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로맨스

꼬일 대로 꼬인 일들 주머니 이어폰인줄.


*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조례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순영이는 나를 끌고 나왔고 곧이어 애들도 뒤따라왔다. 순영이는 운동장 벤치에 나를 앉혔고 얼떨결에 애들한테 둘러싸여 있었다.

" 걔 진짜 또라이다. "

" 역시 정상은 아닌 것 같아. "

" 그러게... 난 우리보다 나이 많을 줄 알았는데. "

" 윤여주, 너 어제 걔랑 연락했지? "

" 응? 어제 와있길래 답만 해줬는데,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영이는 내 핸드폰을 가져갔고 익숙하게 잠금을 풀어 그와 한 대화를 보고 있었다.

내가 그렇다고 해서 전학생이랑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는 딱! 선을 그었단 말이야..

" 쟤 설마 여주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야? "

" 와... 설마 어제 그래서 키ㅅ, "

" 닥쳐. "

" ... ... "

석민이 큰 목소리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이상한 헛소리를 내뱉었고 뒤이어 승관이 말을 하자 순영이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거 내 일 아니야...? 왜 애들이 더 심각하지....?

" 저기 얘들아..? 난 괜찮은, "

" 아, 부승관이랑 주야랑 자리 바꿔. "

" 으음~ 괜찮네. "

" 내 의견은...? "

" 싫어? "

" 아니, 너무 좋은걸요. "

내 말은 안중에도 없는지 자신들끼리 의논을 하더니 결론은 승관이와 내 자리를 바꾸는 것이었다. 승관이의 태세 전환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반으로 돌아갔다. 어딜 간 것인지 전학생은 자리에 없었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애들이 알아서 짐을 다 옮겨주었다.

그리하여 결국 난 제일 뒷자리가 되었고 원우와 짝이 되었다. 내 앞에는 순영이가 있었고 전학생과의 거리가 꽤 멀어졌다.

" 옆에서 윤여주 자는 거 볼만하겠네. "

" 젤 뒷자리가 자기 편한데.. ㅎ, 개꿀! "

" 나도 자려고 제일 뒷자리 한 건데... 이 오빠가 윤여주를 위해서 양보해 준다. "

오빠는 무슨...

나는 슬퍼하는 승관이를 뒤로하고 자리에 엎드렸고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아 여러 자세를 시도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책상에 체육복을 올려놓았다.

" 이거 베고 자. "

" 역시 내 칭구! 고맙다. "

원우가 자신의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 내밀었고 나는 확실히 푹신한 걸 베고 엎드리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하였다. 1교시가 시작되는 종이 울린 걸 들은 나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그런지 갑자기 추워진 나는 잠에서 깼고 내 등에는 체육복 잠바가 걸쳐져 있었다. 잠바에 팔까지 넣어 제대로 입으니 그제서야 명찰에 적힌 '권순영'이라는 세 글자가 보였고 덜 떠진 눈으로 보이는 그의 뒤통수에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 아휴- "

.......?

옆을 돌아보니 열심히 필기 중이던 원우와 눈이 마주쳤고 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입을 삐쭉이며 앞을 보자 칠판에는 영어가 가득 적혀있었고 그제서야 시간표를 보고 4교시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와우... 나 4시간 동안 잤어 ㅎㅎ...

권순영한테 잔소리 듣는 거 아닌가 몰라.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몸을 틀어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순영이에 환멸이 날 지경이었다.

" 아, 알겠어! 미안해.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푸흐- 그래, 내가 말해서 뭐 하냐, 가자. "

나는 순영이의 팔을 잡아끌며 급식실로 향했다.

오늘 반찬은 뭐려나~?

" 아 배불러- 배 터질 거 같아. "

" 오늘 윤여주 역대급. 겁나 많이 먹었어. "

" 맛있지 않았냐? 나 우리 학교 급식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잖아. "

오늘따라 급식이 맛있게 느껴져 허겁지겁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남산 만해진 것 같았다. 애들이 안 먹는 것도 내가 먹어서 그런지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속이 더부룩하였고 혼자 가슴을 주먹으로 팡팡 치며 물을 마셨다.

" 급하게 먹을 때부터 알아봤다. 체한 거 아니야? "

" 약 없는데, 어떡하지? "

" 보건실에 있지 않을까. "

" 맞네, 우리 갔다 올 테니까 있어. "

그런 내 모습을 보고선 원우는 내 등을 두드려주었고 애들은 약을 가지러 가기 위해 보건실로 갔다.

근데 약 하나 얻으러 4명에서 다 가...?

애들이 나가니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나는 심심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때 내 앞에 누군가가 앉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 "

" ㅇ, 어... "

" 내가 어제는 진짜 미안했어. 아버지 피한다고 도망쳤는데 딱히 생각하는 게 없어서.. "

" 나도 그냥 놀라서 그랬지 괜찮아! "

" 근데 나 너한테 반했는데. "

" ... 응? "

이거 고백이야...?

전학생이 갑자기 순영이 자리에 앉더니 나에게 미안하다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하였다.

.. 이거 맞나?

