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연애 중

00 : 어쩌다 연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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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애 중


W. 띵동댕







그날, 모든 사건의 발단은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서 일어났다.





“깜깜하고 무서운데, 집에 있는 돼지새끼한테 전화나 해 볼까.”





핸드폰을 꺼내 들어 키패드에 얼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동생의 전화번호를 하나씩 쳤다. 왜 굳이 연락처에서 찾지 않고 키패드에 번호를 치냐고? 당연한 거 아닌가. 1분 늦게 태어난 혈육의 번호를 왜 저장해 두는가. 언니면 또 몰라. 나한테 하나 해주는 거 없이 1분 먼저 태어난 게 누나냐며 대들기만 하는 남동생인데, 뭐가 잘났다고 저장을 해 줄까.



키패드에 익숙한 열 한 자리 숫자를 눌렀다. 그래도 난 네 번호는 외워 뒀다.





Rrrr- Rrrr- Rrrr-





“씨… 왜 안 받아. 게임 중인가.”





신호음이 울린 지 1분이 다 돼가는데도 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거, 이따 집 가면 죽여야지.





Rrr-





슬슬 통화를 끊으려고 엄지손가락을 굼뜨게 움직이는데 잘만 울리던 통화음이 덜컥 멈췄다. 뭐야, 이제야 받은 거야? 음성 사서함이 뜨기 몇 초 전에 받은 걸 보면 게임 중은 아닌 것 같고. 새끼, 나 놀리려고 기다리다 받은 건가?





“힝 여주 삐져또. 너 전화 왜 안 받는데, 그래서.”





말을 하고 보니 영상 통화였다. 뭐 어때, 전화 죽어라 안 받은 못난 동생 꼬락서니나 볼 수 있고 좋지. 얼굴이나 좀 보자, 하는데 화면이 온통 깜깜해서 볼 수가 없었다. 영상 통화인 거 모르고 귀에다가 대고 있는 건가.





“… 누구세요?”


“됐고, 나 지금 학원 앞 횡단보도 기다리는 중인데 좀 와 줘라. 깜깜해서 여주 무서워.”





데리러 오라고 해서인지, 그게 아니라면 말 끝에 붙인 삼인칭이었는지. 동생은 말이 없었다.





“……”


“여보세요…? 야, 대답을 해.”


“어…”





동생은 어… 같이 어리버리한 말만 하다 멈췄다. 뭐야 얘, 자다 일어난 건가.





“잠시만요,”





뭐야 이 새끼. 나한테 웬일로 존댓말을 하는 거지? 나한테 죄지은 거 있나. 무언가 이상한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잠시만요, 한 마디 한 후 화면은 더 깜깜해졌다. 의아한 마음으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스르륵 돌아간다. 이제야 영상 통화인 걸 알았나, 싶어 은근 반기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작스레 비춰온 환한 빛 때문이였는지, 화면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그 짧은 순간, 내 동생, 김도준이 아닌 다른 사람의 느낌이 살짝 났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일단 김도준은 아닌 느낌이었다.



어떻게 대처할 새도 없이 몇 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초점이 맞춰지자 그제야 또렷한 얼굴이 나왔다. 그 순간, 난 무언가 잘못된 걸 느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찰나에 지나간 방 배경이 우리 집의 그 어느 부분과도 비슷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핸드폰 화면 속 나와 통화를 하는 사람은 내 동생이 아닌, 다른 낮선 남자라는 걸 확신했다.




“호, 혹시 김도준 납치하셨어요?”




내 말을 들은 낯선 남자의 눈이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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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




대체 이게 어떤 당혹스러운 상황인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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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만 같았던 주말은 끝나고, 다시 월요일 아침. 다신 오기 싫었던 학교에 왔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올 거야.”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조회를 하는 중, 선생님이 잊었던 게 생각났다는 듯 박수를 한 번 딱- 치고 말하셨다. 그 박수가 어떤 신호라도 됐는지 박수 소리가 끝나자마자 앞문이 열리고 전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애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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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전학생 전정국이야.”




반의 몇몇 여자 아이들은 잘생겼다며 서로 수근거렸다. 뒤에 앉은 내 친구도 내 어깨를 흔들며




“전정국이래. 이름부터 잘생겼는데.”




라고 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평소의 나라면 받아주며 같이 리액션을 해줬을 테지만 지금 난 그럴 정신이 아니다.



쟤, 어제 그 영상 통화의 주인공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