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 내 일곱 친구들

TALK | 내 일곱 친구들- 줄글 [특별편 04]

⭐구독자 70명 기념으로 독자님들의 소재를 받아 특별편을 썼습니다. 이번 특별편은 전정꾸씌 님 소재입니다.⭐






여주와 7명의 학교생활은?



띠리리- 띠리리-



"음...?" 

"으악 오늘도 지각인 것 같아!!! 망했다 진짜ㅠㅠㅠ"


오전 7시 32분. 몇 차례 울린 알람 소리를 이제야 들어 오늘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학교 갈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아. 참고로 빛의 속도, 즉 광속은 1초에 약 30만 km를 가는 빠르기야. 뭐? 아는 척 너무 한다구? 미안해, 나는 원래 나대는 거 좋아해.


다들 빛의 속도는 그냥 비유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들 할거야. 은유법이었나? 무튼 그런 방법으로 비유하는 표현으로 다들 쓰는데! 나는 아니야. 자칭타칭 10분만에 나갈 채비하는 뇨자 라는 별명도 있어! 10분 안에 밥 먹고 씻고 화장하고 교복 입고 다 해!! 그러니까 나는, 빛의 속도로 준비를 한다, 라는 말이 비유하는 표현이 아니라 사실, 즉 팩트를 말하는 거란 말이야. 팩트는 영어로 사실이란 뜻이야. 미안해, 김남준이랑 요새 연락을 좀 했더니 닮아졌나봐. 자꾸 누구를 가르치려 드네.


개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빨리 식탁으로 달려갔어. 식탁에는 우리 엄마가 차려주신 집밥이 자리하고 있었지. 항상 매일 아침에 수탉보다 빨리 일어나 따끈따끈한 밥과 국, 반찬을 새로 만드시는 우리 어무이, 대단하십니다!!!! 



"엄마엄마!! 나 오늘 이거 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밥 조금만 덜어줘! 너무 많이 덜지는 말구!"


엄마에게 밥을 덜어달라는 부탁을 한 후에 방으로 달려가 잠옷 바지를 벗어 침대에 미련 없이 던진 후 옷장 서랍에 잔뜩 수납되어 있는 스타킹을 집어들었어. 요즘 날씨가 좀 쌀쌀하니까 두꺼운 거로! 두꺼운 건 다리 두꺼워 보이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란 말씀!! 나는 원래 예뻐. 게다가 이 날씨에 신은 것 같지도 않은 얇은 스타킹 신으면 얼어 죽어. 그거 빵꾸도 잘 나. 그래서 결론은!!! 스타킹은 두꺼운 거로!!!!



"여주야!! 빨리 나와서 밥 묵으라!"



저 멀리 부엌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그 말에 재빨리 스타킹을 집어들어 식탁으로 달렸지. 네!!! 라는 대답을 하며 말이야.


식탁 의자에 앉아 밥 한 숟가락 크게 퍼 입에 쏙 넣었어. 거기에 반숙 계란후라이와 딱 적당하게 익은 김치!!! 와악 상상만 해도 맛있는 꿀조합이야. 설마 이렇게 안 먹어본 휴먼들 있으면 꼭 먹어보도록. 김도 싸서 먹으면 맛있지만 오늘은 김이 없네.

그렇게 입은 한가득 욱여넣은 밥을 씹고, 손은 스타킹을 들어 발부터 신켰어. 나는 발까지 달린 걸 신어. 양말도 안 신고 얼마나 편해.


스타킹을 쭉쭉쭉 거침없이 신은 후 밥 한 숟가락 또 퍼서 입에 쏙 넣고 교복 치마를 입으러 방으로 달려갔어. 셔츠와 조끼, 넥타이는 이따 세수할 때 젖으니까 미리 입으면 안 돼. 이게 바로 K- 중딩의 노하우야.


