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0o2 작가의 단편선

°유포리아 ; 완벽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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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유토피아의 존재를 믿는가?


토마스 모어가 집필한 소설에서 제시된 개념이자 흔히 존재하지 않는 이상 세계를 의미하는 용어 말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슬프지 않으며, 법이 없어도 질서가 유지되는 나라.


그런 곳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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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존재한다.


이 나라의 이름은 '유포리아'. 나라 이름부터 '행복'이라니. 말 그대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 유포리아이다.


모든 국민 행복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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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국민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모든 것이 아름답게 유지되는 나라. 유포리아의 국민들은 행복하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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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유포리아의 궁궐 속 위치한 지하 감옥. 모든 것이 완벽해서 법이 필요 없는 유포리아의 겉모습과는 다른 어둡고 습한 지하 감옥. 그곳엔 사슬에 묶인 채 모든 이의 불행을 떠 안은 소녀가 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손여주. 올해로 19살이 된 작고 여린 소녀. 유포리아의 행복 뒤에는 그 작은 소녀의 희생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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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한 남성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석진. 유포리아를 건국한 황제이다. 그는 영리했고,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넘쳐나는 완벽한 군주였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그가 군주로 있었음에도 유포리아에서는 매번 사건사고와 각종 불행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이는 다름 아닌 석진이었다.


그런 석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왔던 사람이 있었다. 아, 사람은 아니지. 한 악마였다.


흔히 악마와의 계약은 솔깃하고도 달콤하다고 하지 않는가. 석진을 찾아온 악마가 내세운 제안도 그와 같았다. 위험한, 그러나 그 이상으로 달콤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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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한 명만 희생하면 되는 거야. 모두를 위해. 어때? 대신, 그 한 사람이 유포리아를 떠나면 그냥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달콤한 그의 제안에 석진은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그 동시에 유포리아에 사는 모든 사람의 행복이 이루어졌다. 단 한 사람 빼고.


그 첫 불행의 주인공은 당시 유포리아 빈민촌에서 살아가던 18살의 한 소년이었다. 석진은 이 상황을 모든 국민들에게 알렸다. 단 한 사람의 희생으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 사람의 불행이 끝나면 모두의 행복도 끝난다고. 그러니 그에게 감사함을 전하자고.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해진 그 소년에게 감사함을 표했고, 죄책감도 느꼈다. 그렇지만 그것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행동이었을 뿐, 그의 불행이 끝나면 행복이 끝난다는 사실 때문인지 소년이 도망칠 수 없게 붙잡아 두었다. 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지하 감옥을 만들었고, 가뒀다. 그리고 그 소년의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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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년, 첫 불행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소년. 정말 아직 성인도 아니었던 그 작디작은 소년이 모두의 불행을 짊어지었다. 매일매일이 그에겐 지옥 같았으리라.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자유를 억압당하고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감옥 안에서 그는 서서히 생기를 잃어갔다. 


그는 모두의 행복을 위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자신을 잃었고, 마침내 마지막 숨을 내뱉고는 죽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숨을 내뱉고 아스러짐과 동시에 모든 이들의 불행을 짊어질 한 사람이 새롭게 생겨났다. 끊임없는 굴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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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이제는 전설로만 남았다는 이야기. 하지만 아직도 불행의 주인공은 존재한다. 저 바닥 아래, 빛 한 줄기 없는 지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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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이 사람은 그 지하 감옥을 지키기 위해 배정된 신입 기사이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올해 막 성년이 된 소년. 전설을 믿지 않던 수많은 이들과 같았던 소년. 그 소년의 생각은 지하 감옥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바뀌었다.


빛 한줄기 들지 않는 깊은 지하, 몇 개의 횃불의 불빛만이 남은 곳, 소름 끼칠 정도로 습하고 차가운 공기, 그리고 한 쪽 벽면을 가로지르는 쇠창살이 그를 맞이했다. 마지막으로, 그 안쪽에 손발이 매인 채 웅크려있는 한 소녀까지. 누가 보아도 이 모든 상황이 정국에게 전설로 이어져오던 한 사람의 불행이 저 소녀의 몫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정국은 조심스럽게 한 쪽에 비치된 의자에 앉았다. 이곳에서 소녀가 나갈 수 없도록 감시하고 식사를 전달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기에 가만히 앉아서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도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움찔했지만 금세 자신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양 때문에 숨만 거칠게 내쉬며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정국은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소녀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충격적이었다. 유포리아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슬픔, 아픔, 그리고 고통. 그 모든 것을 한 소녀가 감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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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새 여주는 잠시 고통이 사그라들어 진정했는지 숨을 거칠게 내뱉었고 정국은 그런 여주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 저기, 안녕? 아까 와서 여기 계속 있었는데 인사를 못했네. 난 전정국ㅇ,"


"필요 없어. 그래봤자 날 가둔 사람 중 한 명이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정국의 말을 끊은 건 여주였다. 마치 자신의 원수를 본 것처럼. 살벌하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말하는 여주의 모습에 정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정국은 아니지. 그날부터 매일 그녀가 잠시 괜찮을 때마다, 밥을 가져다주면서, 그냥 심심해서 쉬지 않고 여주에게 말을 건네는 정국이었다.


첫날과 초반의 며칠을 제외하고는 이젠 대꾸도 하지 않는 여주에 태도에도 정국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니 이제 여주도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탰다. 그렇게 그와 소녀는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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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상 속 정국은 도서관을 방문했다. 여주에 대한 이야기와 그 전설에 대해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책과 그 책의 구절을 보게 되었다. 깊은 구석에 있던 낡은 표지의 책. 그 책에는 유포리아의 첫 황제 석진과 악마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었다.