" 사귀자는 건 아니고, 나랑 친하게 지내자. "

" 으응.. "

" 변상은 네가 부담스러우면 안 할게. 그 대신 너랑 친구 하면서 잘 해줄게. "

이거 친구 하자는 거 맞아..? 멘트가 뭔 사귀자는 애한테 하는 소리 같아.

" 근데 그 남자애들이랑은 친한가 봐? "

" 응? 아, 친구였으니까? "

" 아까 너 잘 때 나한테 왔었거든. 어제 그것 때문에 제대로 찍혔나 보다. "

" 찍혀..? "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기에 목덜미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때마침 뒷문으로 애들이 들어왔다. 내가 전학생과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고 일단 나에게 얼른 약을 내밀었다.

" 김민규? 너는 자리로 가지. 여기 내 자린데. "

" 아, 응. "

말 좀 예쁘게 하지...

나는 알약을 물과 함께 목구멍으로 삼켰고 쓴맛에 저절로 인상이 쓰였다.

" 쟤가 뭐라고 했어? "

" 그냥 친구 하자고 친하게 지내재. "

" 또라이... "

" 그러지 말고 친하게 좀 대해줘, 전학 와서 가뜩이나 힘들 텐데. "

" 윤여주. 넌 쟤가 너한테 그래놓고서도 그런 마음이 들어? "

" 사과도 받았고 이미 지난 일이잖아~ "

"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

솔직히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전학생으로 머릿속이 온통 가득 찼는데 오늘 아침이 되니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둥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런 나조차도 내가 놀라운데 애들은 오죽할까.

약을 먹어서 다시 쌩쌩해진 나는 체육을 하기 위해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순영이의 체육복 상의를 계속 입고 있었기에 편하여 벗을 수가 없었고 나는 몸을 감싸며 체육관으로 향했다.

첫날이라 아무것도 안 한다며 남자애들한테 공 하나를 던져주었고 나는 혼자 무대에 앉아 남자애들이 하는 놀이를 지켜보았다. 내가 아는 여자애들이라고는 우리 반에 아무도 없었기에 혼자 앉아있는 모습이 쳐량하였고 땅에 닿지도 않는 발을 앞뒤로 흔들거렸다.

" 혼자 뭐해? 친구 없어? "

" 응? 응.. 너는, 아 맞다. 너 오늘 전학 왔지. "

" 어 ㅎㅎ. 체육복도 없어서 그냥 쉬려고. "

그때 민규가 내 옆에 앉았고 나와는 다르게 긴 다리가 땅에 닿는 것을 보고선 고개를 앞으로 들었다. 옆을 보니 나에게 바짝 앉은 민규가 보였고 민규는 입을 열었다.

" 혹시 어제 일 마음에 두고 있으면 진심으로 사과할게. "

" 넌 나만 만나면 사과하지? ㅋㅋ "

" 그냥.. 내가 생각해도 어젠 바보 같았어. 방법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

" 근데 무슨 일이었는데? "

" 아버지가 마음대로 이 학교로 전학 시켰는데 내가 다니기 싫다고 막 도망 다녔거든. 근데 그때 마침 네가 눈에 보이더라고, 딱. "

민규는 '딱'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내 눈을 마주치고선 얼굴을 가까이하였다. 나는 잠시 당황하여 주춤거렸고 민규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 그냥 너한테 반한 거지, 첫눈에. "

" ... ... "

민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피커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는 벌떡 일어나 후다닥 애들한테 달려갔다. 순영이의 옆에 다가가 팔에 딱 달라붙어 이마를 기대었고 운동을 하다 말고 내 모습을 살폈다.

" 왜, 어디 아파? 다시 속 안 좋아졌어? "

" 아, 아니.. 영아, 반에 가자. "

" 우리 이것만 하고. 먼저 가 있을래? "

순영이는 내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을 체크하였고 나는 순영이의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며 혼자 체육관을 나와 반으로 향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내 옆에서 걷는 민규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 민규였다.

" 나랑도 이동수업 이렇게 같이 하자. 솔직히 너네랑 친해지고 싶어. "

" 응 ㅎㅎ. 알겠어. "

" 너희들을 보면 내가 낄 자리는 없는 것 같은데 널 보면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 내가 친구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

" 아니야! 같이 지내면 되지. 애들도 분명 알겠다고 할 거야. "

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다.

분명 이들은 민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내가 애들에게 민규를 데리고 같이 지내자고 한 말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로 애들은 단호하였다.

" 그냥 민규를 친구로 생각해 주면 안 돼? 어제는 얘도 사정이 있어서, "

" 넌 사정사정하면서 다 받아줄 거야? 그러다가 사람도 죽여놓고 사정이라 하면 없던 일 되는 거야? "

" 그거랑 같은 게 아니잖아. 그리고 전학 온 지 첫날부터 너희가 그러면 어떡해, 원우 너는 반장이잖아 "

" 반장이랑 네 일은 별개지. "

아무리 내가 말을 해도 애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나는 점점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겨났다.

" ... 너희 진짜 싫어. "

나는 차마 애들 얼굴을 보고서 말을 할 수는 없었고 땅을 바라보며 말을 꺼낸 뒤 민규의 손목을 잡고 반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