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그대와의 이별은 그저 한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속 깊이 자리 잡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으리라.
누가 그랬던가. 둥근 달이 아름답게 뜨는 날 소중한 이와 달을 보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아, 어쩌면 이미 이루어졌을지도.
보름달이 밝게 빛나던 날, 우린 헤어졌다.
🌕
그 날은 보름달이 환하게 떠있던 날이었다. 힘든 하루의 끝에서 집에 가는 길, 우연히 들어간 작은 편의점에서 그녀를 처음만났다.
술에 취한 듯 알바로 보이는 어린 소녀에게 해코지하던 남성을 막아서며 제지하던 그녀는 누가봐도 멋진 어른의 모습과 같았다.
멍하니 있을 새도 없이 그녀를 도와 경찰에 남성을 신고하고 편의점을 나서던 길, 그녀는 수고했다며 미소지어보였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상하게 그날부터 그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아마 이런 걸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 거겠지.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며칠이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
그 날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났을까, 어느때와 같이 출근한 회사는 그날따라 묘하게 분주하고 시끌벅적했다.
탕비실에 들어가니 동기 지민이가 있기에 이유를 묻자, 새로운 팀장이 온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냐며 날 타박했다. 알게뭔가. 어차피 나랑 크게 마주칠 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이번에 새로 팀장이 발령났다고 하는 부장의 말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전 마주쳤던, 그녀였다.
"안녕하세요. 새로 발령난 팀장, 서여주입니다."
첫 인상과 같이 그녀는 매사에 똑부러지고 정의로웠다. 그런 모습에 나는 점점 빠져들었다.
🌑
같은 직급이던 그녀, 나, 지민은 팀장이라는 직급으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회사 내 라이벌이라 여겨졌다.
원래도 뛰어난 일처리로 유명하던 1팀의 팀장인 나와 2팀 팀장 지민에 새로운 3팀 팀장 여주까지, 그래서인지 엘리트 삼인방이란 칭호도 얻게되었다지?
아예 서로에게 견제가 없었다면 아니겠지만, 소문과 달리 우리 셋은 금방 친해졌다. 원래 친하던 나와 지민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의외로 나와 잘 맞았던 여주와도 급속도로 친해져 익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날은 유독 1팀과 3팀의 업무 속도가 늦어져 야근을 하게된 날이었다.
먼저 퇴근을 하게된 지민은 한껏 우리 둘을 놀리며 나갔고 난 인사할 틈도 없이 업무에 빠져있었다.
팀원들을 먼저 집에 보내고 혼자 1팀에 남아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 조심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였다.
"아직 많이 남았어?"
업무가 아직 남았냐는 그녀의 물음에 왜인지 한시라도 빨리 남은 업무를 마쳐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리 속을 지배했다.
늦으면 늦었지 완벽을 추구하는 나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빨리 하려했던 적은 없었는데. 더욱 빨라져가는 손가락의 속도와 함께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고자 입을 열었다.
"아니 이제 거의 끝나가."
"그럼 여기서 기다릴게! 같이 퇴근하자."

그녀의 대답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한 듯 미소지었다. 왜지? 그녀랑 퇴근한다는 사실 하나로 방금까지 쌓였던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그녀로 인한 영향 탓일까, 예상보다 빠르게 업무를 마치고 그녀와 내가 맞이한 밤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 속, 그녀를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주는 길이 유독 짧게만 느껴졌다. 평소와 달랐던 분위기 때문인지, 그동안 쌓였던 짝사랑의 감정이 주위가 어두워지자 살짝 고개를 내밀은 것인지, 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던 깜깜한 밤, 주변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그렇게 고백을 했다. 어쩌면 분위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일단 지르고보니 너무 멋없었던 건 아닐까, 너무 갑작스럽지 않았나, 온갖 생각이 들며 후회할 무렵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고 내 심장소리는 커져만 갔다.
놀랍게도 그녀의 대답은 '예'였다.
🌕
그 언젠가 바닷가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보름달이 환히 뜬 밤, 밤바다를 걸으며 우린 그렇게 대화했더랬지.
"소중한 사람과 보름달을 보면 소원이 이뤄진대, 태형아"

"정말? 그럼 우리 소원 빌어야겠네. 난 '우리 둘 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하고 빌거야."
"나도. 나와 너의 행복을 가장 먼저 빌거야."
어쩌면 그때의 소원이 이뤄진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 그녀라도 지금 행복하다면 분명 이뤄진 것이겠지.
🌓
또 하루는 상현달이 하늘을 밝히던 날이었다. 반이 비어있는 달처럼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로 내 옆자리도, 가슴도 반절 비어있었던 날이다.
유독 많은 업무에 바쁜 날이었지만 일을 마치고 늦은 밤, 죽과 약을 들고 그녀를 찾아갔다.
이미 자는 것인지 집안의 모든 불이 꺼져있어 혹시라도 자는 여주를 깨울까 조심히 책상 위 작은 쪽지만 남기고 나왔다.
그때만 해도 어찌 알았을까, 그날 그 집엔 누구도 있지 않았단 것을.
🌕
그녀와 헤어진 날, 텅 비어버린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달은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처럼. 아주 환하게.
오랜만에 만난다는 사실에 한껏 꾸미고 꽃을 준비한 나에게 그녀는 마치 사형 선고와도 같은 이별을 고했다.
"우리 이제 헤어지자."
나는 결국 마음이 변한 그녀를 되돌릴 수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주인 없이 떨어진 꽃들이 마치 그녀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나 같았다.
보름달이 환히 비추던 날, 그렇게 나와 그녀의 만남은 마침표를 찍었다.
누가 그랬던가, 둥근 달이 아름답게 뜨는 날 소중한 이와 달을 보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
네, 어딘가 익숙한 글이죠? 지난 번 이벤트 참여로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다시 다듬어와보았습니다:) 어째 다듬긴했는데 똑같이 망해보인다면 제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응원과 댓글! 손팅 부탁드리겠습니다🙇♀️
2021년 5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