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연애 중

01 : 어쩌다 연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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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애 중


W. 띵동댕






“호, 혹시 김도준 납치하셨어요?”





내 말을 들은 낯선 남자의 눈이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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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





너무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본인 입으로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게 진짜 아니란 걸 어떻게 증명할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 될까 이 말이다. 거짓말 탐지기라도 가져와야 할까?





“확실한 거 맞아요…?”


“네?”





남자는 내 말에 당황한 듯 되물었다.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았더니 다짜고짜 처음 보는 여자가 처음 들어보는 누군가를 납치했냐고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난 지금 김도준의 안전 확인을 해야 한다.





“김도준 납치 안 하셨다는 거, 확실하냐고요.”





되물은 남자에게 다시 한번 더 단호하게 묻자 남자는 무한으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고개 뒤에 모터라도 단 듯 일정한 속도로 끄덕거리는데, 진정성이 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증명해 봐요, 그러면.”





김도준을 납치 안 했다는 걸 증명해 보라고요.





“어… 어떻게, 제 방이라도 보여드려야 할까요?”


“좋아요, 360도로 다 보여주세요.”





별 뜻을 들이고 한 말이 아닌, 당황스러움에 본인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일 건데, 내가 자석마냥 이때다! 하고 확 달라붙자 남자는 꽤나 혼란스러운 듯 했다. 나를 미친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내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 저 방 중 하나에 김도준의 흔적이 있다면 저기가 어디던간에 상관 없이 무조건 뛰어가 김도준을 데려올 거다.





“깜짝카메라 같은 건 아니겠지요…? 왜, 유튜브 같은 데 보면 사회실험 이런 거 많던데. 아, 근데요-”





방을 보여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의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꺼냈다.





“그쪽이 김도준 씨의 가족이라는, 증거 있어요?”





그 말을 들은 내가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는 눈으로 쳐다보자 남자도 멋쩍었는지 뒷머리를 긁으며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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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내가 납치범이라는 것보단 그쪽이 나를 속이는 게 더 가능성 있으니까… 그리고 난 납치범 아니라니까요. 진짜로.”





그리고 감출 수 없는 빨개진 얼굴.





“장난하지 말고, 이러시면 진짜 납치범 같잖아요. 현재로서는 그쪽 어느 정도 믿고 있으니까-”


“믿고 있으시단 게… 제가 납치범이라고 믿고 있으신 건지, 아니면 납치범이 아니라고 믿고 있으시다는 건지… 헷갈려서…”





김도준을 묶어두고선 내가 방을 보여달라니 초조해서 시간을 끌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진짜 어이없는 상황인데, 저 사람이 진짜 납치범이면 내 인생도 망하는 건 아니겠지. 늦은 밤, 학원이 끝나 집으로 귀가하던 김모양은 쌍둥이 남동생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에 직접 구하러 가다 같이 납치돼 현재 납치범을 수색 중이다, 라는 기사로 뉴스에 뜨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안 돼, 난 그런 걸로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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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러면, 방이 더럽긴 하지만 정 보여달라 하시니. 보여드릴게요.”





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못 이긴다는 듯 한숨을 포옥 내쉬며 한 걸음 더 뗀다. 썩 내키진 않는지 조그마한 목소리로 구시렁거리며 말이다.





“아, 근데 하나 더.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요?”


“그쪽은 진짜로 제가 김도준 씨를 납치한 거라 생각하시는 거예요? 진심으로?”





당연한 걸 물어보는 남자에 조금 의아했지만 금세 맞다고, 확신하며 대답했다.





“장난치시는 거 아니고 정말로?”


“네. 그러니까 빨리 방이나 보여주세요.”


“아까는 나 조금 믿는다면서요.”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을 끄는 남자에게 짜증이 확 치밀었다. 지금 누구는 얼마나 다급한데, 이런 알맹이 없는 말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아까는 아까고. 지금은 그쪽 이런 행동 때문에 믿기 싫어졌어요. 한 마디로, 어… 아, 신뢰를 잃으신 거죠.”





똑똑한 척 다다다다 말을 내뱉으려 했는데, 신뢰라는 말이 안 떠올라 잠시 주춤하고 말았다. 잇 워즈 마이 미스테이크.




나름 진지하게 설득력 있게 말하는 내가 웃겼는지 남자는 몇 초간 웃다가 내 눈치를 보고 큼큼 헛기침을 하곤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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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만약에, 제가 김도준 씨를 납치한 게 아니라면? 그러면 그쪽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건 또 무슨 개똥같은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