그렇게 정신없이 식탁과 방을 오가며 아침식사를 마쳤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외치며 밥그릇과 국그릇을 씽크대에 쏙 넣은 후 화장실로 달려갔지. 달려가며 집 복도에 달린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는 기교 정도는 부릴 수 있어야 편해. 오케이, 현재 시간 오전 7시 35분. 일어난 지 3분 만에 밥 먹기를 성공했어. 3분 카레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한 손으로는 치약을 짠 칫솔로 이를 닦고 다른 한 손으론 앞머리를 감았어. 손에 물을 딱 담아서 앞머리에 살살살 뿌려주면 갓 감은듯한 촉촉한 머리를 연출할 수 있다구. 드라이기로 말릴 여유 따윈 없으니 수건으로 탈탈탈 털기로 했어.


아무리 바빠도 양치는 3분동안 했어. 밥도 3분만에 먹고 양치도 3분만에 하다니. 이거 뭔가 좀 잘못된 것 같은데?


일단 쓸데없는 생각보단 세수가 먼저였어. 나 김여주, 어느덧 중학교 가장 높은 학년인 3학년이 됐어. 한때는 학교를 짱먹겠단 무모한 생각도 했었지만 적어도 왕 선배의 위엄은 보여줘야 한다고. 요즘 1학년들 보면 다 키 크고 말랐던데. 얼굴은 또 얼마나 예쁜지. 그래서 나는 세수라도 하며 눈곱이라도 떼고 가야 해. 내가 1학년일 때엔 다들 나랑 비슷한 빙구맹구였는데 말이지. 참 이상해. 내 또래도 아이돌로 데뷔를 하지를 않나.





마치 한 마리의 하마가 커다란 웅덩이에 뛰어 들어가듯 거대한 물을 튕기며 세수를 마쳤어. 그 덕에 잠옷의 목덜미는 모두 젖어버리고 말았지. 내가 이래서 교복 상의는 가장 마지막에 입는 거야. 내 말 안 듣고 마음대로 한 너희들!!!!! 내 말 듣지 그랬니.



수건으로 대충 앞머리와 얼굴의 물기를 닦은 후 방으로 뛰어들어갔어. 스킨? 그딴 거 바를 시간 없으니까 그냥 로션 하나만 발랐어. 선크림... 아니야! 오늘 체육 없으니까 됐어. 로션을 바른 후 기초적인 화장을 시작했어. 기초 of 기초! 피부, 눈썹, 입술!!!

그까짓 거 확마 빨리 끝내주지 하면서 이 친구들 얕보면 안 돼. 이것도 꽤 오랜 시간 노력을 해야 나처럼 1분 내외에 끝낼 수 있다고.



이렇게 학교 갈 채비를 끝냈어!!!! 와우, 오늘은 8분 정도가 걸렸구만. 개인 신기록이야. 그렇게 7시 40분에 집을 나설 수 있었지.


등굣길에 혼자 가면 매우 심심하니까 버스를 타려 정류장에 앉아 단톡방으로 들어갔어. 아직 안 간 애 있으면 같이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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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는 걸 보니 다들 등교를 한 것 같았어. 으잉... 이 시간이면 다들 아직 버스일텐데.



한참을 기다려도 답장은 커녕 읽음 표시도 지워지지 않았어. 이노무시키들, 여주가 기다리는데 재깍재깍 답장 못 하지!!!


정류장에 혼자 외로이 앉아 핸드폰만 보며 앉아있는데 나랑 같은 처지인 다른 반 친구가 와 앉았어. 얘나 나나 똑같지 뭐, 지금 아무리 빨리 가도 지각을 면할 순 없으니 결근만 아니면 돼. 우리 1교시 수학인데 수학쌤 무서운 게 보통 수준이 아니라니까ㅜㅜㅜㅜ 오죽하면 별명이 코로나이겠어. 일명, 걸리면 죽는다!!! 


그래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니 불안감이 조금 사라지는 듯 했어. 친구네 1교시 선생님인 체육쌤인데 코로나 못지 않게 무서워. 여기서 지각하면 우리 둘 다 결과는 뻔하니까 버스에서 내린 후 부터는 무작정 뛰기로 했어.



