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일지

2 [START] 글:화성인, 보조(연출••):화장실,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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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팀 화장실, 화성인,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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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검사를 받고 2주 정도 지났을까? 나에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병원 측에서 보낸 문자였다. 그 문자를 본 나는 아무 탈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준비를 했다. 두렵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위험한 병에 걸렸으면 난 살 수 있을까? 내 미래는 있을까.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런 두려움을 뒤로하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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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나를 앞에 두고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여주 씨, 혹시.. evanescent cardiocyte라는 병을…”

하늘이 무너지는 듯 심장이 내려앉았다. 병이 없길 바라고 또 바랐는데..., 그 바람은 아무 의미 없는 그저 나의 작은 바람이었던 것이다.



큰.. 병인가요..?”

나는 떨리는 손을 잡고 의사에게 물었다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 악성 희귀병입니다...”

그 말에 나는 앞이 흐려지고 심장이 멎는 고통을 느꼈다. 다시 빌어본다. 죽음에 결말을 앞둔 병은 아니 길을, 아직 내가 사랑하는 그와 해야 하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벌써 이 아름다운 삶을 저버리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이 병은... 전국적으로 아직 8명에게서만 발견된 극히 드문 희귀병입니다. 이 병은 심장에 세포와 몸에 있는 색소 세포들이 스스로 죽으면서 심장이 점점 썩어가고 몸은 물론 머리, 핏줄, 눈동자까지도 눈처럼 하얗게 변하며 눈동자가 보이지 않고 모든 눈이 흰자로 변하면.. 심장은 더는 뛰지 않을 것이고, 곧 죽을 것입니다.”



아 하늘은 정말 야속하다.

인제야 나를 찾았는데 그마저 앗아가 버린다.     

 손은 바람 불며 떨어지는 벚꽃 잎처럼 흔들렸고, 내 눈동자의 초점은 세상에 안개가 낀 듯이 흐려져만 갔다.



고칠 수는 없나요..?”

내 떨리는 목소리는 내 모든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고칠 수는 있습니다만..., 이 병은 알려지지 않은 Rh-unll이라는 혈액형에서만 발생하는 희귀병으로 전 세계의 이 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고작 43명에 불과합니다.. 이 병은 심장이식을 통해서만 완치가 가능하며, 같은 혈액형의 심장 이식자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보다 어렵습니다...”


그 말에 또다시 심장이 멈추었고, 내 눈앞에는 수많은 별이 떨어졌다. 딸 수 있는 별은 이제 없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되지만...





이 순간 지민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죽으면 그가 날 위해 슬퍼하지는 않을까. 너무 많이 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제발 제발 그가 날 위해 울지 않았으면 한다. 

이 죽음보다 그의 눈물이 더 두렵다.


저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의사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번 겨울까지는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치료를 하며 생활해야 그것도 겨우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도 눈동자와 흰자의 구분이 없어지는 순간, 모든 것은 무의미해집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살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합니다.



선생님, 이제 저는...”

“정말 죄송합니다. 심장 이식자를 찾아보긴 하겠지만 확신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 눈물이 핑 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죽어야 한다면...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요.”

“그러도록 저희 측에서 가능한 치료로 최대한 많은, 행복한 기억을 남기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게 최선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






눈물이 흐른다.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난다.

죽고 싶지 않았지만 죽어야 한다.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다.

이게 내 운명이고, 어쩌면 하늘이 내린 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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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집에 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죽음을 앞에 둔 공포와 두려움이 온몸을 덮쳤다. 아, 정말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두려움, 무서움, 심장을 조이는 듯한 지금 이 느낌... 

이 어두운 방 안에 하얀 내 피부가 눈에 뜨인다. 아마 몸이 점점 하얗게 변하는 모습일 것이다. 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두려움은 나를 집어삼켰다.


그때 내 머릿속을 떠도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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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그래, 나에겐 아직 소중한 사람이 남아있다. 그를 위해서라도 1분 1초를 헛되게 사용하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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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아 안녕? 나 여주야.

나는 죽을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이 희귀병은 evanescent cardiocyte라는 병이래. 나도 오늘 처음 듣는 병이야. 희귀병이라서 그런가?…. 심장에 세포와 몸에 있는 색소가 있는 세포가 사라지면서 온몸이 썩고 하얘질거래. 

희귀병에다가 희귀 혈액형으로 심장 이식자 또한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대. 의사 선생님이 내 몸은 점점 하얗게 변할 거래, 머리도, 눈도 모든 게. 죽는 것이 두렵지만 언젠가 이 글을 읽고 울고 있을 네가 생각나.  난 네가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별이 되는 날까지 너와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그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죽음이 두렵고 무섭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앞에서는 미소지을게.



또 죽기 직전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너를 사랑할게,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지민아

이런 나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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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마지막 4개의 계절을 기록하고자 계절별로 기억 남은 일 또는 말을 메모하여 그 계절의 마지막에 일지처럼 작성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지는 그에게 남을 마지막 우리일지도 모르니까. 죽는 그 날 이 일기장을 그에게 줄 것이다.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내가 사라져도 너무 많이 슬퍼하진 말라고...


흰 백발에 검은 눈동자가 없는 흉측한 모습을 한 나로

나의 죽음은 내 마지막에 알려주고 싶다. 진짜 죽음을 손쓸 수 없을 때 너의 눈을 보고 죽고 싶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너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마지막을 그렇게 장식하고 싶다.






나의 마지막 겨울에 너라는 트리를 꾸몄으면...,

트리 꼭대기의 별은 나였으면 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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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