 않았던 네가 큰 사람이 될 거라며 나를 그저 걸림돌이라 칭하고, 내 아빠라는 사람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널 반대했다. 





ㅡ "너... 설마 아빠 때문이야?"
ㅡ "...내가 말 했잖아. 집을 나와서라도 너를 만나겠다고. 내 삶에는 너 하나로 충분하다고."


ㅡ "......그래서,"





네가 말 하길 기다렸지만, 너는 '그래서'라는 말을 내벹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한 건가. 중요한 건, 뒤에 할 말이 있었다는 것. 분명히 나와 헤어지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거야. ...아니, 있기라도 했으면.





ㅡ "...갑자기 왜 그러는 건ㄷ,"


ㅡ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어."

ㅡ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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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너와의 관계를 그만하고 싶을 뿐이야."





...거짓말. 거짓말도 못하는 게 어디서 수작부리고 있어. 나랑 만나서 얘기하면 네 표정에서 다 드러날 걸 아니까, 전화로 한 거잖아. 너. 목소리는 그렇게 떨리면서...


네 태도에 난 더욱 화가 치밀었다. 내가 눈치챌 걸 알면서 왜이러는데. 말은 모질게하면서 왜 목소리는... 날 잡냐고. 진짜 못됐다 민윤기.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거에 재능있어.






ㅡ "이게 뭐하는 행동이야. 너는 4년의 연애가 이렇게 전화 한 통으로 정리되는 것인줄 알아?"

ㅡ "개수작 부리지말고 만나서 얘기해."


ㅡ "싫어."


ㅡ "......뭐?"


ㅡ "나 나쁜 새끼 맞아. 죽을 때까지 날 욕해도 좋아."


ㅡ "......윤기야."


ㅡ "...그만하자, 진심이야."


ㅡ "......"





내가 말문이 막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전화가 끊어진 후였다. 나는 내 주먹을 말아쥐며 생각했다. 네가 왜? 갑작스럽게 이러면 ...난 어떡하라고. 너는 마음정리하고 나에게 통보했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란 말이야...


정신차리고 나니 남는 건, 변하지 않는 현실이였다. 너와 나는 헤어졌어. 이유가 납득이 가질 않지만. 아니 애초에 이유라는 게 있긴 했었나. 갑작스럽게 이러는 너를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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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던 내가, 다시 널.





























너와의 이별로부터 4년 후. 잊었냐 물으면... 글쎄. 잊었다기보다는, 그냥 너라는 존재를 지워버렸다. 잊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려왔고, 그렇다고 안고 살기에는 나는 아직 젊고 어렸으니.


그냥... 네 존재를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내가 너를 생각할 틈도 없이 인생을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고, 내가 들어가고 싶던 회사에 당당하게 취직했다.


너라는 존재를 지우는 것은 꽤나 나로써는 어려운 일이였지만, 뭐 시간이 약이였지. 24살이였던 너와 나는 마침 사회에 나갈 나이였고, 나는 졸업을 한 후 약 3년을 외국에서 보내다 돌아왔다. 너는 어느 회사에 인턴이 됐다나 뭐라나.


이제 관심을 끄기로 했다. 물론 외국에 있느라 원해도 들을 수야 없겠지만, 국내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대학교에 들어와,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지만 결국, 너와 나는 허무하게 헤어졌고,





나는 너를 내 인생에서 지워버렸다.
















.


.


.




"......와. 떨려미치겠네."





김여주. 28세. 첫 출근을 앞둔 사회 초초초년생. 평소 다니고 싶어하던 회사에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바짝 몇 개월 준비했던 그녀. 운좋게 합격하여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엄연한 직장인으로써의 첫 출근.


...와, 쟤 누구냐. 웬 어색한 표정의 땀 삐질한 띨빵이가 서있네. ...국내에 적응 더 할 걸 그랬나. 3년의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온지 약 3개월 차. 아직 한국에 적응이 덜 됐단 말이야...


어느덧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여주는 첫 출근인 만큼, 상사들이 좋은 사람들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은채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을 나섰다.





"...후. 잘하자, 김여주!"





