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최수빈, 너 진짜 나 좋아하지.”
수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너 오늘 급식 잘못 먹었냐?”
“아니, 그냥 네 표정 보니까 확신이 생겨서.”
“무슨 확신.”
“내가 교복 넥타이 풀고 있었을 때 너 나 계속 쳐다봤잖아.”
수빈은 바로 인상 찌푸렸다.

“누가 쳐다봐.”
“형광등 본 사람 치고 눈이 너무 집요하던데.”
“진짜 미친 새끼네.”
결국 수빈은 손에 들고 있던 시험지를 대충 구겨서 연준 얼굴 쪽으로 던졌고, 교실 뒤에서 듣고 있던 애들이 동시에 빵 터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거였다.
최연준은 전학 온 지 한 달 만에 학교 분위기를 완전히 자기 쪽으로 끌고 갔고, 동시에 최수빈 인생 최대의 골칫덩어리가 됐다.
맨날 치근덕거리고.
맨날 장난 걸고.
맨날 사람 심장 이상하게 만들었다.
“수빈아.”
“왜 또.”
“우리 비밀연애 할래?”
수빈은 물 마시다 그대로 사레 들릴 뻔했다.
“…뭐?”
“어차피 애들 다 우리 사귄다고 오해하던데 그냥 맞다고 하고 다니자.”
“너 진짜 병원 가봐야 된다.”
“같이 가줄 거야?”
“안 따라가. 혼자 가.”
“너무하네, 애인 후보한테.”
수빈은 결국 책상에 이마 박고 한숨 쉬었다.
근데 더 열받는 건.
저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뛴다는 거였다.
진짜 짜증나게.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야자 끝나고 교실엔 둘만 남아 있었고, 수빈은 이어폰 낀 채 문제집만 붙잡고 있었는데 연준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너무 대놓고.
결국 먼저 못 참고 고개 든 건 수빈이었다.
“아니 진짜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데.”
“좋아하니까 쳐다보지.”
“…장난 적당히 좀 쳐.”
“근데 나 안 장난치는데.”
순간 수빈 손끝이 멈췄다.
평소처럼 웃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괜히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수빈은 괜히 펜만 만지작거렸다.
“최연준.”
“응.”
“너 그런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다니면 큰일 나는 건 아냐?”
“왜, 너 책임질 자신 없어?”
“…뭔 책임.”
“나 좋아하게 만든 책임.”
수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려다가 실패했다.
심장이 너무 시끄러웠다.
연준은 그런 수빈 반응이 재밌는지 의자를 끌고 더 가까이 붙었다.
순간 거리 확 좁혀졌다.
연준은 그런 수빈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웃었다.

근데 눈빛은 하나도 안 장난스러웠다.
“수빈아.”
“…왜.”
“너 내가 다른 애들이랑 웃고 떠드는 거 보면 기분 안 좋아지지.”
“안 그렇거든.”
“오늘도 여자애가 번호 물어보니까 갑자기 집 간다면서 나 끌고 나갔잖아.”
“그건 네가 귀찮아 보였으니까 그런 거고.”
“진짜 그 이유뿐이야?”
숨 턱 막혔다.
수빈은 대답 못 했다.
아니, 못 하는 게 맞았다.
왜냐면 그 이유가 아니라는 걸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연준은 그런 수빈 얼굴 한참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
“와, 큰일났네.”
“…뭐가.”
“최수빈 진짜 나 좋아하네.”
수빈 귀 끝까지 빨개졌다.
“최연준 너 진짜 적당히 좀—”
말 끝나기도 전에 연준 손이 수빈 손목 잡아당겼다.
순간 숨이 가까워졌다.
진짜로.
숨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연준은 그대로 수빈 눈 바라보면서 낮게 속삭였다.
“그럼 오늘부터 협약 체결이다.”
“…무슨 협약.”
“옆자리 비밀연애 협약.”
“누가 한다고 했냐.”
“방금 표정으로 계약 완료됐는데?”
“하… 너 진짜 미친놈이다.”
“첫 번째 조항은 학교에서 나 피해 다니기 금지.”
“두 번째는?”
“다른 애 앞에서 질투하다가 혼자 삐져서 도망가지 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