여차여차 버스에 타 자리에 앉았어. 숙제를 하고 있는 친구 옆에서 난 핸드폰을 꺼내들었지. 아까 보낸 톡에 대한 답장이 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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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얘는 또 지각이구만. 여기에서 우리반은 김남준과 전정국. 살면서 지각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애들이지. 김남준은 어느정도 이해는 가는데 전정국은 왜 지각을 안 하는지 몰라. 나만 혼나게 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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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김태형은 지각이네."



"김태형? 잘생긴 애 아니야?"


"뭐... 잘생기긴 했지...? 그런데 얼굴만 잘생겨선 뭐 해. 행동까지도 잘생겨야지."


"애들 패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 그치?"


"일진 짓 하면 걘 나한테 죽지."




김태형 말에 친구는 하던 숙제를 멈추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어. 내 말이 재미있었는지 이윽고 숙제 문제집까지 덮어 가방에 쏙 넣었어.




이번 목적지는 00중학교, 00중학교 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정류장을 알려주는 기계음이 들렸어. 그 소리에 약속이라도 했단 듯이 우리는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향했어.



"야, 그런데 나가다가 문에 끼이면 어떡해?"


"문에 왜 끼어 또;; 그리고 걱정 마. 아무리 아파도 네가 때리는 것 보단 나아."


"그런가."




친구와 시답잖은 말을 나누며 버스에서 내려 숨을 골랐어. 뛰기 위한 심호흡이라고나 할까?


"뛰어!!!!!" 



내 말을 신호탄으로 삼았는지 그 말을 듣고 주변에 뛰는 학생들이 갑작스레 나타났어. 거의 3학년으로 보였지. 1학년은 학교생활 시작했다고 일찍일찍 다니나본데, 너희들 미래 모습이다 이게!!


정신없이 호흡이 가빠와 더는 숨을 쉴 수 없을 때 쯤 교문 앞에 도착했어. 선도부가 아직 있는 걸 보니까 지각은 아닌 것 같았지. 





"세, 세이브...!"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고 오른 탓에 학교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어. 잔뜩 가빠오는 숨을 고르며 내 자리에 앉았어.



"왜 왔냐."


오늘도 어김없이 앞자리에 앉은 전정국이 말을 걸어왔어. 왜 왔기는, 학생이니까 왔지. 정국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며 내 책상에 가방을 걸은 후 김남준에게 갔어.



"남쥬나~~"



"왜, 또. 숙제 안 했어?"



역시 남준이는 잘 알아. 내가 이렇게 콧소리로 남준을 부르면 무언가 부탁이 있단 걸 잘 알아. 그리고 이런 이른 아침(?) 에 부르면 숙제를 보여달란 말이지.



"웅!! 이번에 보여주면... 네 말에 한 번 동의해줄게!"


내 말에 남준은 두어 번 고개를 끄덕거린 후 가방을 뒤지고 또 뒤졌어. 숙제를 꺼내려는 듯 했지. 역시 김남준, 가방에 뭐가 얼마나 들어있길래 숙제를 못 찾을까.


"아, 이제야 찾았다."


남준의 말에 내 눈길은 절로 그의 손에 머물렀어. 조금 더 가방을 뒤적거리다 남준이 꺼낸 것은,




엿이었어.


"와아, 진짜 유치하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냐?"


내 말에 남준은 보조개가 쏙 보이는 미소를 지은 후 다시 가방을 뒤적거렸어.


"이번에도 엿이면 내가 진짜 너 엿 먹인다."


"응응 알았어. 안 그래. 내가 석진이처럼 장난을 그렇게 치냐."



내 협박에 조금 쫄았는지 남준은 순순히 자신의 숙제를 내 주었어.


"이참에 공부 좀 하고."


"싫은데? 네가 다 보여주는데 왜 해? 시험 기간에만 하면 됐지 뭐."


그렇게 아침 시간까지 남준이 보여준 숙제를 베끼는 데 성공했어. 여윽시 김남준은 짱이야. 맨날 하는 게 놀리는 것뿐인 전정국과는 다르다고!!





지금은 2교시 중반. 국어 시간이야. 보통 국어는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뭐 이리 지루한지. 빨리 급식시간이 됐으면 좋겠어. 지루한 마음에 앞자리에 앉은 전정국의 등을 샤프 끝으로 톡톡톡– 쳤어.


