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로맨스

체육대회와 마지막.


*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이제 완전히 더운 여름이 되어갔고 5월 중순이 되었다. 여름은 싫었지만 내가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며칠만 있으면 체육대회가 있었고 그때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나는 운동은 특출나게 잘하진 못하였지만 이상하게 달리기는 빨랐다. 사실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었지만 일반 여자애들보다는 빨랐기에 계주에는 출마하게 되었다.

" 하- 좀 떨리는데? "

" 우리 주야는 잘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

당연하지! 다 주것어-

나는 종목에 이름을 적은 뒤 다짐은 세게 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나중에 종이를 보니 애들은 많이 출마하는 것 같았고 다들 운동을 잘하는 건 알지만 아직 민규의 실력은 모르기에 의심의 눈초리가 갔다.

사실 계주에 나간다고 나는 따로 나가서 연습을 한다거나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미 해봐서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기에 내 스스로 응원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체육대회 당일이 다가왔고 나는 저절로 눈이 일찍 떠졌다. 나는 신나게 벌떡 일어났고 솔직하게 말하면 꾸미기 위해서 체육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 좋은 아침~! "

" 좋아? 오빠는 이렇게 바쁜데. "

" ㅎㅎ 그렇지만 난 좋은 걸. "

" 그래~ 적당히 꾸미고 이 오빠는 지금 학교를 갑니다~ "

거실로 나가니 가방을 메고 있는 오빠가 보였고 그나마 체육대회라고 나름 꾸민 것 같았다. 역시 학생회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바쁘지라고 생각하며 얼른 밥을 먹었고 씻은 뒤 화장대 앞에 앉았다.

별로 화장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뭔가 더 특별하게 하고 싶었고 눈 맡에 반짝이까지 붙인 뒤 만족의 웃음을 지었다. 머리는 학교에 가서 애들 머리까지 해주며 같이 하기 위해 고데기를 챙긴 뒤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 앞에 애들이 반티를 입고선 더운 듯 서있었고 나는 발랄하게 뛰어갔다.

" 얘들 하이! "

" 아이고, 화장 열심히도 하셨네. "

" 쭈, 예쁘다 ㅎㅎ. "

" 아잇! 내가 반에 가서 너희도 꾸며줄게! 고데기 챙겼어. "

나는 애들이 조금은 싫어하는 티를 냈지만 모르는 척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반으로 가니 애들은 벌써 분주하게 화장을 하고 있었고 나는 집에서 하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다른 애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헐레벌떡 코드 앞에 자리를 잡아 고데기를 꼽고선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무슨 머리를 해야 할지 잘 몰라 고민을 하였고 대충 쉬운 똥 머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뒤 고데기를 집어 들었다. 거울이 코드 근처에는 없었기에 앞에서 순영이 거울을 잡아주었고 애들은 구경을 한다고 다 내 주위에 앉아있었다.

" 여주야, 손 안 데이게 조심해. "

" 응응! "

나는 그냥 똥 머리를 하려다가 양쪽으로 뿌까 머리를 하였고 꽤나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다. 그다음 애들 머리도 하기 위해 나는 헤어밴드를 가져왔고 얼굴에는 뭘 하는 걸 싫어하는 걸 알기에 딱히 들고 오지 않았다.

나는 순영이를 앞에 앉히고 헤어밴드를 해주었고 앞머리를 정리하며 고데기를 해주었다.

" 주야.. 이거 안 하면 안 돼...? "

" ... 왜애..? 영이가 이거 하면 나 좋을 거 같은데... "

" 아, 알았어.. "

" 헤헤, 다음은 민규! "

나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일어나는 순영이에 웃음이 터졌고 다음엔 민규를 앉혔다.

애들 머리를 다 만져 고선 홀로 만족을 하였고 같이 사진을 찍으며 조례를 기다렸다. 곧이어 지수쌤이 들어오셨고 다들 꾸미고 있는 모습에 조금 놀라며 인사를 하였다.

" 조금 이따 방송 나오면 운동장으로 나가자~ "

" 네! "

지수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애들은 시끌벅적 해졌고 나는 순영이랑 장난을 치며 기다렸다. 그때 지수쌤이 나에게 다가왔고 뿌까 머리를 한 한쪽 똥 머리를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 여주 오늘따라 달라~? "

" 왜요, 예뻐요? "

" ㅋㅋㅋ 그래, 예뻐서 쌤 또 반했네. "

지수쌤의 말에 나는 웃음을 지었고 앞을 보니 순영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대충 눈치를 보며 쌤을 보냈고 다시 얘기를 하였지만 지수쌤을 째려보는 눈빛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애들끼리 얘기를 하다가 방송이 나오고 쌤들의 지도하에 우리는 운동장으로 나왔다. 햇볕이 많이 내리쬐었지만 순영이가 옆에서 부채로 햇빛을 가려주었다. 대충 준비 운동을 하고 의미 없는 개막식을 하고선 우리는 의자에 앉았다. 위에는 가림막이 쳐져 있어 그나마 시원한 것 같았다.