그래! 뭐 별 거 없겠지. 다 사람사는 세상인데 말이야. 설마 첫 날부터 무슨 일 생기겠어? 그냥 물흐르듯 묻혀서 해야할 일이나 잘 하고 오자고. ...아. 떨려.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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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던 내가, 다시 널.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오게된, 김여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하하ㅡ 어떡해. 첫 출근이라 경직되신 거 봐... 귀엽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여주 씨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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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긴장 풀어요. 여주 씨.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아, 저는 정호석이라고 해요. 직급은 보다시피 차장."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직원분들, 즉 나의 상사 님들은 전부 좋으신 분들 같았다. 진짜 내 상사라서 그런게 아니라, 생각보다 나잇대도 다들 젊으셨고, 무엇보다 나를 부둥부둥 잘 챙겨주시는 분들에 나도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좋아. 무언가 잘 풀리고 있어. 좋은 사람들에 좋은 직장. 캬 이것보다 완벽한 게 또 있을까. ...그나저나, 팀장님의 자리가 비어져있었다. 보니까 아예 출근을 안 하신 거 같은데... 뭐지.





"저... 근데, 팀장님은......"


"......아."


"아직 안 오신 건가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나의 질문에 무언가 굳은 듯한 분위기였다. ...왜그러시지. 내가 뭐 잘못했나. 팀장님이 어떤 분이기길래...





"...그, 팀장님은 외근 나가셨어요. 점심 쯤에 오실 거예요."


"아아..."




아, 외근. 그럴 수 있지. 다들 조금은 얼어붙은 분위기 속, 나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왔을 때 그 환영하던 표정의 대리님, 과장님은 어디없고 서로 눈치를 보며 말하기를 꺼려하는 듯 했다. 나와 정호석 차장님을 제외하고 분위기가 얼어붙자, 정차장님은 애써 차가운 분위기를 모면하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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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조금 성격이 차가우시거든요. 그래서 다들 어려워해요."

"그래도 좋은 분이시니까, 걱정 마세요. 가끔 좀 칼같은 면이 있으시긴 하지만... 하하."


"가끔이라뇨...! 매 순간 얼음장 같으신데."
"그나마 정차장님한테 살가운 거예요. 전에 서류 제출하러 갔다가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꼰대같은 사람도 아니고, 어려운 사람이라니. 가뜩이나 사교성이라곤 개나 줘버린 나로써는 또 다시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얌전히 짜져있자는 생각을 한 채, 두 손을 모은 채, 팀장이라는 사람을 혼자 상상했다. 막 우락부락한 호랑이 같으신 분이려나.





























.

.

.


"여주 씨, 뭐해요. 밥 먹으러 안 가요?"


"...아,"





그 얼음장 같다는 팀장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대리님이 시키는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직장인들의 시간은 원래 이렇게 빨리 가는 건가. 꽤나 적성에 잘맞는 일에 만족하던 때였다. 물론 오늘이 시작이였지만. 


내 인생이 드디어 잘 풀릴려나보다. 솔직히 도망치듯 다녀왔던 유학동안, 온갖 쿨한 척은 다 했지만 실은 아니였으니까.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네가 자꾸 떠올랐거든.





"가요, 여주 씨. 오늘은 특별히 제가 맛있는 거 쏠게요."


"아... 그, 사실은 제가 정리할 서류가 좀 남아서요."
"정차장님 먼저 드시고 오세요!"


"그래도 끼니는 제때 챙기는 게..."


"아니에요! 실은 남는 시간에 회사도 조금 구경하고 싶고 해서요."


"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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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 밥 먹고 오면, 같이 가요. 내가 소개시켜 줄게."

"저 한 40분 정도 걸릴 거 같은데. 그 동안에 서류 다 끝 마칠 수 있어요?"


"아, 네! 그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ㅡ"




정호석. 그는 실로 좋은 사람이였다. 세심하면서도, 눈치도 빨라 어느 사회에서나 사랑받을 것 같은 사람. 오전만 보았음에도 그의 성품에, 아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 그러니까 그 팀장이라는 분도 예뻐하시는 거겠지.


나는 거절한 게 죄송스러우면서도, 감사하여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자, 정차장님은 나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럼 저 갔다올게요. 수고해요, 여주 씨." 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참... 존경스러운 분이야."