"왜."

입모양으로 왜, 라고 말하며 정국이 뒤돌아봤어.


"배고프지 않아? 점심시간 언제 되냐..."


"아침 먹으랬지."


"먹었거든?"


"먹었는데 배고프면 어쩌라는 거야."


"몰라... 우리 점심시간 4교시 끝나고지?"


"응ㅋㅋㅋㅋ 그때까지 잘 버텨 봐."


정국의 몸이 완전히 내 쪽으로 돌아왔어. 역시, 얘도 국어는 재미 없구나. 반갑다, 내 동지!!!


"이따가 정 안 되겠으면 쉬는시간에 몰래 화장실 들어가서 젤리나 까 먹어야지."


"석진이 불러야지."


"그래라? 나는 짜피 여자화장실에 들어갈건데?"


"아 글쿠나."


한참 정국과 재미있는 수다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눈치 백 단 국어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어.


"김여주, 전정국! 둘이 뭐하니?"


야휴... 두 교시 연속으로 깐깐한 쌤들 수업 들었더니 힘드네... 뭐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았는데...!


"또 떠들면 둘이 사귀는 걸로 알 거야."


저 멀리 앉은 김남준이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대체 어떻게 웃어야 저렇게 짜증나게 웃을 수 있는거야...? 무튼 김남준 넌 이따가 맞을 줄 알아.


"아악 잘못했어요! 제발 그것만은..."


뭐야, 전정국. 싫은 건 나도 같지만 저렇게까지 싫어하니까 기분이 좀 그런데? 나처럼 예쁘고 착한 여자 어디가나 있는 거 아닌데.


"그러니까 떠들지 말고 필기나 해. 중간고사 때 여기 문제 낼 거야."


괜찮아요 선생님, 저에게는 무적 김남준이 있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었어. 진심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혓바닥 기어 올라왔음. 그래서 이빨로 씹어서 삼켰지.


"네엡– 알겠습니다 선생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여!"


예쁘고 공손하게 대답하자 선생님도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화이트 보드 앞으로 가 수업을 재개했어. 어우... 국어 이 어려운 것!!!




그래도 오랜 시간 잘 참고 버텨온 덕에 급식시간이 다가왔어. 오늘 급식은...!

마이 달링 제육볶음❤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 민윤기 얼마 안 먹으니까 윤기 거 조금 뺏어먹여야지. 스읍... 김석진과 엄청 치열한 싸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 오늘은 제발 김석진이 나에게 윤기의 음식을 양보해 주기를 바라며 급식실로 향했어. 






🔅





"많이~ 완전 많이 주세요!"


급식을 나누어 주시는 급식 아주머니께 제육볶음을 많이 달라고 애교(?) 를 부렸어. 눈을 크게 뜨고 깜빡깜빡 하면 어렸을 땐 다들 허허허, 웃으며 부탁하는 걸 들어주시기 마련이었거든.


"다 똑같이 줘야 해요."


내가 이미 너무 커서 그런가. 안 통하네..!! 괜시리 머쓱해져 크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을 했어. 히잉, 남들 안 먹는 고기 나 주면 좋으련만. 내 자리 앞에 안 먹는 고기, 디저트 두고 가세요 라고 써둘까, 진심으로 고민했어.



"너 뭐 이리 밥이 수북해? 오늘 하루 세 끼 여기서 다 먹을 작정이야?"


제육볶음 대신 밥이라도 많이 먹으라며 수북히 쌓일 정도로 밥을 주셨는데 이걸 보고 그냥 넘어갈 김태형이 아니지. 먼저 앉아있었던 애들 중 김태형도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밥을 보고 웃기부터 하더라. 너는 뭐 저번에 김치만 잔뜩 받아온 적도 있으면서. 유산균 다이어트 한다고 그랬었나?


"안타깝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해. 내 사랑 제육볶음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오늘 이미 아침을 거하게 먹었거든."


"자랑이다."


