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태형이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학교로 정국이와 이동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수업을 들어갔다.
하지만 수업에 도저히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별을 고했을 때 지었던 태형이의 표정 때문이였다.
난 한 번도 태형이의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많은 감정들이 뒤섞인 듯한 그 표정. 놀람, 화남, 슬픔, 두려움 이런 감정들이 모두 뒤섞여 나온 표정이였다. 여태까지 넌 그런 표정을 지을 기회조차 없었지.
항상 헤어지던지 말던지 라며 너가 날 떠봤고, 넌 내가 널 떠날거라곤 생각해보지도 않았을테고, 매번 조금씩 선을 넘어도 내가 다 넘어가니 네 마음 한 켠엔 이번에도 내가 네 가 빌면 그냥 넘어가 줄거라고 생각했겠지. 저번처럼 네가 빌면 내가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 했을거란거 나도 알아.
근데 이걸 어떡하니, 나도 사람이고 나도 누군가에겐 갖고 싶은 사람이 됐는데. 이 말을 너에게 한다면 넌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또 아까 같은 불쌍한 표정을 지을까 아니면 어이없어 하며 화를 낼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그 때 문이 열렸다.
교수: 자네 왜 이렇게 늦게 오나? 이제 학기 막바지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늘어지면 어떻게.

“……”
늦게 들어온 사람은 태형이였다.

“죄송해요, 택시 타고 오는데 길이 막혀서 더 빨리 올 수가 없었습니다.”
교수: 들어가 앉아.
“…네.”
태형이는 맨 뒷자리에 있던 여주와 눈이 마주쳤다.

“…..”
“…..”
여주가 고개를 홱 돌리자, 그때서야 태형이는 발걸음을 떼며 자리에 앉았다.
“….”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야…)
“…? 야 너 김태형이랑 뭔 일 있냐?”
“왜?”
“아니 김태형 표정 왜저래? 너 보는 눈빛이 겁나 애절한테?”
“….”
“쟤 울었음?”
“울었겠냐.”
“아니 눈가가 빨갛던데? 내가 잘못 봤나?”
“…어 잘못 봤겠지.”
(잘못 봤어야 돼.)
“너 김태형이랑 싸웠어?”
“아니.”
“그럼 저 새끼 왜저래?”
“….”
“..음~ 헤어졌구나?”
“ㅁ,뭐야;; 어떻게 알았어?”
“여주야 여주야~ 우리 순수한 여주야~ 나 너랑 8년 친구다.”
“아.. 속이는게 안 통한다는 거구나.”
“응 그치ㅎㅎ”
“저 새끼 표정 썩고 눈 저 지경이 된 거 보니까 네가 찼구만?”
“응..”
“왜 헤어지자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헤어지라고 할 때는 안 헤어질거라고 하더니.”
“….”
“이유 말 안 해줄거야?”
“…그게…”
“그래, 지금 말해주기 힘들면 너 좀 괜찮아진 후에 말해줘.”
“..바람폈어.”
“뭐?!”
교수: 거기 무슨 일이야.
친구의 소리침에 모든 관심이 둘에게 집중 됐다.
“ㅇ,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ㅎㅎ;; 미안.. 너무 놀래서.”
“그럴만 하지.”
“쟤 미친거 아니야? 누구랑 바람 피웠는데, 그건 봤어?”
“아윤이..”
“아윤? 김아윤?? 내가 아는 그 김아윤??”
“어…”
“미친년 아니야 진짜?”
“그래 그 년 김태형 볼때마다 눈깔 부라리는게 쎄하긴 했어.”
“됐어, 넘어간 김태형도 잘못한거지. 그냥 냅둬. 어차피 이제 헤어졌으니까.”
“그래, 잘 헤어졌어. 진작에 헤어지지, 7년동안 이게 뭐냐. 마음 고생만 엄청 했네.”
“…그러게… 시간 낭비 했네.”
“….”
“이따 술이나 마시러 갈까?”
“좋지..ㅋㅋ”
지이이잉 _
폰의 진동에 여주는 폰을 들어 알림을 확인했다.
정국이에게 톡이 와 있었다.

피식 _
“지도 안 먹었으면서.”
불쑥 _
“…? 누가.”
“아 깜짝아;;”
“야 너 전정국이랑 뭐 있냐?”
“아 있긴 뭐가…;”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전정국 너 좋아하는거 맞다니까? 쟤가 너한테만 저러는데.”
“아니라니까.. 뭘 나한테만 그래; 너랑도 장난 치고 잘 놀잖아.”
“야 나랑은 진짜 시비걸고 노는거고, 넌 챙겨주는것까지 하는거고. 나랑 너랑 같아?”
“쟤가 너 좋아한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아니라니까..;;”
(이정도면 넌 그냥 무당을 해라..)
그 때 진동이 다시 느껴졌다.

“……”
“오… 전남친과 현썸남~”
“아 썸남 아니라고.”
“야 아직도 이름을 안 바꿨냐?”
“어젠 바꿀 시간이 없었어..”
“변명이면 빨리 바꾸고, 변명 아니고 진짜여도 빨리 바꿔.”
“알았다고, 바꿀거야..”




“….."
나도 몰랐다. 내가 그러고 있는 줄… 맨날 맞춰주기만 하다가 나한테 맞춰준다고 하니까,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거라 어색했었나보다.

피식 _
“야 술은 이따 저녁에 마셔야겠다.”
“그랭, 근데 김태형한텐 답 안 해?”
“해야지.”


내 답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보내자마자 넌 바로 읽었다.
평소에나 좀 그렇게 하지. 왜 이제와서 그러는데.

더 이상 네 문자에 답 하기 싫었다. 이번엔 절대 너한테 흔들리지 않을거다. 절대 너한테 다시 휘둘리지도 않을거다. 난 이제 정말 너랑 헤어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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