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누나, 언제 받아줄 건데요?

08. 안녕하세요! MC 정한입니다!






photo
photo
photo
photo





"아 진짜... 귀찮은데..."





원장님은 괜찮다고 하시겠지만, 애들한테 허락 맡아야겠지.
신나게 놀고있을 애들을 생각하며 방을 빠져나왔다. 멀리서부터 들리는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대화소리에 자연스럽게 광대가 스르륵 올라갔다. 노크소리 못 들으면 어떡하지, 주먹으로 방문을 똑똑똑 치니 소리를 들은건지 갑자기 조용해지는 애들이었다. 귀여운 것들...
방문을 슬쩍 열자 26개의 눈동자들이 한개도 빠짐없이 들어오는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들아"
"어! 쌤!"
"쌤 아니고 그냥 누나라고 부르라니깐?"
"누나라고 부르고 싶어도 엄마가 안된다고 하셨는데!"
"그냥 부르지, 쌤이 부탁해볼까?"
"괜찮아요, 어차피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인걸요!"





내가 알려준게 뭐가 있다고, 편하게 불러도 되는걸 굳이굳이 쌤이라고 부르며 환히 웃는 아이들을 보자니 평소에는 나오지도 않는 환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쌤 있다가 어디가야 하는데, 저녁 못 챙겨줄거 같아... 어쩌지?





"걱정마세요 쌤, 민규 있잖아요!"
"민규 있어도 쌤 걱정되는데?"
"그냥 갔다오세요! 저희 때문에 힘들면 안되잖아요"





저보다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성숙한 아이들이었다. 고작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벌써 철이 들어서는... 결국 애들 고집을 못 이기고 고개를 끄덕이자 형! 우리 그럼 오랜만에 민규형 밥 먹는거예요?
라며 사소한 거에도 엄청 신나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아직 철 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남아있구나... 다행이다.





"얘들아, 쌤 갔다올게.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쌤 바로 갈게"
"네- 다녀오세요!"
"승철아 애들 잘챙기고, 특히 찬이!"
"아아 쌤! 저 이제 애기 아닌데!"
"응- 찬아 조심해"
"아 쌔앰!"





아기같이 투덜대는 찬이에 실실 웃으며 조심스레 방문을 닫았다. 닫자마자 다시 소란스러워지는 아이들에 입꼬리를 쭉 올리며 고아원 밖으로 향했다. 대학축제가... 6시에 시작이라고 했지?





***





photo

"어! 누나 왔네요?"





저를 보자마자 강아지같이 달려오며 환히 웃는 윤정한에 아까 보았던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전과 같이 평범했지만 아무렴 뭐 어때, 윤정한은 지금 헤벌레 웃고있는데. 제 앞에서 헤벌레 웃고있는 윤정한을 봤는지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이 수근거렸다.





"저 여자 누구야? 누군데 윤정한이 저렇게 좋아해?"
"너 몰라? 저 여자 윤정한이 엄청 쫓아다니는 여자잖아"
"에이, 설마 저렇게 평범한데?"





제 귀를 찌르는 소리에 가볍게 무시하고 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돌리니 병아리 마냥 졸졸 쫓아오는 윤정한에 조금 시선이 쏠렸다. 주목 받는거 진짜 싫어하는데.





"아 누나! 어디가요?"
"그늘 찾으러."
"음... 안에 들어가 있을래요?"
"그래"





윤정한을 따라 대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바깥보다는 훨씬 시원한 바람이 제 몸 앞으로 휙 다가왔다. 진작에 안에 있을걸, 더운데 찝찝하게.





"누나, 저 있다가 MC 올라가야 하는데"
"그래서"
"봐줄거죠?"
"무슨 일 생기면 가야돼"
"어디요?"
"말 안할거야"





...혹시, 남자 만나러가는건 아니죠? 고개를 제 쪽으로 들이대며 불안한 듯 말하는 윤정한에 짧게 아닌데. 라고 대답했다.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며 씩 웃는 윤정한에 핸드폰을 켜 혹시나 애들한테 온 연락이 있나 확인했다.





photo

- 쌤! 애들이 자꾸 라면 먹자는데요... ∑(・o・;)





푸흡, 귀여운 이모티콘과 같이 메세지를 보낸 민규에 윤정한이 옆에 있다는 것도 망각하고 웃음이 삐져나왔다. 당황한 윤정한이 눈을 크게 뜨더니 뭐예요? 누군데요? 그 정여주예요?





"아니..."
"누군데요?"
"아는 애"
"그럼 저보다는 어리다는거네요?"
"한참 어리지"
"그럼 됐어요"





뭐야... 그래도 답장은 해야겠지. 라는 마음으로 웃음을 꾹 참고 핸드폰 타자를 누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이러니까 정 들지...





- 인스턴트 말고 다른거 먹지... 그래도 먹고싶으면 라면 먹어. 있다가 쌤이 과자 사갈테니깐 너무 많이 먹지는 말고!





걱정 어린 답장이었다. 내가 평생 25년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해본 적이 없던 그런 다정한 말투와 답장을 이 어린애들한테 하고있다.





꼭 이 아이들을 보고있으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깐.
나와 같은 아픔을 안겨주고싶지 않았다.
너네들은 꼭 아프지말고 행복하게만 살아.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깐.





***

✓ 여주는 전보다 정한이에게 더욱 관대해졌다.

✓ 여주는 고아원 아이들에게만 다정하다.

✓ 여주는 일찍 철이 든 고아원 아이들을 보면 울컥한다.

✓ 민규? 승철이? 찬이? 왠지 익숙한 이름?

✓ 정한이는 항상 불안해한다. (여주가 다른 남자에게 갈까봐)

✓ 왜 여주는 아이들한테만 다정해질까?