오늘도 여전히 무기력한 윤기가 젓가락으로 국을 비잉비잉 저으며 말했어. 주위를 살펴보니 아직 석진이는 자리하지 않아 이때다– 싶어서 윤기의 제육볶음으로 젓가락을 가져다 댔어.


"나 이거 가져가도 되지?"


"마음 껏 가져가. 짜피 있어도 안 먹어."


그렇게 윤기의 식판 가득히 담겨 있는 제육볶음을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싹싹 긁어모아 가져갔어. 김석진은 이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할까나. 석진아, 인생은 타이밍이야. 좋은 거 배웠다고 생각하렴.


그렇게 하얀 쌀밥과 조화롭게 어울어진 매콤달콤 제육볶음을 한 입 가득 즐기고 있을 때 쯤 마지막 멤버인 김석진이 등장했어. 급식실에 늦게 오면 두 가지 유형이 있어. 이미 학생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부스러기 수준의 음식만 남아있는 유형, 남은 밥과 반찬을 싹 다 긁어모아 주는 유형. 하지만 두 번째 유형은 극히 드물고, 첫 번째 유형이 대다수이지.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오늘 급식이 제육볶음이라 잔뜩 기대했었는지 급식판을 바라보는 석진의 표정에 실망감이 잔뜩 아려왔어. 음... 이렇게 보니까 좀 불쌍하기도 한데...? 윤기 거는 내가 다 가져가서 없고. 고기 큰 한 점 석진이에게 줘야 할까, 생각했지.


"너능 왜 제육볶음에 고기는 없고 양념이랑 양파밖에 없어?"


눈치 없는 박지민이 순수하다는 말로 포장할 수 없는 멍청함을 드러냈어. 자신의 수북히 쌓인 고기를 하나 딱 집어들어 입에 쏙 넣으며 말하는데 짜증이 안 날수가.


"늦게 왔으니까 그렇지. 네 것 좀 주련?"


석진이가 잔뜩 불쌍한 말투를 하며 지민에게 애원했지만 통하지 않았어. 대신 윤기의 찰진 욕만 들을 뿐이었지. 욕은 나쁜 거니까 굳이 여기까지 옮겨 적진 않을게. 욕은 나쁜 거예요~


"올해 들었던 민윤기 욕 중 가장 깊은 빡침이 느껴졌어."


김남준이 밥을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어. 얘는 맨날 하는 말이 올해 들었던~ 이거야. 한 해 동안 들은 말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러는지.


"그래도 석진아 희망을 가져. 비록 지금 네 눈 앞엔 없지만 미래엔 제육볶음을 잔뜩 쌓아두고 먹을 날이–"


"닥쳐."


희망 전도자 정호석이 석진이에게도 희망을 뿅뿅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거절이었지. 김석진 쟤는 지금 안 건드는 게 좋아.


"그런데 있잖아, 제육볶음 얘기는 그만 하고. 다른 말 좀 하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 없이 밥만 먹던 전정국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말했어. 얘는 또 무슨 할 말 있나보네.


"오늘 체육시간에 말이야, 4교시였거든?"


잠만, 나 전정국 무슨 말 하려는지 알 것 같아. 사실 아까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했었거든? 달리다 넘어졌었단 말이야ㅠㅠㅠㅠㅠ 그래서 보건실도 갔다 오구... 지금 전정국 저 말 하려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막아야만 해...!


"그만! 그만 정국이."


전정국의 입을 양 손으로 막았지만 전정국은 한 손으로 가뿐히 내 손을 떼어버리고 말을 이었어. 표정이 아주 그냥 비장한 걸 보니 맞는 것 같아. 얘들이 나 잘 넘어지는 건 잘 알지만...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왠지 모르게 부끄럽단 말이야ㅠㅠㅠ


"뭔데뭔데."


계속 뾰로통하게 밥알만 세던 석진이가 눈을 빛냈어. 그 모습에 그의 장난 파트너, 김태형도 집중했지. 제발 이런 거에 집중하지 말고 공부에나 집중하라고ㅠㅠㅠ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했단 말이지?"


난 이제 끝났네... 참... 비밀 하나도 못 지켜주나?


