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 그 끝에 스민 달빛》

1화 - 손 끝에 떨어지는 꽃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보검은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고시원 천장의 갈라진 석고 자국을 몇 초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일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허리에서 삐끗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세수를 하고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채웠다.

 

“하… 늦잠 잤네.. 양치만 하고 나가야겠다.”

 

보검은 가방을 어깨에 걸쳐 매고는,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낡은 가방엔 그가 고등학생 때 쓰던 검도 키링이 하나 달려 있었다.

 

 

고아원 형이 생일 선물이라고 몰래 사다 준 것이었다. 그때는 검도가 너무 좋았다. 어쩌다 배운 건데 이상하게 잘 맞았고, 그는 그것만이 ‘자신만의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검도는 돈이 많이 들었고, 대회에 나가려면 장비도, 레슨도, 시간도 있어야 했다. 고아원에서는 아무도 그런 걸 밀어줄 수 없었다. 결국 꿈은 한 편에 밀어둘 수 밖에 없었고, 대학 입시에 올인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고, 취업 준비할 시간도 부족해서 남들보다 회사도 늦게 입사하게 되었다. 그래도 지금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이름 없는 중소 기업, 영업 2팀.

 

“박 대리, 이따 회의 전까지 그 보고서 다시 써놔. 아, 그리고 지난주 거래처 건은 어떻게 된 건데?”

 

 

“어… 그게, 아직 회신이 안 와서—”

 

“그러니까 전화를 해야지! 메일만 쳐 보내고 앉았어? 일 할 생각은 있냐?”

 

회사에서는 늘 이런 식이었다. ‘열심히 한다’는 말보다 ‘왜 이걸 못 하냐’는 소리를 더 자주 들었다. 실수라도 하면 돌아오는 건 동료들의 싸늘한 눈과 상사의 한숨뿐.

 

점심시간에 혼자 옥상에 올라가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생각했다.

 

‘나 진짜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모르게,

그냥 조용히 사라졌으면.’

 

야근하다가 겨우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겨울이라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육교를 건너는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보검은 천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

.

.

 

 

 

 

 

난간 위, 위태롭게 서 있는 소녀가 보였다.

검은 긴 머리, 흰색 원피스 자락이 차가운 바람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한 발짝만 앞으로 내디디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

보검은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

 

“거... 거기서 뭐해요!!!!! ㅇ..얼른 내려와요!!!!”

소녀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를 바라봤다.

빛 없는 눈동자가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조용히 좀 해줘요. 시끄러워요.”

 

“뭐?? 거… 거기 위험하다고! 지금 뭐 하는 거야!”

 

"...."

 

 

"지.. 지금이야 힘들지만,

또 행복한 날이 또 온다? 진심이야!! 그러니까...."

 

"... ㅎ 마지막 위로 감사해요.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리곤 .... 발을 내딪어 육교 밑으로 점점 기울어졌다.

보검은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

 

 

“자… 잠깐!!!!!!”

 

보검은 다급히 달려가 손을 뻗어 잡았지만, 조절을 잘못한 탓인지 같이 아래로 추락하게 되었다.

 

 

도시의 불빛이 아득히 번져보였고, 귀에서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그리고 모든 게 느려졌다.

 

그는 눈을 감았다.

 

 

‘… 운도 지지리도 없지.

차라리 잘 됐어. 지금까지 버틴 게, 기적이었던 거야.’

 

 

 

순간 —

쿵쿵, 심장이 뛰었다.

 

 

숨이 목에서 튀어나오듯 터지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는 봤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 소녀.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흰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아니었다.

곱게 머리를 땋고, 고운 분홍색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그리곤...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