" 아- 교장쌤 말 너무 많아.. "

" ㅋㅋㅋ 그래도 너무 신난다! 너희 은근 많이 나가던데? "

" 그럼~ 지켜봐 여주야. "

선풍기를 쐬며 자리에 앉았고 내 말에 민규는 당당한 포즈를 취하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처음은 반 대표가 줄다리기를 하였고 우리 반에서는 힘이 센 애들이 많이 나갔다. 애들 중에서는 순영이와 원우, 민규만 나갔고 나는 석민이와 승관이랑 애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줄다리기는 가볍게 1승을 거두었고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 얘들아! 계주 한 대! "

시간이 지나고 이제 내가 나가야 할 계주가 시작되었다. 괜히 떨려서 긴장을 늦추고 있을까 순서를 정하는데 내가 마지막 순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여자 남자 나눠서 하기에 남자 마지막 순서는 민규였기에 내 다음은 민규였다.

계주에는 나, 원우, 민규, 석민이 나갔고 나머지 애들은 운동장 가운데서 나를 응원해 주고 있었다.

-탕!

시작 소음과 함께 제일 먼저 원우가 뛰었고 역시 달리기가 빨라서 그런지 제일 앞에서 뛰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응원을 하며 긴장을 풀고 있었고 어느새 내 순서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 앞 순서는 석민이었고 다른 한 팀과 거의 차이가 안 나 아슬아슬하였다. 그렇게 석민이는 나에게 바통을 넘겨주었고 옆 팀도 거의 똑같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 아,! "

" 여주야! "

" 윤여주! "

넘겨받고선 얼마 달렸을까 나는 무언가에 밀리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앞으로 넘어졌다. 옆에선 애들이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나는 무릎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렸다.

옆에서 체육쌤은 일어나라고 하셨고 나는 억지로 일어나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앞을 보니 민규는 많이 놀란 듯 보였고 나를 배려해 뒤로 많이 빠져나와 바통을 가져갔다.

내 손에서 바통이 빠져나가자 나는 바로 자리에 주저앉았고 억울하게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 여주야! 괜찮아? "

" 아니ㅠㅠㅠ 아파ㅠㅠㅠㅠㅠ "

애들은 나에게 바로 뛰어왔고 나는 괜찮냐는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엉엉 울었다. 이 나이 먹고 넘어졌다고 질질 짜기는 창피했지만 누군가 나를 밀어 넘어졌다는 게 서러웠다.

내가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던 순영이는 나를 공주 안기로 안아들었고 보건쌤이 계시는 조회대로 향했다.

" 괜찮아? "

" 쌤.. 아파요... "

" 치료받고 화장실도 갔다 오자. "

순영이는 나를 보건쌤 맞은편에 앉혔고 무릎을 보니 체육복이 찢어져 무릎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치료를 하며 울음이 진정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민규도 계주를 끝냈는지 모두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수쌤까지 와서 내가 치료받는 걸 보고 있으니 수치심은 배가 되어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 상처는 남겠다. "

" 진짜요? 많이 남아요? "

" 음... 상처 크기가 워낙 커서 좀 남을 거 같은데. "

팔과 손바닥까지 치료를 받고 나는 보건쌤한테 인사를 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앞에 도착해도 졸졸 따라오길래 앞에서 멈춰 선 나는 뒤를 도니 깜짝 놀란 6명의 남자들이 눈에 보였다.

" 화장실까지 따라오게? 여기서 기다리시죠. "

" 알겠어, 다녀와. "

나는 혼자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고 거울을 보니 화장이 눈물에 다 번져 초췌해 보였다. 물로 대충 번진 화장을 닦았고 주머니에 있던 쿠션으로 대충 수정을 하였다.

거울을 보고 꽤나 얼굴이 괜찮아져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올렸을 때 그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 내가 봤어, 여주 미는 거. "

" 하... 그때 걔들 맞지? "

" 어, 맞아. "

" .. 너네 뭔 일 있었어? "

" 아, 쌤 오기 전에 화장실에서 여주 욕하던 애들 있었는데 아까 그 여자애가 걔들 중 하나에요. "

어쩐지 좀 익숙한 얼굴이라 했네...

나는 복수를 다짐하며 문을 열었고 그들은 내가 나오니 화들짝 놀라며 어색하게 안부를 물었다.

체육대회가 끝났는지도 며칠이 지나고 이제 교생쌤들이 가시는 날이 되었다. 모두들 아쉬워하는 게 눈에 보였고 우리 반은 지수쌤이 가시기 마지막 날에 파티라도 해주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학교에 와 과자로 케이크를 만들었고 칠판에 편지도 적었다.

" 난 적을 게 없는데... "

" 나도. "

" 나도! "

" 나도. "

" 미투.. "

" 아유 이것들이. 아무 말이라도 적어! 뭐 공부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던가 그런 거. "

" 공부는 뭔... 여주 너는 뭘 그렇게 많이 적었어. "

그렇게 많이 적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다른 애들과 비교를 해보니 내가 조금 많이 적은 것 같기는 하였고 민규의 말에 괜히 머쓱해져서 헛기침을 하였다.

곧이어 종이 울리고 지수쌤이 들어왔고 예상했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고 몇 명씩 개인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그때 지수쌤은 나에게 다가와 핸드폰을 내밀었고 뭔가 싶어 쌤을 빤히 바라보니 입을 열었다.

" 마지막 사진은 같이 찍어야지. "

" .. 아 ㅎㅎ, 네! "

그렇게 소중한 추억이 또 하나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