"내가 1등으로 들어왔음. 역시 내 운동신경."


그 말을 끝으로 잠시 긴 침묵이 이어졌어. 나는 예상 외의 말에 당황해서, 정국을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이게 뭔 개소리인가 하는 표정이었어. 전정국은 왜 자신의 말에 저런 반응이 달리는지 궁금해했고.


"꾸기 멋지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박지민이 말했어. 얘는 나중에 사회생활 잘할 것 같아. 남들 비위 겁나 잘 맞춤. 부장님한테 인기 많겠네.


"그치그치? 거기에서 김여주는 넘어지고–"


"야!!"


전정국의 등짝을 찰싹, 때렸어. 오늘따라 내 옆에 앉아서 뭔일인가, 했는데 잘 맞으려고 여기 앉았구나.


"나쁜 주댕이 같으니라고."











🔅








"흐아암– 졸리네."


5교시는 정말 졸려ㅠㅠ 밥 먹은 직후라 얼마나 졸린지 모를거야. 게다가 지금 과학시간임. 외워야할 건 많고, 필기하기는 싫고. 모든 걸 포기한 사람마냥 눈을 반쯤 뜬 채 수업을 들었어. 아예 엎드리면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고개를 돌려 김남준 쪽을 봤더니 참 바빠. 선생님이 칠판에 쓰는 것도 봐야 하고, 공책 필기도 해야 하고, 교과서에 형광펜 칠도 해야 하고. 앞에 앉은 전정국은 넓은 등짝에 가려 뭐가 보이지가 않아. 그런데 나처럼 집중을 안 하는 것 같진 않아. 숙인 고개가 위로 올라가기도 하며 바쁘거든. 나만 혼자 여유롭구나. 










"차렷- 선생님께 인사!"


드디어 수업이 끝났어. 항상 조곤조곤한 말투로 인사를 하던 반장 김남준도 오늘은 들떠보였지. 역시 집 가는 시간은 너무 행복해!!


교탁 위에 놓인 핸드폰 가방으로 향했어. 완전 오래간만에 보는 내 단짝, 핸드폰!!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그동안 잘 있었니?ㅠㅠ



"오늘 뭐 먹으러 갈래?"


나머지 애들을 기다리며 전정국이 말했어. 현재 같이 있는 애들은 나, 김남준, 전정국, 김태형. 나머지 넷이 오기를 기다리며 뭐를 먹으러 갈 지 고르기로 했어.


"석진이 좋아하겠네."


"그니까 ㅋㅋㅋㅋㅋㅋ 오늘 밥도 얼마 안 먹었을 걸?"


다시 또 수다를 떨며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았어. 우리 학교엔 복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다란 의자가 있거든. 거기 앉아서 애들 기다릴 수 있어.



"나 왔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정호석이 복도를 가로질러 왔어. 정호석 뒤로는 김석진, 민윤기, 박지민이 순서대로 왔지. 



"오늘 다들 시간 있지? 뭐 먹으러 가자."


"다들 카드 가져왔지? 현금 없잖아."


"오늘 현금으로 가져오려다 말았는데 ㅋㅋㅋㅋ"


"그럼 돈은 카드뽑기로 가기로?"


"응응, 나는 눈에 안 띄는 엄카니까 괜찮을 거야."


"오히려 눈에 띌 수도?"


"김석진 카드로 몰자 ㅋㅋㅋㅋ 엄카래 엄카!!"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며 계단을 내려가 교문을 나섰어. 학원 가기 전까지 재미나게 놀으려고!!


"김여주 안 넘어지게 조심해라."


"내가 맨날 넘어지는 줄 아냐?"


"그만 좀 싸워라.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어."


오늘 급식도 얼마 안 먹었으니까 맛있게 많이 먹어야지!! 상상만 해도 행복해 정말. 그리고 내심, 돈은 내가 아닌 김석진(엄카 가져온 애)이 내기를 바라고 있어. 나 돈 얼마 없다구ㅜㅜㅜ





❤손팅❤

와... 오늘 완전 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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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순위권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