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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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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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발생한 원인의 중심에는
중소기업의 회장인 정국의 아버지가 있었다.




똑똑-




"들어와라."




철컥-




"......"




"......"




"왜 부르셨어요, 아버지?"




"어서 앉아라, 긴히 할 말이 있다."




그 날이 오기 한달 전,
아버지는 어김없이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정국을 사무실로 불렀다.



정국은 그런 아버지가 답답했다.



항상 그렇게 심각한 일도 아니면서,
자신을 인형처럼 마음대로 데려와 앉혀놓는
아버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반항할 수는 없었다.







내 돈줄이니까.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무슨 말이신데요, 최대한 빨리 끝내주세요."




"누구 닮아서 성격 급하기는....쯧"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버지란 사람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됐다, 내가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




또 시작이다.
아버지는 정국을 부를 때마다
저 말을 빼놓지 않으셨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
'남보다도 못한 놈'



뭘 해도
이런 놈, 저런 놈.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그 말 하려고 부르신 거면 돌아가겠습니다."




"너, 선 좀 나가봐라"




"....뭐라고요..?"




"선 보라고."




"......"




대답할 가치도 없는 말이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아버지, 저 만나는 사람 있습니다. 아시잖아요."




"그게 뭐 대수냐? 나도 네 어미 만날 때
다른 여자들 만나고 다녔다."




"...전 당신처럼 살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아버지라고 부르는 일 없을 테니
다신 불러서 그딴 소리 하지 마세요."




"이.. 새끼가, 그래도 자식이라고 봐줬더니..
아비한테 못할 말이 없어..!!"




짝-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정국의 뺨에서
따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아버지라고 참고있었던 건 나 뿐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쌍방이였나 보네요.ㅎ
그럼 서로 보기 싫으니까 안 보면 되는 거죠?"




쾅-! 




정국은 날카로운 말을 끝으로 사무실 문을
큰 소리가 나도록 닫고 나갔다.




그것이 아버지에게 했던 첫 반항이었다.





✦✦✦





"저런 개새끼를 두고 그냥 뒤지면
내가 제대로 엿먹는 거지.." 




정국이 문을 닫고 나간 뒤,
아버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곧이어 통화음이 울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특한 음색의 한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오, 전 회장이 먼저 연락이라니.. 꽤 놀랍네요.ㅎ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




전 회장은 전화를 받은 남자의 부드러운 음성에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화를 이었다.




"그렇지요? 오랜만입니다, 박 회장님.
다름이 아니라, 저번의 그 계약 건과 관련해서..."




"아." 





박 회장이라고 불리는 그 남자는 짧은 한 마디로
전 회장의 말을 끊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박지민.
전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그 동시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JK그룹은 JM그룹의 회장 박지민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렇지만, 박 회장이 전 회장보다 훨씬 어린 20대의 청년라는 사실도 그를 싫어하는 데에 한 가담했다.




"아 이런..ㅎ 죄송해요, 말을 끊어버렸네.
그런데 그 계약 건은 이미 몇 달이 넘게 지난 일 아니었나요? 저희가 그렇게 한가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ㅎ"




말투와 음성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날카로운 칼날.




그에 흠칫, 놀란 전 회장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목을 가다듬고 설득하려 애썼다.




"에이.. 우리 박 회장님이 왜이러실까?
눈 딱 감고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됩니다."




"ㅇ..예...?"




"혹시 나이가 들어서 귀가 안좋으신가?
안된다고, 제대로 들었을 텐데요."




이번에는 전 회장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그럼 이제 할 말은 없으신 거죠?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한테 함부로 기어오르지 마시죠.
그럼 먼저 끊겠습니다, 전 회장."




"예에..."




뚝-







✦✦✦







'뚝- ..ㅅㅂ... 박지민 개새끼..'




"ㅋ..아흐ㅎㅋㅋㅋㅋㅋ" 




전 회장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해뒀던 지민.

자신과 통화를 끊은 후 전 회장의 반응을 듣고는
혼자서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ㅋㅋㅋㅋ이 노인네가 드디어 미쳤구나?ㅋㅋ" 




서류를 제출하러 왔다가 이 모습을 본 직원은 어느새 안색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야."




그때, 웃음을 멈춘 지민이 직원을 불렀다. 




헉-

놀란 직원이 잠시 숨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아ㅎ 너무 겁 먹지는 말고.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말이야.ㅎ"



























































































"너 사람 하나만 알아봐라."




지민의 이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시작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