「 "• • • 한 명만 희생하면 되는 거야. 모두를 위해. 어때? 대신 그 한 명이 유포리아를 떠나면 그냥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악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에 첫 황제이셨던 김석진 황제께서는 깊은 고민 끝에 그 거래를 승낙했어요. 그리고 그날, 빈민촌에 살던 • • • 


그 언젠가의 황제 석진과 악마의 대화가 적혀있는 동화책 형식의 책이었지만 정국의 모든 궁금증이 풀릴 만큼 상세한 책이었다. 그 책에서 나온 악마의 말은 그날 정국에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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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소녀는 말했다. 이곳을 나가고 싶다고. 햇빛을 마주하고 푸른 시원한 공기를 한껏 마시고 싶다고. 초록빛 잔디를 두발로 밟고 어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 여주의 말에 정국은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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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국경 밖으로 나가면 네 고통도 끝일 텐ㄷ,"


"잠깐,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말을 이어가려다 아차 싶은 정국이었다. 그래도 끈질기게 물어오는 여주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전해주었다.



"그 옛날 황제님께서 악마랑 계약을 맺었대. 그게 네가 지금 고통받는 이유고, 유포리아가 행복한 이유야. 근데 그때 악마가 조건을 달았어. 고통받던 이가 유포리아를 떠나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지난번 한 책에서 봤어.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말 허황된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해."



자신이 본 내용을 여주에게 말해주자 여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표정은 마치 여주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가 너무 어이없고 원망스러우면서도 어쩌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원망과 슬픔 사이로 한줄기 희망이 돋아났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갇힌 여주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매일, 매 순간 다가오는 고통을 버티는 것뿐이었다. 한순간의 희망을 품었던 어느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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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이와 그것을 지키는 이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둘은 서로가 모르는 새에 조금씩,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다만, 여주를 옭아매는 고통만이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그래서 정국은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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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우리 나가자. 유포리아를 떠나는 거야."



자신의 임무도 사랑 앞에서는 나중이라고 생각하는 정국이 먼저 꺼낸 말이었다. 이곳을 나가자고, 유포리아를 떠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게 어떠냐고, 자신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자고 말이다.


꿈으로만 여기던 고통에서의 해방. 그 달콤한 제안에 여주가 거절했을 리 없었다. 그날부터 둘은 유포리아를 떠날 궁리를 시작했다. 지키는 임무를 맡은 정국과 모든 사실을 알고 정국에게 임무를 내렸던 황제를 제외하면 여주의 존재는 대부분 모른다고 봐도 무방했으니 정국이 협조한 그 순간부터 탈출은 거의 확실한 성공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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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탈출을 각오한 날이 밝았다.


걱정한 바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탈출은 순조로웠다. 그 이면에는 현 황제의 성향도 도움이 되었는데, 지금의 황제는 유포리아 국민들이 선대 황제와 악마와의 계약, 여주의 존재 등 행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을 꺼렸다. 그리고 그 모든 공을 자신이 차지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믿을만한 인재였던 정국에게 임무를 내렸고, 따로 눈에 띄지 않는 길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길로 여주와 정국은 탈출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순조롭게 황성을 빠져나간 둘을 맞이하는 것은 여주에게 떨어진 고통이었다. 발을 뗄 수 없는 고통에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고, 아직 깊은 밤이 아닌 해가 지기 시작하는 초저녁이었기에 그런 여주를 이상히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국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황제에 의해 자신은 죽을 것이고 여주 또한 다시는 나오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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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조금만 참아."



고통에 허우적대는 중인 여주에게 나지막이 읊조린 정국은 바로 여주를 안아들고 자신이 말을 묶어둔 곳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이 볼 새라 얼른 말에 올라탄 정국은 여주를 안아든 채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해가 지고 있는 유포리아 국경 너머로. 그렇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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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과 여주는 마침내 국경을 넘고, 유포리아엔 큰 변화가 생겼다. 고통을 겪는 사람이 생겨났고, 가끔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행복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현 황제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이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런 일상 속에서도 행복은 존재했다. 남을 돕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은 행복. 일을 끝마친 뒤 가족과 하는 시간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들. 지친 일상 속 찾아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 생각보다 죽을 만큼 불행하진 않았다.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살았다.


행복하기도 하고 가끔은 불행하기도 하며,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는 그런 평범한 삶. 그리고 그런 평범한 유포리아.


당신은 이런 상황을 만든 두 사람이 잘했다고 생각하는가? 모두의 행복을 없애고 다수의 평범한 일상을 불러일으킨 두 사람의 선택,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과연 모든 이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던 이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아니면 끝까지 감내하고 굴레를 이어갔어야 하는 것일까?


그 무엇도 틀리지 않다. 다를 뿐이다. 다만 이미 굴레는 끊어졌고, 두 사람은 유포리아가 아닌 어느 조용한 곳에서 남은 생을 여실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다른 누구와 다르지 않은, 그런 평범한 삶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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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한 역사서는 이렇게 전한다.

「 • • • 그날, 두 사람은 유포리아를 떠났다. 유포리아의 이름 속의 행복은 빛을 잃었다. 다만 모두에게 평범한 일상이 생겨났다. 그 둘을 욕하는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의 황제는 둘을 찾아 문책하고자 하였으나 그 어디에서도 둘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약 100년이 지난 현재, 유포리아 국경 근처에서 작은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으며 그 안에서 두 사람의 것이라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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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벗어난 여주와 정국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더 이상 행복만 가득한 유포리아가 아닌, 행복도 존재하는 유포리아를 만들고 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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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이번 단편은 책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하게 되었어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정당할까라는 물음은 언제나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걸 이야기 속에 녹여내보고 싶었는데 괜찮았나요?🤔

오랜만인 만큼 길게 써서 가져오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다른 작품들도 틈틈이 써서 가져와보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괜찮으시다면, 손팅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