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누나 바라기 전정국

20.누나 바라기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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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누나 바라기 전정국 - 다시 만난 그 날에 2






















여러번의 연결음이 오고 갔다. 하지만 연결음의 끝은 차가운 음성과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 내가 원하는 따뜻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두통이 몰려와 주저 앉았다. 이 넓은 대학로에서 당신을 찾을 수 있을까.









"...역시. 안되겠지."









그래. 내가 무슨 힘이 있어.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이란 존재는 나에겐 너무 과분하단 걸 알고 있었으니.









"과외? 안 해. 나 2년전부터 계속 과외 안 하고 있는거 몰라?"



"...?"









너무 익숙한 목소리와 말투에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만치에 하얀 에코백을 들고 가는 여자. 짧은 단발 머리를 찰랑 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그녀와 너무 닮아있었다. 설마했지만 속으론 제발 선생님이어 달라고 빌었다.









"저기요."



"네?"









맞았다. 나를 보더니 귀에 대고 통화하고 있던 손이 툭 하고 떨어졌다. 가만히 있지 못 하는 눈동자와 입술이 예전 모습과 똑같았다.









"...왜 번호 바꿨어요."



"정,국..."



"할 말만 하고 가버리면 나는 어떡해요."









눈물이 잔뜩 고여있는데도 울고 있지 않은 척하려는 모습에서 내가 자꾸 보였다. 위태로운 절벽에 서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얼굴. 내 모습이 그래요. 당신 없이 하루하루를 살면서 내가 죽어가는 것 같았어.









"내가 선생님 때문에 결혼도 여행도 취소하고 왔어요."



"정국아."



"내가 미안해요. 다 미안해."



"...정국아 너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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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리지마요. 내가 미안해..."









내 모든 걸 내려놓았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그저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 나를 보듬어줄 사람이 필요해.









"누나. 나는 돈도 권력도 명예도 자리도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나는 누나가 필요해."



"나 좀 사랑해줘요, 제발..."

















*
















(여주 시점)
















"전정국.... 너 집 안가?"



"가야 되는 거예요?"



"..너 사장이잖아."



"필요하면 알아서 연락와요. 아직 안 바쁜가보죠."









어제 울고불던 사람은 어디가고 당당하게 웃는 전정국의 명치를 쳐 버릴까 싶었지만 때마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마음을 접었다. 한참 진지하게 통화하던 정국이가 내 앞에 앉아 말을 걸었다.









"누나."



"응?"



"나랑 어디 좀 가요."



"어딜?"



"본가요. 혼인신고 했던 것도 다 깨러가야죠. 나는 연애도 결혼도 누나랑 할거니까."




















블라우스에 묶여 있는 리본끈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이내 큰 담벼락에 도착하자 차가 멈췄다. 먼저 운전석에서 내려 내가 앉아 있는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정국이의 손을 잡고 내렸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 갈까요?"



"그래도 같이 있을래."



"알았어요. 가자."









큰 대문이 열리자 오랜만에 보는 2층 집이 보였다. 처음 정국이를 만난 곳. 우리의 추억과 사랑이 시작 된 곳.















































"여주씨가 이럴줄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그 결혼이 우리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나 알아요?"



"죄송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것보다 더 쏘아 붙이는 어머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 때문에 일어난 피해를 내가 채울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건 이것 밖에 없다. 내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던 정국이는 더 이상 있기 싫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전정국. 자리에 안 앉아?"









어머님의 호통에 정국이는 짜증난다는 듯이 머리를 쓸어넘기곤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하세요, 어머니. 이제 당신네 가업 이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



"항상 그쪽들 뜻대로 해줬으니까, 이젠 내 마음대로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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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들 해보던가. 결국 내가 필요해질텐데. 어째?"

















*

















"야, 전정국 미쳤어?"



"응? 뭐가요?"



"으으응? 뭐가요오? 너 좀 맞자."









미안해 정국아. 내가 손이 좀 많이 맵거든. 등을 한 번 때릴 때마다 아프다며 징징 거리는 정국이를 앞에다가 세워놓았다.









"야.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싫어요."



"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형은 의산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뭐하는 짓이냐면서 욕한 저 부모한테 내가 굳이 왜. 어떠한 이유로 예의를 차려야 하는 건데요."



"나는. 공부도 경영도 아무것도 배우기 싫은데. 자기들 가업 계속 이어 가겠다고 몇 시간이고 앉혀서 공부 시켰어요. 들어오는건 하나도 없었는데도."



"내가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을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 같이 들어와선 또 형이랑 비교질 했어요."



"형은 저렇게 똑똑한데 너는 왜 그 모양 그 꼴이냐고."



"...정국-"



"내가 말 했잖아요. 다 필요없어요. 누나만 있으면 돼."









상처 받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정국이에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만났을 때 과외하기 싫어했던 것도. 내가 본인의 첫사랑이라는 명분하에 내 수업을 빠짐없이 들은것도. 진실을 알아버리니 너무 미안해졌다. 나에겐 그저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는 학생이었던 정국이는 그저 여느 아이들처럼 상초 많은 아이었다.









"...미안해."



"나는 날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나를 사랑해줄 사람."



"미안해 정국아. 내가 미안해."









내 미안하단 말 한 마디에 눈물을 가득 매달며 안겨 오는 정국이를 토탁여줬다. 어쩔 수 없는 키 차이에 내가 안겨버린 꼴이 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위로했다. 그랬구나- 정국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빼먹지 않고서.









"다 울었어?"



"네..."



"앞으로도 힘들면 그냥 울어. 누나 품은 넓다 정국아."



"거짓말 하지마요. 나보다 20센치 작으면서."



"아픈 곳 찌르는 거 아니다?"



"복수입니다만."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정국이를 째려보자 귀엽다는 듯 빵터져서 배를 잡고 웃어댔다.









"뭘 웃어. 뭘 웃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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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서 그래요. 귀여워서."



"거짓말 하지 마. 안 믿거든."



"믿지마요. 나는 계속 귀여워 할 거니까."









자 갑시다- 주먹을 꽉 쥐고 화를 내는 나를 이끌어 차에 태운 정국이의 목적지는 집이 아니었다.









"어디가?"



"바다요."



"바다?"



"응. 바다. 누나랑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누나는. 내 첫사랑이니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가 더 필요할까. 내가 행복하면 다 된거지. 운전하고 있는 정국이의 오른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저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른들의 욕심에 아팠던 작은 아이는 어느새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아이의 마음이 닿은 곳이 나라는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정국아."



"네?"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요."









그래요. 나는 이거면 충분히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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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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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ㅏ... 졸려....


이건 언제쯤 올라가려나...

지금은 5월 5일...

















※자유연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