좋은 상사를 만났네. 하고는 다시 나도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들 점심시간을 즐기기 바빠 사무실에는 나홀로 남게 되었고, 나 또한 40분 안에 하던 일을 끝마치기 위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한 10분 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깔끔한 구두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차장님은 아니실테고... 이대리님이신가. 무언가 보일듯한 실루엣에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겨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히 바라보았다. ...어어.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사람인데.





"그쪽이,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까?"


"........."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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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민윤기입니다."


"......미친."




익숙한 톤. 익숙한 목소리. 나에겐 지극히 정겨웠던 그 특유의 차가운 어조.


민윤기였다. 4년 전에 헤어진,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민윤기. 내 인생에서 지워버린 사람. 그를 정의내릴 수 있는 수많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순간적으로 내 머릿 속은 하얘졌다.


이 새끼가 왜 여기에...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헤집는 와중에 생각나는 것은 왜 얘가 여기있지라는 생각 뿐이였다.


모든 것이 완벽할 줄만 알았던 내 직장에, 좋은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아, 내 구질했던 인생 이제 좀 피겠거니 했는데... 시발. 저 새끼가 여기서 왜 나와.





"...그쪽은요. 뭐 없습니까?"


"......아."





알면서 뭘 물어, 이 새끼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울컥하며 쏟아져나올 뻔 했지만 ...참았다. 내 직장, 내 첫 출근을 전남친 민윤기 하나로 망칠 이유는 없었으니.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오게 된"


"........."


"김... 여주입니다."





지워버린 줄만 알았던 네가 버젓이 내 앞에 나타났다. 알면서도 물어보는 건 무슨 심보인지. ...아는 척 안 하니 다행인 건가. 짤막한 의미없는 통성명 이후로, 싸한 정적이 흘렀다. 그래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니.


나를 지긋이 눈에 담는 민윤기에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 아니, 사실은 4년 동안 형상만 그려왔던 네가 실제로 내 눈 앞에 나타나니 감정이 복잡해진 건 정작 나였다.


4년 동안 보고싶었고, 어쩌면 못 잊었을 지도 모르는 너에게 나는 무슨 반응을 해야했을까. 오랜만이라고? 잘 지냈냐고? 아니,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왜 너와 했던 시답지 않은 대화가 당시의 나를 스쳐지나갔는지, 모르겠다.

















.


.


.





'윤기야, 미늉기ㅡ'


'응, 여주야.'


'윤기는 나랑 헤어지면 어떨 거 같아?'


'글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


'아이ㅡ 만약을 말하는 거지, 만약!'


'...음, 네가 보고싶을 거 같아.'


'...뭐냐, 이 미적지근한 대답.'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너에 나는 풀이 죽은 채, 삐죽 내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시큰둥하자 너는 내 눈치를 본 건지, 내 마중나온 입술에 웃으며 입을 짧게 맞추어오더니 삐졌냐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치, 민윤기. 하여튼 조금이라도 토라지는 꼴을 못해요, 내가. 금방 풀어진 여주는 시무룩하던 눈빛을 다시 반짝이며 윤기에게 재차 물었다.





'어떻게든 너랑 만날 거야.'


'진짜? 내가 막 도망가면 어쩌려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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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긴 어째. 내가 김여주 잡으러 가야지.'
'나 두고 어딜 갈려고 그래. 섭섭하게.'


'헐 민윤기 쫒아오면, 신고각인데.'


'내 거 내가 찾는다는데, 혹시 불만 있으신지...'


'와ㅋㅋㅋㅋ 민윤기 소유욕 봐... 미치겠다, 진짜.'


'왜, 도망이라도 가게?'


'아니?ㅋㅋㅋ 내가 더 두고 어디가. 민윤기 옆에 딱 붙어있어야지.'


'진짜? 약속한 거다, 김여주.'


'너나 약속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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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하니까 어때요.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네, 아직은요."


"......다행이네요."





















'나 꼭 찾으러 오기로.'































왜 그 시답지 않은 대화가
너와의 재회에서 나를 스치던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치만,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생각보다 너를 더 좋아했었구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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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재결합물... 써보고... 싶었어요...💖
저는... 재결합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정신없이 써서 마지막 부분 쪽에는 막 신경을 못 썼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 😻😻





🌸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